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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71
[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71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4.02 0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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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 인스타그램(photoly7) 연재 포토에세이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통영 1984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통영 1984 (인스타그램: photoly7)

 

여러분의 김도형이 숙취에서 해방되어 또 이렇게 달리는 집필실에 앉았어

이 연재를 시작하면서 이대목 쯤이면 꼭 이 얘기를 해야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 있지

고등학교에 다닐때 내가 사진에 심취하고 공모전에서 수상한 사실들이 학생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어

2학년때 수학여행을 갔지

제일 처음 경주에 들렀고 환상의 동해안 7번국도를 타고 올라가 설악산까지 갔어

일은 수학여행 이튿날에 벌어졌어

반풍수가 집안 망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일이 딱 이 경우야

내가 누구야

수업시간에도 사진 이론책을 당당하게 펴놓고 공부를 했고 그당시 시골에서 구경하기 힘든 SLR카메라를 소유한 사람 아니겠냐고

사진에 관한한 거의 박사급이었지

낙산사 였을거야
 
친구들이 사진관에서 빌려온 손바닥보다 작은 올림푸스 EE3 하프사이즈 카메라를 내게 건내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들을 했어

아무래도 사진을 한답시고 깝쭉거리는 놈이 사진을 찍으면 뭔가가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했겠지

나는 카메라를 넘겨받아 날씨에 맞는 조리개를 세팅하고 나름 성의껏 사진을 찍어줬어

그러나 수학여행을 마치고 학교에 등교한 날 큰 소란이 일어났어

아 글쎄 내가 찍어준 사진속 아이들의 모습이 밀가루를 뒤집어 쓴듯이 거의 눈코입만 보이더군

아뿔싸 그제서야 내가 내 알량한 카메라 지식을 뽐내다 너무 오버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알고보니 그 카메라는 그냥 필름 ASA 수치만 맞춰주면 자동으로 노출이 조절되서 적정노출로 찍히는데 내 미놀타 XD5 처럼 그 카메라도 조리개 우선 자동노출 시스템이 장착된줄 알았던거지

조리개를 아마 5.6정도에 세팅했을듯 한데 그 경우 셔터스피드가 500분의 1초 정도는 끊겨줘야 되는데 EE3의 셔터는 40분의 1초와 200분의 1초 딱 두개밖에 없었던 거야

결과적으로 노출과다로 밀가루 사진이 탄생되고 만거지

그래도 나는 그 곤란한 상황을 나름대로의 임기응변으로 벗어났어

사진에는 하이키 톤과 로우키 톤이 있는데 하이키 톤의 사진이 세련돼 보인다는 말도 안되는 변명을 한거야

아직도 그 밀가루 사진은 친구들의 앨범에 간직되어 있겠지

늦었지만 친구들에게 이자리를 빌어 사과하고 싶네

친구들아 반풍수가 너희들의 소중한 사진을 망쳐서 미안해

위 사진도 역시 내가 고등학생때 찍은거야

무슨 작품으로 찍었다기 보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산골학교 아이들의 발랄한 모습이 예뻐서 찍었지

삼십년도 더 됐으니 저 아이들도 이제 중년에 접어들었겠네

오래 묵힌 필름을 스캔했더니 사진의 색감이 독특하네

아! 수학여행 둘째날 그날 하루로 돌아갈수 있다면 좋겠네

사진실수도 만회할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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