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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75
[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75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4.08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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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 인스타그램(photoly7) 연재 포토에세이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통영 1983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통영 1983 (인스타그램: photoly7)

 

드디어 대학 합격자 발표날이 밝았어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부산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어

실기 대신으로 치뤄진 이론시험을 아무리 잘봤어도 배점이 미약하긴 했지만 학력고사 점수가 워낙 낮아서 합격을 장담할수가 없었어

나는 대학을 못가더라도 중고등학교에서 학업을 스스로 포기한 댓가를 묵묵히 받아드리기로 했어

만약 합격하지 못하면 고향 인근의 거제 조선소에서 노무자로 일을 하리라는 결심도 했어

얼마전에 사진으로 소개한 내 고모부님의 막내아들과 고향집 이웃의 형님이 조선소 에서 일하고 있어서 말만하면 바로 일할수 있었지

합격자 발표 당일 고성을 출발한 시외버스가 김해를 지날무렵 갑자기 좌석에 앉아있던 건장한 남자가 복도로 나오더니 일장연설을 하기 시작했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어

'저는 피치못한 사연으로 구속돼 00교도소에서 몇년, 00교도소에서 몇년, 또 어디 교도소에서 몇년, 도합 십여년을 보내고 사회에 나왔지만 전과자라는 이유로 취직도 못하고 힘들게 살고 있으니 차에 탑승한 승객 여러분들께서 은혜를 베푸셔서 제게 단돈 얼마라도 적선해주시면 그것을 기반으로 힘을 얻어 무슨 일이라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사십은 되어 보였지만 나보다 더 힘이 세 보이는 사람이 왜 버스에서 저 짓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렇지만 나는 초조한 마음을 달래며 합격자 발표를 보러 가는 사람이었기에 여하간 스스로 불쌍하다고 떠드는 사람에게 단돈 천원이라도 적선하면 당장 합격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천원인가 이천원인가를 그 사람에게 줬어

부산 사상 터미널에 내려 시내버스를 타고 광안리 근처 남천동의 대학교를 향해 가는데 긴장의 강도는 학교에 가까울수록 더 커졌지

요즘은 대학의 합격자 발표를 핸드폰으로 검색해 볼 수 있지만 그때의 발표는 옥외 게시판에 합격자의 이름과 수험번호가 게시되었어

학교앞 정류장에 내려 게시판까지 걸어 가는데 만감이 교차하더군

명단을 훑어 내리던 눈이 내 이름 석자에서 멈추었어

그 다음날 담임선생님을 찾아갔어

신문지에 싼것을 드리니 '담배를 머하로 사왔노' 하셨지

내 인생에 그런 큰 도움을 주신 선생님께 담배 한보루가 뭐냐

참 부끄럽지

별로 기억하고 싶지않은 중고등 6년을 그렇게 마무리하고 대학생이 되었어

연재 시작부터 오늘까지 이어진 얘기가 1부야

내가 고등학생때 찍은 사진의 게시도 위 사진이 마지막이야

사십년전 통영에서 찍은거야

종일 껌한통 못판 노점 할머니의 애처로운 모습이 잘 표현되었어

연재 1부를 마치자니 감회가 새롭네

그동안 보내준 좋아요와 댓글 참 고마워

비밀 일기장에나 써야할 얘기를 인스타에 올리는 것이 잘하는 짓인가를 처음에는 많이 고민했지만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응원에 힘입어 여기까지 왔네

나라를 구한 위인의 전기도 좋지만 어쩌면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살아온 스토리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한 것이 분명히 있을거야

자 그럼 2부 스토리에도 변함없는 성원을 바라면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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