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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들 예·적금과 부동산 대기자금, 주식시장으로 몰려
동학개미들 예·적금과 부동산 대기자금, 주식시장으로 몰려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0.04.08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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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으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는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난 1월 20일 이후 외국인이 19조2442억원을 파는 사이 개인투자자(개미)들은 19조8116억원을 순매수했다.  

아울러 증권사의 고객 예탁금은 이달 초 47조원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대치로 불어났다. 고객 예탁금이란 증권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아 일시보관중인 예수금으로, 고객 예탁금이 증가하면 주식수요가 적극적으로 주식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밖에도 개인이 움직이기만 하면 조단위 자금이 순식간에 동원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이 많은 규모의 자금이 도대체 어디서 들어오는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프라이빗뱅커(PB) 등 전문가들은 기존 예·적금 등 금융상품에 있던 자금이나 부동산을 매수하려고 했던 대기자금 등이 주식시장으로 대거 들어온 것으로 봤다.

정세호 한국투자증권 강남PB센터 팀장은 "대부분 여유자금을 투자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트렌드에 맞게 부동산(매수 타이밍을) 기다리던 자금도 들어오는 모습"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황성훈 미래에셋대우 서초WM 차장도 "금리가 낮은 만큼 은행에서 놀고있던 돈이 들어오는 것 같다"며 "수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시간을 진짜로 보낼 수 있는 (장기)자금"이라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 역시 "부동산을 팔고 들어오는 돈까지는 모르겠지만 부동산 매수를 하려고 대기했던 자금 중에 들어오는 것 같고, 심지어는 퇴직연금까지도 들어오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장효선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부를 축적한 가계가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거액의 현금을 보유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가격이 작년까지 가파른 상승을 보인데다, 작년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가 폭발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일각에선 이같은 동학개미가 일본 '와타나베 부인'처럼 증시를 떠받칠 하나의 축이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와타나베 부인은 1990년대 후반 일본이 장기간에 걸쳐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중년 여성들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 해외의 고금리 자산에 투자한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발병 이후 저점 대비 상승률은 코스닥 지수(39%)가 세계 주요국 대표 지수 가운데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학개미운동이 증시의 완충장치 역할을 했다는 해석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에는 빚을 내지 않고 여윳돈으로 주식을 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아졌고, 삼성전자 등 대형주에 꾸준하게 대응한다는 점에서 사실 과거하고는 패턴이 다르다"면서 "이같은 움직임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의 경고도 잇따른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언제 진정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과거 위기 때와 같은 V자 반등을 기대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동학개미운동은 삼성전자를 놓고 개인은 연일 주워담고 외국인은 매일 팽개치는 '매수매도 공방'을 벌인 상황을 1884년 반봉건·반침략을 목표로 일어난 농민들의 사회개혁운동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국내 증시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 지난 2월 이후 개인은 삼성전자 주식 6조6197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6조5693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이 외국인의 매물을 고스란히 안으며 국내 증시를 떠받치는 역할을 한 것이다.

어느덧 국내 개인투자자를 '동학개미'로 지칭하는 분위기가 자리잡았지만 일각에서는 실패했던 '동학농민운동'을 상기하며 개명이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1884년 반봉검반침략 기치로 일어난 농민들의 사회개혁운동인 '동학농민운동'은 군사력이 앞서는 일본군에게 우금치 전투에서 패배하며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Queen 김정현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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