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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기업 은행 대출 18.7조↑…증가액 역대 최고
3월 기업 은행 대출 18.7조↑…증가액 역대 최고
  • 류정현 기자
  • 승인 2020.04.08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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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울 시중은행 대출 상담 관련 창구 모습.

코로나19발 자금시장 경색으로 회사채, 기업어음(CP) 시장이 꽉 막히면서 지난달 기업의 은행 대출 증가액이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이 은행 대출로 유동성을 확보했거나 버텼다는 의미다. 반면 신용경색으로 지난달 회사채 발행 규모은 반토막났다.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도 전달에 이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가 유지된 데다 증시시장 급락을 투자 기회로 본 개미투자자들이 신용대출을 받은 데 따른 영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자영업자가 개인신용대출을 받은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로 위기감 느낀 기업, 대출로 버텨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3월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전달 기업대출 잔액은 901조3000억원으로 전월대비 18조7000억원 증가했다. 증가액은 통계 편제(2009년 6월) 이후 최대 규모다. 대기업,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모두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대기업 대출은 10조7000억원 증가했다. 기업이 단기 유동성을 확보하는 주된 방법인 회사채와 CP 시장이 얼어붙자 대출로 자금조달 수단을 전환한 것으로 분석된다. 3월 회사채는 5000억원, CP는 1조5000억원 각각 순상환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 회사채 발행 규모는 5조550억원으로 지난 2월(12조3380억원)보다 59% 급감했다. 특히 AA등급(-80%)과 AAA등급(-80%) 회사채 발행이 급감했고 BBB등급(-51.9%) 등도 감소했다. 금투협은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신용경색 심화로 신용스프레드가 가파르게 확대되면서 회사채 발행이 전월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회사채 발행이 급감하면서 수요예측도 총 10건, 1조2200억원에 그쳤다. 수요예측 전체 참여 금액은 2조920억원으로 참여율(수요예측참여금액/수요예측금액)은 187.9%였다. 이는 전년동월대비 205.9%p(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수요예측은 회사채 공모 과정에서 금리를 결정하기 위해 주관사가 발행회사의 희망금리를 제시하고, 매입 희망 기관 희망 매입 가격과 금리·물량 등을 파악하는 과정이다. 회사채의 장외 채권거래량도 12조3590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4700억원(34.3%) 줄었다.

회사채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연간 8조4000억원, 2009년 연간 32조6000억원 순발행을 지속한 바 있다. 코로나19 여파가 2008년보다 심각할 수도 있다는 걸 방증한다.

한은 관계자는 "3월 중 회사채가 소폭의 순상환을 나타냈지만 이는 계절적 요인, 최근 신용경계감 증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대책 등의 영향으로 아직은 회사채 발행에 큰 어려움이 없는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3월 중 회사채 순발행 규모는 2016년 -1조5000억원, 2017년 -5000억원, 2018년 -9000억원, 2019년 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8조원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 하위 항목인 개인사업자 대출은 3조8000억원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자금수요 증대와 정부·은행의 완화적 대출 태도 등으로 증가 규모가 상당폭 확대됐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9조6000억원 증가…"주식 사자"

은행 가계대출 역시 비상등을 끄지 못했다. 가계대출 잔액은 910조9000억원으로 9조6000억원 증가했다. 전월 9조3000억원 증가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기타대출 증가액이 3조3000억원으로 지난 2018년 10월 이후 1년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게 영향을 줬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사업과 생계자금 용도의 가계대출이 늘어날 수는 있겠으나 은행 모니터링 결과 사업·생계 관련 가계대출 증가 압력이 아직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또 "기타대출은 주택자금 수요에 주식 투자 자금 수요 등이 가세한 데 주로 기인한다"고 밝혔다.

실제 증권사 투자자예탁금 증가액은 2월 2조5000억원이었지만 3월 11조9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개인 주식(코스피·코스닥) 순매수 규모도 같은 기간 6조원에서 12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주담대도 6조3000억원 늘며 증가세를 지속했다. 전월(7조8000억원)보단 줄었지만 큰 폭의 증가세다. 지난해 12·16 고강도 부동산대책 이후 정부는 주담대 돈줄을 조였지만 '풍선효과'로 경기도 일부 지역의 집값이 오르며 거래가 활발히 이뤄져 주담대가 꺾이지 않았다. 주택 전세·매매 거래는 계약 후 통상 2~3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잔금을 치른다.

한은 관계자는 "12.16 대책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고가 아파트 매매 거래가 상당폭 줄었고 가격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관련 가계 대출 증가 규모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서울 비고가 아파트와 인근 수도권 지역의 거래가 계속 이어지면서 전체적인 가계대출 증가 규모의 축소 정도가 예상보다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금융권 가계대출은 9조1000억원 늘어 전년동월(9000억원)과 비교해 급증했다. 주담대는 5조2000억원, 기타대출은 3조9000억원 각각 늘었다. 다만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은행권으로의 대환 등으로 전년동기대비 5000억원 감소했다. 주담대는 1조원 줄었고, 반대로 기타대출은 신용대출과 보험 계약대출이 늘며 5000억원 증가했다.

[Queen 류정현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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