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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보육종료 아동’ 안지안 씨, 어떻게 마미나·심상수 부부네 가족이 되었나
[인간극장] ‘보육종료 아동’ 안지안 씨, 어떻게 마미나·심상수 부부네 가족이 되었나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0.04.27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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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4월27일~5월1일) KBS 1TV <인간극장>은 ‘그렇게 가족이 된다’ 5부작이 방송된다.

보육시설에 사는 아이들은 만 열여덟 살이 되면 시설을 나와야 한다. 4년 전, 홀로서기를 시작한 안지안 씨(24). 외로웠던 시절, 손을 내밀어준 가족이 생겼다.

바로 마미나(38) 씨와 심상수(39) 씨 부부, 그리고  아윤(11) 유건(9) 남매다. 

이삿날, 난생 처음 내 방도 생기고, 동생 아윤이와 함께 누울 새 침대도 펴보며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은데…. 약속이 있다며 혼자 집을 나선 지안씨는 누굴 만나는 걸까?

보호 종료 아동이었던 지안씨를 가족으로 받아들인 미나씨네 가족의 특별한 이야기를 만나보자.

‘그렇게 가족이 된다’ / KBS 인간극장
‘그렇게 가족이 된다’ / KBS 인간극장
‘그렇게 가족이 된다’ / KBS 인간극장
‘그렇게 가족이 된다’ / KBS 인간극장

◆ 저는‘보호종료 아동’입니다

‘보호종료 아동’, 보육시설에서 자란 아이들은 만 18세가 되면 보육원을 나와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해마다 만 18세가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오는 보호종료 아동은 약 2,600여 명. 아무런 보호막 없이 갑작스럽게 현실과 부딪쳐야 하는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안지안(24) 씨도 그런 ‘보호종료 아동’ 중 한 명이었다. 2016년 겨울, 또래들이 한창 대학 진학을 꿈꿀 때 보육원 선생님이 조심스레 꺼낸 말은 공장에 취직해보면 어떠냐는 것이었다. 무용가의 꿈을 가지고 있던 지안 씨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여행용 가방 하나와 종이 가방 하나가 지안 씨가 가진 전부. 승합차에 몸을 싣고 공장 기숙사로 향했다.

빛도 잘 들어오지 않아, 종일 일하면 눈이 침침한 도금공장. 그렇게 9개월이 흘렀고 친구들과 보증금을 모아 반지하 단칸방 하나를 구했다. 공장에서 나와 살면 뭔가 달라질 거라 생각했지만, 공장 밖 세상은 냉담했다. 콜센터, 핸드폰 가게, 키즈카페 등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월세를 내고 나면 턱없이 부족한 형편,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건, 아파도 누구 하나 챙겨줄 어른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때 떠오른 건 몇몇 좋은 기억으로 남은 ‘어른들’이었다.

‘그렇게 가족이 된다’ / KBS 인간극장
‘그렇게 가족이 된다’ / KBS 인간극장
‘그렇게 가족이 된다’ / KBS 인간극장
‘그렇게 가족이 된다’ / KBS 인간극장

◆ 마미가 생겼어요~ 가족이 생겼어요~

“힘들면 언제든 찾아와.” 지안 씨가 보육 시설에서 있을 때 잘 따르던 선생님 김한나(34) 씨, 그리고 그 선생님을 만나러 왔던 지인 마미나(38) 씨가 했던 말이었다. 대학 시절 음악동아리에서 활동하던 두 사람은 지안 씨에게 언제든 부담 없이 놀러 오라고 했다. 처음에는 의심 반 호기심 반으로 찾아갔지만 미나 씨는 손수 집밥도 해주고,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찾아가서 밤새 얘기도 나눌 어른이 되어 주었다.

살던 집 계약이 끝나는 날, 미나 씨는 지안 씨에게 아예 집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남편 심상수 씨(39)도 지안 씨를 딸처럼 받아줬고, 엄마를 빼앗겼다고 서운해 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대하기 어려웠던 아윤(11), 유건(9) 남매도 고맙게 먼저 마음을 열어 주었다.

태안에 있는 미나 씨 친정에 갈 때면, 동화책에서나 보던 할머니 할아버지도 ‘우리 손녀’하며 반겨주니 지안 씨에게 남부럽지 않은 가족이 한 번에 생겼다.

그리고 지안 씨를 호적에 올려주겠다는 ‘아빠’도 생겼다. 미나 씨 부부가 일상을 나누는 친근한 부모님이라면 안태구(49) 씨는 지안 씨가 가는 길에 등대가 되어 주는 든든한 아버지이다. ‘안지안’이라는 이름도 ‘지혜 안에서 평안하라’는 의미를 담아 아픈 과거는 잊고 새 시작을 하라는 뜻으로 태구 씨가 지어준 이름이다. 

‘그렇게 가족이 된다’ / KBS 인간극장
‘그렇게 가족이 된다’ / KBS 인간극장
‘그렇게 가족이 된다’ / KBS 인간극장
‘그렇게 가족이 된다’ / KBS 인간극장

◆ 우리는 '청포도'입니다 : 청년들이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모임

가족이라는 품 안에서 새로운 꿈을 꾸게 된 지안 씨. 그 속에서 안정감을 느낀 지안 씨는 같은 처지의 친구들을 데려오고 그렇게 한 사람, 두 사람 뜻 맞는 사람들이 모여 ‘보호종료 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센터’ 라는 이름으로 발전했다. 센터는 어느새 한 지붕 아래 밥을 먹고 잠도 자는 자연스러운 가족이 됐다. 

같은 시설에서 지낸 동생들 하늘(22), 지희(22), 주안(22)도 미나 씨네 자주 오는 식구가 됐다.시설에서 지내게 된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비슷한 아픔을 가져서인지, 금세 마음을 터놓는 형제, 자매가 되었다.

그리고 이들이 ‘사회에 나갈 준비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고민 끝에 심상수 씨는 지안 씨와 같은 처지의 아이들에게 일자리를 주었다. 그동안 툭하면 일자리를 옮겼던 아이들에게 우직하게 자리를 지키고 월급도 차곡차곡 모으겠다는 약속이 입사조건이다.

‘동애등에’라는 유충을 이용하여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고 그 분비토를 이용해 친환경 사료도 만드는 사업. 함께 지낼 때는 장난도 많이 치며 재밌게 지내는 아이들이지만 일할 때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동료가 된다. 

자라면서 어딜 가나 따라다녔던 ‘보육원 출신’이라는 꼬리표. 하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니기에 이겨낼 수 있다. ‘나’라는 혼자가 모여 ‘우리’라는 세상이 되었다.

‘그렇게 가족이 된다’ / KBS 인간극장
‘그렇게 가족이 된다’ / KBS 인간극장
‘그렇게 가족이 된다’ / KBS 인간극장
‘그렇게 가족이 된다’ / KBS 인간극장

◆ 우리의 봄, 다시 꿈을 꾼다

“뭘 하든지 스스로 멋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가족도 생기고 일자리도 생기고 나니, 지안 씨는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끼가 많아 그림도 잘 그리고 글도 쓰며 자기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던 지안 씨. 그런 재능을 알아봐 주고 한 교육기업과 인연이 닿아 꿈에 대한 강의도 할 수 있게 됐다. 사춘기 아이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희망을 얘기하는 안지안 강사. ‘도움을 받는 사람’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된 것이다.

강의를 해보고 글도 써보니 ‘작가’라는 꿈이 생긴 지안 씨. 올해 봄부터는 뒤늦게 대학생이 되어 방송통신대학 국문학과 수업을 들으며 꿈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고, 얼마 전에는 이사를 가게 돼,나만의 방을 꾸밀 생각에 잔뜩 들떠있다. 든든한 가족이 있어 맘껏 꿈꿀 수 있는 지금, 더 이상 꿈은 사치가 아니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낳아준 부모에게 어쩔 수 없이 상처를 받아야 했던 지안 씨, 그 상처의 다른 이름이 지안 씨에게는 ‘가족’이었다. 그러나, 두 팔 벌려 맞아준 미나 씨 덕분에 이제 더 이상 ‘가족’은 아픈 이름이 아니다. ‘나’를 사랑하게 해준 사람들, 우리는 그렇게 가족이 된다.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표방하는 KBS 1TV ‘인간극장’은 매주 월~금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Queen 이주영 기자] 사진 = KBS 인간극장 ‘그렇게 가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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