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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물류창고 화재’ 카자흐 희생자 어머니의 절규
‘이천 물류창고 화재’ 카자흐 희생자 어머니의 절규
  • 류정현 기자
  • 승인 2020.05.01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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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로드 1일 오전 경기 이천 창전동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망자 합동분향소에 카자흐스탄 출신 희생자 유가족과 지인이 조문한 뒤 분향소를 빠져나가고 있다

"슬퍼. 안돼."

1일 오전 9시30분, 경기 이천 창전동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망자 합동분향소에 한무리 외국인들이 들어섰다. 한눈에 보기에는 한국인과 구별되지 않는 이들은 분향소에 들어가 눈물을 쏟고 나서면서 카자흐어로 탄식을 내뱉었다. 이번 화재사고로 가족을 잃은 카자흐스탄인들이다.

20여명의 가족 중 여성은 머리에 흰색 두건을 썼다.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성은 카자흐어로 탄성을 연이어 내뱉으면서 굵은 눈물을 쏟았다. 일부 취재진이 질문하려고 했지만 "한국말 잘 못 해. 슬퍼, 슬퍼. 안돼"라면서 자리를 떴다. 다리가 풀린 듯 휘청거리기도 했다. 함께 온 10대 소녀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 중에는 카자흐스탄인 2명과 중국인 1명 등 총 3명의 외국인이 있다. 중국인 희생자 유가족은 피해 가족 휴게시설이 마련된 모가실내체육관에 거처하고 있다. 이들의 영정과 위패도 분향소에 함께 안치돼 있다.

근로자의 날이자 징검다리 연휴인 이날(1일) 합동분향소에는 오전부터 많은 조문객이 찾았다. 주로 희생자 유가족의 지인이 많았으나 일부 시민들도 '마음이 착잡해서 절이라도 하고 가겠다'면서 들어갔다. 행정당국도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았다. 분향소에 들어갔다 나오는 이들은 하나같이 어두운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희생자 유가족들도 분향소를 찾았다. 60대로 추정되는 희생자 모친은 아들의 영정사진을 보고 무릎을 꿇고 앉아서 바닥을 두드리면서 울었다. 그는 "네 자식을 나에게 맡기고 먼저 가면 어쩌라는 것이냐"면서 위로하는 지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꺼이꺼이 울었다. "쉬라니까, 힘들면 일 좀 쉬라니까 그렇게 가족을 생각하더니 (이런 참변을) 당했다"는 애끓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날(4월30일)처럼 입구까지 왔다가 걸음을 돌리는 유가족도 있었다. "도저히 못 보겠다"는 한 60대 여성은 눈물을 떨구면서 문화센터 돌계단에 앉아 있다가 자리를 떴다.

한바탕 실랑이도 벌어졌다. 일용직 막노동일을 하면서 알게 된 '아는 형님'이 연락이 닿지 않아 희생자인 것 같다는 추정으로 온 50대 남성이다. 그는 '이름을 말해야 들어갈 수 있다'는 이천시청 관계자와 한동안 언쟁을 벌이다가 끝내 '아는 형님'의 영정을 마주했다. 그는 분향소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눈시울이 붉어져서 "전화를 아무리해도 받지 않더니만…왜 이형이 저기 있냐"고 하소연했다.

한편 현장에서는 유가족 중 1명이 오열하다 실신해 앰뷸런스로 후송되는 일도 있었다.

합동분향소가 유족·지인만 받고 있는 이유는 사망자 중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인원이 있기 때문이다.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사망자의 신원이 다 확인된 뒤 일반인 조문 시점을 정하는 방안을 피해자 가족들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Queen 류정현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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