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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 원청 시공사 특별감독
고용노동부,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 원청 시공사 특별감독
  • 류정현 기자
  • 승인 2020.05.06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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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물류창고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하는 유가족

정부가 지난달 말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화재참사의 관련 주체 중 '원청 시공사'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이는 반복되는 안전사고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기조를 바꿔, 원청 책임을 더욱 강하게 묻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나타난 조치로 풀이된다.


6일 고용노동부는 지난 29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의 원청 시공사인 주식회사 건우 본사와 건우가 시공 중인 전국 물류·냉동창고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오는 7일부터 2주간 특별감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천 참사에서 사업주는 원청 시공사인 건우와 협력업체 9곳이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참사가 2008년 40명을 숨지게 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와 닮은 꼴이며, 이는 정부의 안전 대책이 최근 3년간 공전을 거듭하며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결과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는 이에 원청 본사에 대한 감독으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원청의 안전경영체계 결함 또는 안전보건조치 미이행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이날 공식화한 것이다.

이번 참사는 원청의 안전 책임을 강화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일명 '김용균법') 시행 100여일 만에 처음으로 터진 대형 사고다.

자연스레 향후 2주간의 특별감독은 '원청 책임성 강화'라는 정부 방침과, 거듭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개정 산안법의 실효성을 확인하는 시금석이 됐다.

◇반복되는 참사…결국 책임은 '컨트롤타워' 정부

참사 당시 현장에는 9개 업체 인부 78명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 중 절반에 육박하는 38명이 대피할 겨를도 없이 삽시간에 목숨을 잃었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 아직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이미 우레탄 폼·샌드위치 패널·용접 불티 등이 유력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2008년 이천 화재 당시에도 밀폐된 공간에서 진행하던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 용접 작업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망자 대부분은 하청업체를 통해 고용된 일용직 노동자로 알려졌다. 이는 2018년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하청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김용균씨 사건과 닮아있다.

정부가 이처럼 반복되는 참사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예컨대 개정 산안법은 이번과 같은 화재 참사를 막기 위해 화재감시자 배치 기준을 기존 대규모 공사현장에서 모든 작업장으로 확대했다. 불꽃이 날리는 11m 거리 안에 가연성 물질이 있다면 사업주는 반드시 화재감시자를 배치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법령 개정에도 참사 현장에선 화재감시자·안전관리자 배치가 미흡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정상 배치됐다는 업체 측 주장과 그런 사람을 본 적 없다는 현장 인부 증언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정책과 대책은 있었으나, 정작 현장에서의 실효성은 뒤떨어졌기에 참사가 되풀이됐다는 비판이 가능해 보인다. 노동계는 결국 '안전 컨트롤타워'인 정부가 현장 전권을 쥔 원청을 바꾸지 않고서는 대형 참사를 근절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이천여주양평지부는 지난 30일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 시공사인 건우, 그리고 그 아래 9개의 하청업체, 또 얼마나 많이 오갔는지도 확인하기 어려운 일용직 노동자들의 전형적인 다단계 구조로 이런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발주처와 시공사는 책임에서 빠져나가고 하청업체 말단 관리자만 책임지는 일이 많았다"며 "제대로 책임을 묻지 않으면 이런 일은 다시 발생한다. 또 다른 사고가 없도록 근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동자 안전 경시? 책임 묻겠다"…결과에 주목

정부의 이번 특별감독은 안전사고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자는 노동계 촉구에 상당 부분 공감을 표한 조처로 평가된다.

고용부는 특별감독 계획 발표와 함께 "노동자의 안전을 경시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밝혔다. 최근 들끓는 노동계와 시민사회 분노를 가라앉히는 효과가 예상된다.

그러나 공감만으로는 현장을 바꿀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번 이천 참사가 보여준 만큼, 감독의 결과, 즉 구체적인 '숫자'에 세간의 이목이 쏠린다.

고용부는 감독 결과로 드러난 법 위반사항에 대해 범죄인지 보고·과태료 부과 등 엄중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범죄인지 보고 내역과 횟수, 과태료 규모 등이 이번 특별감독의 결과를 보여줄 지표인 셈이다.

노동계가 어찌 보면 단순한 원청 때리기와 처벌 횟수·규모 등 수치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그간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했던 우리나라의 안전사고 처벌 관행이 있다.

지난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때만 해도 사업주에게 2000만원의 벌금이 주어졌을 뿐, 관련자 전원이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에 그쳤다. 실형 선고는 없었다.

이같이 낮은 수준의 처벌은 우리나라에 뿌리 깊은 안전 불감증을 더욱 심화하는 결과를 낳았으며, 이것이 기형적인 하청구조와 낙찰제도, 산업안전 법·제도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악순환 구조로 이어졌다는 게 노동계 대다수의 분석이다.

그나마 올 1월 시행된 개정 산안법이 사망사고에 대한 원청 과실 인정 시 처벌 수위를 기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7년 이하 또는 1억원 이하로 높였기에, 과거보다는 나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예상이 제기된다.

그러나 노동계 일각에서는 개정 산안법에도 형량 하한선이 없고, 개별 책임자가 아닌 원청 등 기업 경영진이나 그 자체를 처벌하기에는 판례가 희박해 또다시 과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결국 이천 참사는 국민 생명 지키기라는 국정목표를 내건 문 정부의 원청 책임성 강화 의지와 그간 개선된 법·제도의 실효성을 테스트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Queen 류정현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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