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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고부열전]  필리핀 며느리 마리벨, 치매와 함께 온 89세 시어머니의 봄
[다문화 고부열전]  필리핀 며느리 마리벨, 치매와 함께 온 89세 시어머니의 봄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0.05.07 2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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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문화 고부열전 - 다시 만난 고부 특집 ‘치매와 함께 온 89세 시어머니의 봄’
EBS 다문화 고부열전 - 다시 만난 고부 특집 ‘치매와 함께 온 89세 시어머니의 봄’

오늘(7일) EBS1TV 휴먼 다큐 프로그램 ‘다문화 고부열전 - 다시 만난 고부 특집’ 두 번째 편에서는 ‘치매와 함께 온 89세 시어머니의 봄’이 방송된다.

충남 태안의 작은 어촌마을에는 결혼 7년 차 필리핀 며느리 마리벨 씨(41)와 시어머니 성숙 여사(89)가 7년째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다. 4년 전 방송 당시만 해도, 평소엔 싹싹하고 못 하는 것 없는 1등 며느리였지만, 남편이 외출만 했다 하면 180도 변해 세상에 둘도 없는 까칠한 집착녀가 돼 시어머니 속을 태우던 며느리였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 이제 그 집착의 대상이 남편이 아닌 시어머니에게로 바뀌게 되었다는데 무슨 사연일까?

시어머니가 3년 전부터 깜빡깜빡하는 횟수가 잦아지더니, 이제는 해가 바뀔수록 어린아이가 되어간다. 그런 시어머니의 모습에 마리벨 씨의 언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져만 가는데··· . 

수도꼭지 잠그는 일을 잊어버려 마당까지 물이 흐른 적은 부지기수, 집 안의 냄비들은 여럿 태웠고, 조금 전까지 강아지 밥 챙겨준 것을 잊어버리고는 다시 잔반을 잔뜩 모아 밥그릇을 채운다. 낯선 시어머니의 모습에 온 가족을 긴장에 빠뜨리고 마는데··· . 

설상가상 평소 시어머니를 살뜰히 보살피는 것으로 소문이 자자하던 며느리 마리벨 씨는 시어머니가 실수라도 하면 버럭 화를 내니 지켜보는 남편 태관(57) 씨는 앞으로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할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체 착하기로 소문났던 며느리 마리벨 씨의 마음은 왜 변하게 된 걸까?

▶ 시어머니에게 살갑기만 하던 며느리가 180도 변했다?

한적한 시골마을, 아침부터 정적을 깨는 마리벨 씨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새벽부터 밭일하고 돌아온 시어머니를 보자마자 ‘바닥에 흙 다 떨어지잖아요. 밖에서 옷 벗고 들어오시라니까!’ 잔소리가 한 가득이다. 며느리의 언성에 민망한 듯 걸레질하는 며느리 옆에서 은근슬쩍 바닥 청소를 돕는다.

“또 깜빡깜빡 한 거예요? 도대체 왜 그래요, 왜!” 아무리 얘기를 해도 뒤돌아서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시어머니 때문에 며느리의 언성만 높아져 가는데...

4년 전, 방송 당시만 해도 시어머니를 살뜰히 보살피던 며느리 마리벨 씨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던 걸까!

EBS 다문화 고부열전 - 다시 만난 고부 특집 ‘치매와 함께 온 89세 시어머니의 봄’
EBS 다문화 고부열전 - 다시 만난 고부 특집 ‘치매와 함께 온 89세 시어머니의 봄’

▶남편을 향한 집착이 시어머니를 향한 집착으로? “어머니!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마!”

출근 전, 남편 태관 씨는 배웅 인사를 하는 아내에게 퇴근 후 약속이 있다고 말한다. 이거 또 한바탕 난리가 나겠구나 싶지만, 의외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드리는 아내 마리벨 씨. 이제 남편이 혼자 외출해도 화를 내지도, 집착도 하지 않는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어머니의 부재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마리벨 씨. 시어머니가 외출하려고만 하면 언성이 높아진다. “어머니 제발 나가지 말고 방에만 계세요!”

시어머니가 보이지 않으면 과거 남편에게 했던 것처럼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마리벨 씨. 대체 왜 이러는 걸까?

▶ “달라진 시어머니의 모습이 낯설어요.”

처음엔, 수도꼭지 잠그는 일을 잊어버리는 일이 잦았다. 단순한 건망증이라 여겼다. 그다음엔 가스에 불을 올려놓고 잊어버려 냄비를 여럿 태웠다. 집안은 온통 가스 냄새와 연기로 가득했지만 어머닌 상황을 눈치 채지 못하셨고,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 하셨다. 

조금 전에 강아지 밥그릇에 사료를 가득 챙겨줬는데 기억을 못하시고는 집에서 잔반을 잔뜩 모아 다시 먹이를 준다. 어머니의 건강에 문제가 있음을 직감한 아들 태관 씨는 어머니를 모시고 인근 병원으로 향하는데··· . 

한편, 아내 마리벨 씨는 해가 지날수록 어린아이가 되어 가는 어머니를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결혼 후 남편의 고향에 내려와 살게 됐을 때 한국은 왜 이렇게 나이 많은 노인들이 많냐고 물었던 아내다. 평균수명이 비교적 짧은 필리핀 비해 시골마을에 연세 지긋하신 어른이 많은 걸 보고 의아해했던 아내. ‘늙으면 아이 된다’는 속담도, 어린 아이가 된 시어머니의 모습도 낯설기만 하다.

딸 설아는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데, 어머니는 점점 아이가 되어가고 아내마저 어머니를 다그치니 아들 태관 씨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간다. 이런 모습을 아내가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오늘도 태관 씨의 고민은 커져만 가는데··· . 

▶“여보, 시어머니 요양원에 보내자”

남편 태관 씨의 나이는 57세. 딸 설아는 고작 5살. 하루하루 커가는 어린 딸을 보면 행복하다가도 앞으로 일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걱정부터 앞선다. 그런 태관 씨의 마음을 알기나 할까. 아내 마리벨 씨는 태관 씨에게 둘 째 갖고 싶다는 말을 넌지시 꺼내는데··· . 

마리벨 씨가 바다에 나가 바지락을 캐면 받는 수입은 월 140만 원정도. 바지락 철이 아닌 요즘 같을 땐 식당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그나마 생계가 유지가 될 텐데, 아픈 시어머니를 두고 집을 비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앞으로 돈 들어갈 곳은 많아질 텐데, 마리벨 씨는 하루라도 빨리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다.

어느 날, 어머니가 또 다시 실수를 하자 마리벨의 화가 폭발하고, 이 광경을 목격한 남편 태관 씨와 결국 부부싸움으로 번지는데···.

울화통이 터져버린 마리벨은 남편에게 시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보내자고 언성을 높인다. 한 평생 자식 뒷바라지만 해온 어머니에게 제대로 된 효도 한 번 못했는데,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라니, 아내의 말에 상처받았을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진다. 태관 씨는 아내의 말을 과연 받아들일까?

EBS 다문화 고부열전 <다시 만난 고부 특집> 그 두 번째 편은 7일(목) 저녁 10시 40분 EBS1에서 확인할 수 있다.

[Queen 이주영 기자]  EBS 다문화 고부열전 - 다시 만난 고부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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