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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면세품 언제 살 수 있나 ... 인기 있는 화장품은 빠져
재고 면세품 언제 살 수 있나 ... 인기 있는 화장품은 빠져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0.05.18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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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5.14
14일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5.14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국내 면세업계를 위해 6개월 이상 장기 재고 면세품을 일반에 한시적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됐지만 해외 명품 브랜드의 반발에 제동이 걸렸다. 

면세품을 일반 유통채널에 판매하려면 먼저 재고품 원가와 할인율을 정해야 한다.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헐값 판매'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며 협상이 보름째 공전 중이다.

국내 판매가 순조롭게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철 지난 '이월 명품'에 대한 수요가 아직 검증되지 않은 터라 중간 유통업체(에이전트) 선정 작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가장 돈이 되는 화장품은 유통기한 문제로 판매 대상에서 아예 빠졌다.

업계 내부에서도 "장기 재고 면세품의 국내 판매가 효과적인 타개책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신라 등 대기업 면세점 3사는 재고 면세품에 대한 국내 유통채널 판매를 두고 해외 브랜드와 보름 넘게 '할인율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관세청은 지난달 29일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팬데믹)으로 매출이 급감한 면세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면세품 국내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국내 판매가 가능한 면세품은 '6개월 이상 장기재고품'이다. 재고품은 일반적인 수입품과 똑같이 관세와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가격으로 백화점·아울렛·이커머스·로드숍 등 국내 일반 유통채널에 풀릴 예정이다. 판매 기한은 10월29일까지 6개월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매출 0원'이라는 초유의 위기에 직면한 면세업계는 한시라도 빨리 재고품을 처분해야 하지만 시작부터 암초를 만났다.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재고품 헐값 판매'에 대해 딴지를 걸면서 면세업계가 원하는 할인율을 받아들이지 않아서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재고 면세품을 판매하려면 시중가보다 싸게 내놓아야 하는데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를 중시하는 해외 브랜드는 이를 꺼릴 수밖에 없다"며 "아울렛이나 온라인몰, 로드숍에서 판매하는 것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입장"이라고 전했다.

할인율 산정부터 뚜렷한 타협점을 찾지 못하다 보니 면세업계만 발을 동동 구르는 형국이다.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재고품을 소진하려면 원가·할인율 산정→중간 유통사 선정→재고품 매입→유통채널 선정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첫 단계부터 협상이 지지부진해 속이 탄다"고 토로했다.

우여곡절 끝에 할인율을 산정하더라도 실제 일반 유통채널 판매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면세품의 최대 장점인 '면세'(TAX FREE) 혜택이 사라진 데다 최소 6개월 이상 묵힌 '이월 상품'이라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가격이 필수지만 해외 명품 브랜드의 반대로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백화점이 대표적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명품관은 '신상품 판매'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철 지난 명품을 들일 유인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팝업스토어를 열고 할인 판매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곧바로 동종 브랜드 매장의 항의를 받을 수 있어 부담이 크다"고 고개를 저었다.

다른 백화점 관계자도 "면세품이라도 관세와 부가세가 붙으면 일반 상품과 가격 면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여파로 가뜩이나 상품 판매가 저조한 상황에서 면세품을 매입할 백화점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간 유통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중간 유통사는 면세점으로부터 재고품을 싼값에 산 뒤 웃돈을 얹어서 각 유통채널에 납품한다. 자칫하면 면세점의 악성 재고를 고스란히 떠안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간 유통사와)협상을 해야 하겠지만 가격적인 메리트(이점)가 없으면 굳이 리스크를 안고 면세품을 매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면세품의 국내 판매 기한이 6개월로 제한된 점도 중간 유통사에는 부담이다.

'면세품의 꽃'이라고 불리는 화장품이 국내 판매 대상에서 빠진 점도 악재다. 시중에는 화장품·식품·고가 명품을 제외하고 '중저가 브랜드' 패션 잡화 위주의 시즌 상품만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 유통채널 판매나 할인율 적용에 동의하지 않은 명품 브랜드를 빼고 재고품을 추려내면 '중저가 브랜드'의 선글라스 등 여름철 시즌 상품만 판매하게 될 공산이 크다"며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화장품은 유통기한 때문에 대부분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장품과 고가 명품을 제외하면 애초 관세청이 기대한 '1600억원 유동성 확보'는 요원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의 재고 보유량 중 장기재고의 원가 추정가가 1800억원이어서 그런 계산이 나온 것 같다"며 "실제 팔 수 있는 재고는 매우 한정적이어서 그 정도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업계는 궁여지책으로 '3자 국외 반송'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자 반송'이란 면세품을 공급처가 아닌 해외 판매처로 반송하는 제도다.

결국 판매처를 해외로 돌리는 격이지만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걸쳐 확산하고 있어 낙관할 수는 없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국내 판매가 여의치 않을 경우 해외로 '3자 반송'을 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전망에 대해서는 "확신하긴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Queen 김정현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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