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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쿠바의 연인’ 연출한 정호현 감독 열 살 연하 진짜 쿠바인 남편과 결혼생활 공개
다큐멘터리 ‘쿠바의 연인’ 연출한 정호현 감독 열 살 연하 진짜 쿠바인 남편과 결혼생활 공개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1.03.1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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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쿠바의 연인’은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전반부와 정호현 감독이 쿠바에서 만난 지금의 남편 오르엘비스와의 연애이야기를 담은 후반부로 나뉜다. 쿠바 아바나의 해변에서 사람들이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는 장면으로 오프닝을 시작한 후 곧바로 사회주의 체제 아래서 적은 월급으로 어렵게 살아가는 쿠바인들의 고충도 함께 보여준다.
“자본주의 나라에 사는 여자와 사회주의에서 사는 남자가 사랑하면서 겪게 되는 스토리를 통해 서로 다른 것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필요성을 일깨워주고 싶었어요. 더불어 사랑의 힘이 얼마나 위대하고 강력한지도요.”
우연히 쿠바로 떠났다가 그곳에서 만난 쿠바 남자와의 사랑 그리고 서로의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과 해결까지, 작품의 모든 이야기는 정 감독 부부의 실제 이야기다. 영화의 결말이 그러하듯 이들 부부 역시 결혼해서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다.
“한국에 와서 겪은 재미있고 황당한 에피소드까지 담지 못해 너무 아쉽다”고 말하며 남편 오르엘비스를 향해 싱긋 웃어 보이는 정 감독. 동그란 얼굴, 크진 않지만 서글서글한 눈매까지 전형적인 동양 여인의 모습을 가진 정 감독과 아직은 앳된 모습의 쿠바 특유의 자유로운 느낌이 물씬 풍겨나오는 쿠바 남자, 오르엘비스의 조합(?)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하면서도 묘한 앙상블을 이루고 있었다. 오직 서로에 대한 굳건한 사랑 하나만으로 나이, 언어, 국적을 초월한 이들 부부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

운명의 나라, 쿠바
캐나다에서 다큐멘터리 관련 공부를 하던 정 감독은 방학을 맞아 친구와 함께 쿠바로 여행을 떠나게 됐다. 학업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나고자 순전히 관광을 목적으로 찾은 곳이지만, 그곳에서 그녀는 쿠바에 대해 강한 첫인상을 받았다.
“쿠바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가장 매력적인 나라예요. 배운 것이나 가진 것을 따지지 않고, 서로를 동등하게 봐주거든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사람들은 걱정하고 불안해하기보다는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가죠.”
그렇게 쿠바에 대해 특별하고도 기분 좋은 느낌을 간직한 채 그후로 한 번 더 쿠바를 찾았으나 지금의 남편을 만난 것은 세 번째 쿠바 여행에서였다. 유학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온 그녀에게 우연인지 운명인지 쿠바의 한인 후손을 취재하는 프로젝트 요청이 들어온 것. 쿠바는 두 번 관광을 간 것이 전부이기에 스페인어도 전혀 못했고, 4개월 일정의 프로젝트라는 점도 마음에 걸려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무언가에 이끌리듯 결국 또 한 번 쿠바로 떠나게 됐다.
“한인 후손 중에서 대학생 한 명을 인터뷰하기 위해 약속장소로 갔는데, 그때 오르엘비스가 옆에 있더라고요. 대학에서 컴퓨터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이었는데, 어찌나 눈빛이 반짝거리고 예쁘던지(웃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제가 첫눈에 반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첫눈에 반했다는 정 감독과 달리 오르엘비스는 정 감독에게 처음부터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기보다는 대화를 나누며 “이 외국인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 정도였다고. 그렇게 서로에 대해 조금 다른 첫 느낌(?)을 갖게 된 두 사람은 정 감독이 쿠바에 머물던 4개월 동안 정 감독의 적극적인 대시로 만남을 이어갔다. 대화가 잘 통하던 두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스럽게 불꽃같은 사랑을 키워가게 됐다. 애초에 계획했던 4개월의 일정이 끝나고, 정 감독이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6개월 동안 전화로 사랑을 속삭이며 꾸준히 인연을 이어갔다. 
“제가 다시 쿠바로 가지 않는 한 우리가 만날 일은 없었어요. 쿠바는 자국민의 해외 여행이 자유롭지 않았고, 저는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쿠바로 갈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우리 둘 관계의 열쇠는 한마디로 저에게 있었던 거죠.”
고민 끝에 정 감독은 쿠바행 비행기에 다시 몸을 실었고 사랑하는 연인, 오르엘비스와도 재회하게 됐다. 사실 결혼을 약속하기까지는 갈등도 많았다. 동거문화에 익숙한 오르엘비스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얽매이고 싶어하지 않았고, 정식으로 절차를 거쳐 당당하게 사랑하고 싶어하는 정 감독은 그런 오르엘비스를 설득해야만 했다.
“제가 남편을 열심히 꼬셨죠(웃음). 사실 아무래도 서로의 물리적인 거리가 멀다 보니 결혼하지 않으면 더 이상 만남을 지속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이었어요. 저의 결혼을 걱정하는 어른들에게도 인정받고 우리 둘의 사랑의 결정체인 아이를 낳고 싶기도 했고요.”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국적도 나이도 뛰어넘은 결혼을 결심했고, 둘만의 새로운 삶을 약속했다. 하지만 삶의 터전은 한국에 마련하기로 했다. 남편이 쿠바에서 일하며 받는 월급만으로는 생활이 너무 힘들고, 정 감독이 할 수 있는 일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비자문제로 인해 정 감독이 먼저 한국으로 들어오고, 한 달 뒤 오르엘비스는 오로지 정 감독에 대한 사랑 하나만으로 낯선 땅,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검은 피부의 사위,
집안 반대 무릅쓰고 한국에 정착하기까지
오르엘비스가 한국에 온 후 두 사람은 곧바로 정 감독 가족에게 인사를 갔다. 하지만 현실은 두 사람의 사랑만큼 그리 달콤하지 않았다. 쿠바에서 만났던 오르엘비스의 부모가 정 감독을 환영해준 것과 달리 정 감독의 집에서는 말 그대로 불벼락이 떨어진 것.
“처음에는 다섯 살 차이라고 나이라도 속여볼 생각을 했다니까요(웃음). 제가 엄마 입장이라도 정말 황당했겠죠. 얼마나 놀라셨겠어요. 혼기가 꽉 찬 딸이 열 살이나 어린 외국 남자를 데려왔으니까요. 오르엘비스가 나이도 어리고 검은 피부라는 것 외에도 어른들이 보기에는 조금 요란스럽기도 한 복장에 폭탄머리(?)까지 하고 나타났으니, 그야말로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하지만 정 감독은 오르엘비스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결혼을 해야 했다. 서른다섯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기도 했고, 이렇게 오르엘비스를 쿠바로 떠나보낸다면 다시는 열정적인 사랑을 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집안의 반대를 이겨내고 2007년 여름 결혼하게 된 두 사람. 한국과 쿠바, 두 나라가 ‘이적 국가’라는 이유로 주 일본 쿠바대사관과 주 멕시코 한국대사관을 거쳐 비로소 완벽한 부부가 되었다.
벌써 결혼 5년 차,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지만 국적도 문화도 세대도 다른 두 사람이 함께하면서 어려운 점도 분명 있었을 터. 쿠바는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는 열악한 편이지만 문화적으로는 훨씬 더 자유롭고 여유로운 분위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춤추고 웃고 즐기며 살아가는 문화다. 이러한 쿠바와는 전혀 다른 한국의 문화에 정착해야 했던 오르엘비스의 마음은 어땠을까.
“한국에서 생활하며 가장 놀란 점은 늘 시간에 쫓기는 일상과 사람들의 소비문화였어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이동하는데, 길이 막혀 목적지까지 가는 시간이 오래 걸리자 한국 사람들이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요. 쿠바는 길을 걸어가면서도 아는 사람이 있으면 그 자리에 서서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지나갈 정도로 시간에 연연해하지 않아요. 또 쿠바는 자본주의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돈을 벌고 그것에 맞게 소비하는 문화가 상당히 어색했어요.”
다큐멘터리 ‘쿠바의 연인’에서도 “한국의 소비문화를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오르엘비스의 말이 대사로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생활한 지 4년이 가까워오면서 오르엘비스도 어느 정도 자본주의에 적응한 것 같다는 게 정 감독의 말이다.
“남편은 이전까지만 해도 아끼는 것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어요. 워낙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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