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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2월호 -CF촬영 뒷이야기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2월호 -CF촬영 뒷이야기
  • 양우영 기자
  • 승인 2020.06.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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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2월호

순진한 부시맨들, 선물공세에 '아따따바'연기일품

한편의 CF가 촬영되어 브라운관에 방영되기까지 제작팀은 갖가지 애환을 겪는다. 아직 문명에 찌들지 않은 아프리카 부시맨들을 모델로 한 CF촬영 이면에는 이런 웃지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1991년 2월호 -CF촬영 뒷이야기
1991년 2월호 -CF촬영 뒷이야기

 

류마디스, 관절염하면 으레 몸이 저리고 쑤셔서 엉저주춤한 모델이 나오는 것이 여태까지 광고가 아니었던가. 후발업체인 동국제약의 광고는 차별화될 수 있도록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델을 보여주자는 결론을 내렸다. 수 많은 회의와 아이디어 수집, 또 회의와 아이디어 수집······결국 류메피놀의 원산지인 아프리카를 보여 주자는 것으로 최종결정이 났다. 

'인삼'하면 한국을 최고로 쳐주듯이 '루메피놀'하면 들먹여지는 곳이 남아프리카의 보츠아나, 원래의 뜻은 신이 버린 땅이었으나 요즘은 다이아몬드가 엄청나게 많이 발견되어 팔자가 확 바뀐 나라이다. 그러나 그 이름 그대로 신조차 수정을 가하지 않는 원시의 자연, 태초의 생활방식을 아직 곳곳에 잔존해 있는 곳이다. 

입국허가서 하나 받는데도 3개월이 걸리는 곳인데 운 좋게 선발대 한 명이 대우직원틈에 끼여 현지이민국에 촬영 허가를 받으려 출국했다. 이민국이란 곳을 찾아 갔더니 부시맨 촬영은 무조건 싫다는 것이 아닌가. '부시맨'이란 영화에 나온 '부시맨'은 진짜 부시맨도 아닌데다 부시맨의 이미지를 실추시켜 놓아 불쾌하다는 것이었다. 설득 끝에 촬영팀 9명의 비자서류를 겨우 접수시켰는데 세상에 무슨 관공서가 서류를 그렇게 보관할 수 있는지 서류를 받아 물컵 놓는 탁자 밑에 허술하게 내려 놓을 때부터 괜히 불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서류를 찾으러 가니 앓어 버렸다고 다시 작성해 달란다. 시키는대로 작성해 줬더니 또 선반 위에 턱 얹어 놓는다. 또 역시 분실. 결국 똑같은 서류를 3번이나 제출해야 했다. 파일박스나 결재판이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드디어 9명의 촬영팀이 도착해서 부시맨의 마을로 들어 갔다. 정기노선 비행기에서 내려 경비행기로 4시간, 다시 랜드로바를 타고 8시간 걸려 첩첩 오지인 부시맨 마을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이 부뚜후두, 칼라리 사막의 한 가운데였다. 영어를 쓰는 통역 한 사람과 (부추아나는 영국 식민지였던 까닭에 식자들은 영어를 쓴다)영얼ㄹ 부시맨어로 통역하는 또한 사람의 통역을 데리고 마을로 들어가니 부시맨들이 신기한 눈으로 우리를 맞았다. 

남자와 여자들을 모아 달라고 우리의 뜻을 전달했더니 아뿔사, 남자들은 대부분 사냥을 떠나서 열흘이나 보름 쯤 있어야 돌아온다는 것이 아닌가. 그들의 사냥이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는 것은 동물을 잡는 무기가 워낙 원시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통역의 말이었다. 

곤충의 알을 썩혀 독을 만들고 그 독을 대침에 발라 대롱에 넣고 입으로 '훅'불어서 동물의 몸에 맞추는 것이 그들의 사냥방식인데, 그러다보니 독침을 맞는 동물이 지쳐서 쓰러질 때 까지 계속 쫓아 다녀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한 번 독침을 쏜 동물을 부시맨들은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는 것. 동물의 냄새, 발자욱, 배설물 등으로 반드시 찾아 낸다는 것이었다. 

하루하루가 돈인데,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고···. 할 수 없이 마을에 남아 있는 남자와 여자들을 모아 촬영에 들어갔다. 부시맨 특유의 민속의상으로 갈아 입고 나오라고 했더니 방송심의에 걸려 방영조차 못 될 것이 분명하다. 팔로 가슴을 가리라고 신신당부한 뒤 카메라 앞으로 오라고 얘기하는데 워낙 순진하고 부끄럼이 많은 종족인지라 머뭇거리기만 할 뿐 나서는 사람이 없다. 

이 때 한국CF계의 '명 댄서' 한철 감독이 갑자기 라디오를 크게 틀더니 평소 실력을 십분 발휘하여 춤을 추기 시작했다. 껑충껑충 뛰면서 통역에게 '포크 송, 포크 댄스'를 시키라고 연신 소리를 질러 댄다.(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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