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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주호영 원내대표, 흙수저 운동권 vs TK 판사 출신
김태년-주호영 원내대표, 흙수저 운동권 vs TK 판사 출신
  • 오수연
  • 승인 2020.07.2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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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첫 여야 사령탑
김태년 주호영 원내대표
김태년 주호영 원내대표 사진=서울신문

 

21대 국회의 첫 여야 사령탑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김태년·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4월 14일 공식회동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정치 무대에 섰다. 두 원내대표 모두 21대 국회 운영의 기틀을 세우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라는 4·15 총선의 준엄한 민의를 받들어야 하는 책임이 크다. 

코로나19 국가위기의 한복판에서 만난 두 사람은 민생과 경제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역사적 책무도 피하기 어렵다. 슈퍼 집권당과 제1야당을 진두지휘하게 될 두 신임 원내대표의 인생과 정치 여정을 짚어보면서 향후 21대 국회의 정치 풍향계를 살펴보도록 하자.(Queen 6월호)


파트1. 흙수저, 학생운동 출신의 김태년
 

흙수저, 학생운동 출신의 김태년
흙수저, 학생운동 출신의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서울신문

 

“저는 이번 원내대표 선거가 재수입니다. 작년에 도전했고 떨어졌습니다. 제게 일할 기회를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177석 슈퍼 여당의 21대 국회 첫 원내사령탑을 선출하는 지난 5월 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연단에서 정견발표를 마친 뒤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마지막에 속내를 털어놨다. 이런 간절함에 당선자들은 큰 박수로 답했다. 그는 결국 82표의 과반 득표를 해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됐다.

시민운동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

1965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난 김 원내대표는 전형적인 ‘흙수저’ 출신이다. 구두수선공 아버지와 시장에서 생선을 팔던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순천고를 졸업하고 수원캠퍼스 총학생회장에 이어 1980년대 경희대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상임운영위원으로 활동한 ‘86그룹’ 출신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때 현재 지역구인 성남에서 학생 조직을 꾸렸고, 줄곧 시민운동가의 길을 걸었다. 성남청년단체협의회 의장과 민주주의민족통일 성남연합 공동의장, 성남시 고도제한해결 공동집행위원장 등을 지내며 정치적인 기반을 닦았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선거대책본부에 합류하며 정치에 뛰어들었고, 2003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함께 개혁국민정당을 창당해 노무현 정부를 뒷받침했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문재인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2차례 정책위의장을 지낸 대표적인 당내 ‘정책통’으로 꼽힌다.

친문 아닌 당권파… 슬하에 3녀

친노계 정당인 개혁국민정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김 원내대표는 ‘친문(친 문재인) 적통’은 아니다. 당내에서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당에 충성한다’는 평가대로 친문으로만 귀결되지 않는 그의 배경이 친문 핵심을 자처하는 전해철 의원을 결선 없이 이긴 비결일 것이다.

전 의원은 김 원내대표에게 10표 뒤진 72표를 받았고, 정성호 의원은 9표를 얻는 데 그쳤다. ‘뜻밖의 과반’을 달성한 데에는 ‘이해찬 당권파’의 지지가 컸다는 분석도 있다. 이들은 물밑에서 주변 동료들에게 전화를 걸며 김 원내대표의 당선을 도왔다.

그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성남 수정에 출마해 당선된 후 18대 총선에서 낙선했다가 19대·20대·21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되며 4선 고지에 올랐다.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동특보단장을 맡았다. 추미애·이해찬 당 대표 체제에서 정책위 의장을 연달아 지내며 정책 역량을 보여줬고, 당과 정부, 청와대가 긴밀히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당정청’ 회의를 체계화 했다. 가족으로는 부인 김미연씨와 3녀가 있다.

김태년 별명은 치밀한 ‘태테일’

당내에서 김태년 원내대표의 치밀함과 꼼꼼함을 빗대 ‘태테일’로 표현한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첫 당·정·청 회의에서 구체적인 입법 과제와 여당의 역할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공정거래법과 상법, 상생협력법 등 공정경제 입법과제를 마무리하겠다”면서도 “법 개정과 별개로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은 바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표준계약서와 분쟁해결기준 등 시행규칙과 운영규정을 바꿔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며 추진 의지를 보였다.

그는 실체가 모호한 ‘한국판 뉴딜’을 구체화하기 위해 다양한 입법 과제도 콕 집어 제안했다. 지난 14일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한국판 뉴딜은 데이터 인프라 구축에서 시작된다”면서 “데이터기반행정활성화법을 20대 국회에서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선 “학교시설을 미래형 스마트학교로 탈바꿈시키겠다”며 정보통신기술,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의 교육 개정을 논했다.

파트2.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판사 출신 주호영
 

논리적인 합리적인 판사 출신 주호영 원내대표
논리적인 합리적인 판사 출신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사진=서울신문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는 판사 출신의 정치인이다. 4·15 총선 참패로 ‘난파’ 위기에 처한 통합당의 구원투수가 됐다. 그는 1961년 강원 울진(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중·고등학교를 거쳐 영남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19년간 판사 생활을 한 경력이 있다.

대구지법 상주지원장·부장판사를 지낸 뒤,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초선으로 국회에 입성해, 20대 총선까지 대구 수성을에서 내리 4선을 했다. 그 역시 원내부대표(17대), 원내수석부대표, 여의도연구소장(18대), 새누리당 정책위의장(19대) 등 주요 당직을 지냈다. 17대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을 거쳐 초대 특임장관을 맡았다. 당시 친이(친 이명박)-친박(친 박근혜)계 간 갈등이 극심하던 시기에 정무 역할을 큰 잡음 없이 수행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2014년 말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총선 전 표 떨어진다”는 이유로 아무도 맡지 않으려던 국회 공무원연금개혁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공무원연금 개혁을 이끌기도 했다. 20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공천에서 배제돼 탈당했다가 무소속으로 당선돼 복당했다.
 

박근혜 탄핵 당시 탈당 후 복당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김무성 의원 등과 함께 집단 탈당해 ‘개혁보수신당’을 꾸렸다. 이후 초대 원내대표·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으며 활발히 활동했지만, 바른정당이 보수통합과 자강론을 놓고 대립하자 통합파 의원들과 함께 자유한국당으로 다시 복귀했다. 주 원내대표는 ‘비주류·복당파’라는 꼬리표가 붙었지만, 21대 국회에서 TK(대구·경북) 지역의 터줏대감으로 중량감을 드러냈다.
 

불교계 인맥 많고 법명은 자우

그는 제21대 총선에서는 대구 최고의 격전지로 꼽힌 수성갑에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누르고 당선돼 5선에 성공했다. 불교계 인사들과 두터운 인맥을 쌓은 대표적 불교통으로 알려져 있다. ‘자우(慈宇)’라는 법명을 갖고 있다. 그는 겸손한 성품과 신의를 중시하면서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부인 김선희씨와 2남을 두고 있다.

새로운 보수 재건하겠다… 취임 일성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과의 관계에 대해 “야당도 ‘국정 파트너’로서 여당에 협조할 건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여당이 법치의 틀을 허물려고 한다면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당의 미래에 대해 “190석 거대 범여에 ‘논리’와 ‘팩트’로 맞서는 강력한 수권 대안 정당을 만들겠다”며 “수도권·중도층·2040 청년 등 국민에게 다가가는 ‘진정성 있는 보수’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당선 직후 부친상을 당해 5일 만에 국회 당무에 복귀한 주호영 원내대표는 당에 산적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나가면서도 신중함을 놓지 않는 완급조절을 선보였다. 복귀 첫날 그는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와 ‘조속한 합당’에 합의해 논란이 일었던 미래한국당 ‘독자노선’ 시나리오를 종결시켰다.
 

주호영 성공적인 광주 방문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는 첫 외부 일정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택했다. 그는 지난 16일 성명서를 통해 “우리 당은 단 한 순간도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폄훼하거나 가벼이 생각한 적 없다”고 밝히면서 5·18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사과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지난해 2월 통합당 전신 한국당은 ‘5·18 진상 규명 대국민 공청회’를 통해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했고 소속 의원들도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집단”, “5·18 사태는 폭동”이라는 망언을 쏟아내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보수 재건의 막중한 업무를 맡은 그로서 광주시민들의 상처를 보듬어 역사적 화해와 동서화합의 시동을 건 것이다.

4·15총선 참패 이후 당 안팎의 쇄신 요구가 분출되는 상황과 함께 차기 대선을 앞두고 중도 확장, 호남 서진(西進) 전략 등이 더욱 긴요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통합당,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하며 변신 시도

기념식 참석에 앞서 주 원내대표는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관계자들과 만나 “민주화운동의 성격이나 권위에 대한 평가는 이미 법적으로 정리됐다”며 “간혹 딴소리를 해서 마음에 상처를 드린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난해 이종명·김순례·김진태 의원의 ‘5·18 폄훼’ 발언에 대해 재차 사과했다.

그는 이날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나오자 주먹을 위아래로 흔들며 집권여당 참석자들과 함께 제창하기도 했다. 5·18 기념식 주제가인 ‘임을 위한 행진곡’은 지난 보수 정권에서 제창을 금지해 논란을 빚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변신에 가깝다.

통합당의 태도가 달라지자, 광주 시민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이날 주 원내대표의 광주 방문에서는 지난해 황교안 전 대표가 광주 민주묘역에 도착해 광주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던 것과 같은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주 원내대표의 첫스타트는 일단 성공적이란 평을 받고있다.
 

파트3. 17대 ‘입사 동기’… 불꽃 튀는 수 싸움


김태년-주호영 두 원내대표는 17대 국회에 초선으로 입성한 ‘입사 동기’ 격이다. 김 원내대표가 잠시 자리를 비웠던 18대 국회를 제외하면, 12년 동안 한 지붕 아래서 일했다. 두 사람은 19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한 바 있다.

정가에서는 임기 초반 둘 사이에 ‘허니문’이 형성될 것으로 점치는 견해가 주류를 이룬다. 두 원내대표 모두 원만하고 합리적 성격의 소유자로 평가받는다. 대화를 통한 협상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각 강한 여당과 강한 야당을 내세우고 있지만 당분간은 머리를 맞대는 장면이 자주 비쳐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두 원내대표가 서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의견을 주고받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슈퍼여당인 민주당은 숫자가 많은 대로 ‘역풍’을 조심해야 하고 통합당 역시 지난 총선 참패의 원인이었던 무리한 강경 투쟁과는 일정 부분 선을 그을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 3차추경 공수처 후속법안 등 현안 산적

평온해 보이는 외견과 달리 두 사람의 머릿속은 참으로 복잡하다. 벌써부터 법제사법위원회를 두고 기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만난 두 사람은 벌써부터 대립각을 세웠다. 포문은 김 원내대표가 열었다. 그는 “(법사위를) 게이트키퍼 수단으로 악용하는 악습을 끊을 때가 됐다”며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 폐지를 주장했다.

그동안 각 상임위가 통과시킨 법안을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를 핑계로 고의로 처리를 지연시키거나, 법안의 내용에까지 관여하는 월권을 행사했다는 문제의식이다. 법사위 위원장은 관례적으로 야당이 맡아왔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를 이유로 법안처리를 지연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도 “국회를 통과한 법안 중 위헌법률이 1년에 10건 넘게 나오는데 체계·자구 심사까지 없애면 매우 위험하다”며 맞서고 있다.

통합당 내에서는 법사위가 거대여당의 입법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사실상 유일한 카드로 꼽히는 만큼 위원장 자리를 절대로 내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정부가 내달 초 국회에 제출할 3차 추경안도 쟁점이다. 원 구성 협상과도 맞물려 있다. 추경은 처리기한이 정해져있지 않으므로 야당이 작정하고 발목을 잡는다면 처리를 장담할 수 없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과 함께 관례적으로 야당 몫이었던 예산결산특별위원장까지 노리는 이유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21대 원 구성을 신속하게 마치고 곧바로 3차 추경심사에 돌입해야 한다”며 “3차 추경이 통과되고 예산이 확보돼야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만큼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여야가 원 구성 협상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사청문회법과 국회법 개정안,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 운영규칙안 등 공수처법 후속법안 등 산적한 현안이 두 원내대표를 기다리고 있다.

막중한 원내대표 역할

원내대표라는 자리는 막중하다. 다른 당(의석수 20석 이상 규모의 정당) 원내대표와 협의해서 누가 의장, 부의장을 맡을지, 누구를 어떤 상임위원회에 배치할지 결정한다. 아울러 회의 일정을 잡는 건 물론이고 본회의에서 의원들의 발언 시간까지 제한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법안이나 예산 처리와 관련한 협상 전략을 세우고 당의 기본 방침을 짠다는 점이다. 임기 1년 동안 거의 매일 있는 아침 회의에서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여론의 각광을 받는 자리다. 당 대표 등의 거물 정치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하는 요직인 것이다.


글 오수연(자유기고가) | 사진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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