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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방역에 '노숙자·출소자' 투입한다고? ... 학부모들 반발
학교 방역에 '노숙자·출소자' 투입한다고? ... 학부모들 반발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0.07.29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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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학교생활지원 일자리 사업' 시행 계획 내용. (서울시 제공)
서울시의 '학교생활지원 일자리 사업' 시행 계획 내용.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고용위기를 극복하고 학교 방역도 강화할 목적으로 시행하겠다고 예고한 '학교생활지원 일자리 사업'이 시작 단계부터 일부 학부모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2600명의 청년을 선발해 학교에 투입할 예정인데 선발 대상에 '노숙자'와 '출소자' 등이 포함되면서다.

29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23일 서울청년포털을 통해 학교생활지원 일자리 사업 참여자 모집 공고를 냈다.

서울에 거주하는 19~39세 청년 가운데 2600명을 선발해 △발열체크 △마스크 착용 지도 △이동수업 지도 △원격수업 보조 △급식 지도 △화장실 이용 지도 △학교 시설 소독 등 학교 방역 업무에 투입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오는 8월2일까지 공고하고 8월3~4일 신청을 받아 오는 8월17일부터 12월31일까지 기간 중 3~4개월 정도 서울 시내 각 학교에 배치하겠다고 공고했다. 선발되면 하루에 4~5시간씩 학교에서 근무하게 된다.

문제는 선발 기준이다. 서울시는 취업취약계층이나 코로나19로 인해 실직이나 폐업 등 경험자를 '우선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공고한 취업취약계층 범주를 보면 저소득층과 장애인, 6개월 이상 장기 실직자, 결혼 이민자, 북한이탈주민(탈북자) 등과 함께 △수형자로서 출소 후 6개월 미만자 △갱생보호대상자 △노숙자 등이 포함돼 있다.

이는 고용노동부의 '2020년 직접일자리사업 중앙부처-자치단체 합동지침'에 따른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중앙정부나 자치단체가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을 벌일 경우 취업취약계층의 참여비율을 최대한 늘리라고 주문하고 있다.

기존 중앙정부·자치단체의 직접일자리사업 참여자의 상당수가 비(非)취업취약계층이었다는 분석에 따라 사업별 취업취약계층 참여 상황 등을 따로 취합해 분석하고 중앙부처 직접일자리사업의 경우 취업취약계층 참여실적을 부처에 통보하고 있다.
 

다만 미성년자들이 주로 생활하는 공간인 학교에서까지 고용노동부의 지침에 따라 출소자, 갱생보호대상자, 노숙자 등이 포함된 취업취약계층 기준을 적용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면서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 조모씨(40·여)는 "아이들을 학교 현장에서 보호해줄 분들인데 출소자나 노숙자 등이 포함돼 있다면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어쩔 수 없다"며 "이런 분들을 배척하고 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지만 학교라는 공간의 특수성을 고려해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어 "학부모 가운데 누가 이런 조치를 선뜻 반기고 찬성할 수 있겠느냐"며 "서울시와 학교가 학부모를 설득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구로구의 한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씨(44·여)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떤 사람을 색안경을 끼고 보면 안 된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느냐"면서도 "어린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걱정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학교생활지원 일자리 사업 신청을 받으면서 성범죄 경력 조회 동의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성범죄 경력이 있다면 선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다만 고용노동부의 지침에도 '합동지침에 규정되지 않는 개별적·구체적 사항에 대해서는 사업 취지에 맞게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률적인 지침 적용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Queen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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