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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 Reality 뷰파인더 너머 김중만의 따뜻한 시선과 마주하다
Love & Reality 뷰파인더 너머 김중만의 따뜻한 시선과 마주하다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1.04.13 2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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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오후 4시.
새들이 반기는 소리를 들으며 레게 머리에 귀걸이를 한 베기 바지 차림의 김중만을 만나다.
가만히 깊고 맑은 그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니 옹달샘 같은 맑은 심성과 인도 성자의 철학적 기운, 비틀즈 같은 예술혼이 가슴으로 다가오다.
예술가와 법조인!
특이한 만남이었지만 우리는 금세 통했다.
뜨거운 불처럼 그가 다가왔고
나는 차가운 물처럼 그에게로 갔다.
우리는 따듯한 차가 되고 온수가 되어 어우러졌다.
소통…
김중만의 1975년도 포스터.
그리고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제목의 사진첩…
김중만은
그가 준 사진첩 제목처럼 오랜 친구였던 슬픔에게 이별을 고한 뒤
“그 사람 하나만이 나에게 건네준 아름다운 마음, 그 이유 하나로”
밝고 빛나는 태양과 함께 내일을 향해, 그렇게 숨 쉬고 있었다.
그는 신이 우리 모두에게 사랑을 전해주라고 보내신 또 한 명의 메신저다.
만나면 좋은 사람!
만나면 이웃이 되는 사람!
김중만
2011년  3월   이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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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수예술에서 새로운 인생을 발견하다
그를 바라보고 있으면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떠오른다.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고 훌쩍 떠나 새로운 세상을 담아오는 모습은 흡사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제는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린 레게 머리와 귀걸이. 특유의 블랙 스타일의 그를 만날 것을 상상하니 나에게도 약간의 일탈(?)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블랙 와이셔츠를 골라 입어본다. 인터뷰 전날 괌에서 돌아왔다는 그. 이제는 내가 찍고 싶은 사진만 찍을 것이라며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이재만 괌에는 어떤 일로 다녀왔나요?
김중만  나비를 찍으러 간 여행이었어요. 3개월 전에 잠깐 2∼3일 쉬러 간 적이 있는데 그때 우연히 수백 마리의 나비들이 있는 걸 봤어요. 마치 낙원의 한 장면 같았죠. 몇 장 찍으려고 했는데 실패해서 이번에 다시 찾아간 거였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때가 짝짓기 철이라 유독 나비가 많았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알을 까고 있는 중이라 그때보다 나비수가 줄었지만 목적의 한 70%는 달성하고 돌아온 것 같아요. 올 연말에 다시 가려고 생각 중이에요.
이재만 평소 흑백의 어두운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에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김중만 감성의 표현이기 때문이에요. 제 감성이 어둡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제가 보고자 하는 사물이라든지 담고자 하는 빛의 용량이 보통에 비해서는 좀 더 어두운 쪽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사람들이 좀 관심 없고 무겁고 어둡다고 하면 저는 속으로 좋아하고요. 그렇다고 가벼움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에요.
이재만 꽃을 찍은 사진처럼 마치 인생의 절정을 보는 듯한 느낌의 사진도 있어요. 그런 사진은 어둡다고 볼 수 없을 것 같은데요.
김중만 어두움이 너무 무거워서 잠시 벗어나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꽃 작업이었어요. 그전에 아프리카의 야생동물을 찍고 나서 본격적으로 꽃을 찍었는데요. 삶에 대한 긍정과 밝음의 한 면을 보여주는 거였고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꽃은 간간이 작업하고 있어요.
이재만 아프리카 사진은 대중의 반향이 특히 컸어요. 사자를 찍은 사진을 봤는데 사자의 눈이 굉장히 선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중만 실제로도 그래요. 눈이 섬뜩한 동물은 표범이죠. 렌즈를 통해 눈을 마주 보는 순간에도 섬뜩해요. 가장 아름다운 눈을 가지고 있는 동물은 기린이고요.
이재만 사자를 찍을 때는 보호장비 없이 가까이서 찍었다고 들었어요.
김중만 처음에는 20미터 거리에서 사자를 봤는데 나중에는 차에서 내려 10미터까지 다가갔어요. 그 정도 거리라면 공격 받더라도 충분히 돌아서서 차에까지 올 수 있다고 생각했죠. 나중에는 4미터 거리 앞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엄청난 엔도르핀을 느꼈죠. 온몸에 다 전기가 오르는데 무섭지가 않았어요. 그런데 나중에 사자가 사냥할 때 100미터를 4초에 뛴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하마터면 0.4초 안에 잡아먹힐 뻔한 거죠(웃음).
이재만 다시 사자와 만나는 순간이 생긴다면요.
김중만 결국 동물사진의 관건은 얼마만큼 가까이 다가가느냐 싸움이기 때문에 전 다시 카메라를 꺼내들 겁니다.
이재만 당시 아프리카 사진을 찍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었을 텐데요.
김중만 “사진가로서 아프리카를 위해 무언가를 하라”는 아버지의 유언 때문에 아프리카에서 동물사진 찍는 일을 시작했어요. 원래는 그런 곳에 들어가 몇 달씩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었거든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제 아이에게 아빠가 무슨 일을 하는지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래서 열 살 난 아들과 아내와 함께 셋이 아프리카로 들어갔죠.
이재만 아프리카에서는 사진 찍는 것 말고도 축구골대를 세우기도 했죠.
김중만 아프리카의 풍광과 부족을 찍다가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을 찍은 것이 계기가 되었어요. 그 작업을 하면서 마음속으로 너무 허무했죠. ‘저 천사 같은 아이들에게 무슨 죄가 있어서 5, 6년 밖에 못 살고 죽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들에게 꿈을 주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축구골대를 세우기 시작했어요. 계산해보니 골대 하나면 200명 정도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더라고요. 지금까지 열세 개 정도 세웠는데 10년 뒤에는 드롭바 같은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이재만 나눔은 한번 시작되면 계속 퍼져나가는 것 같아요. 캄보디아에는 김점선 화가의 이름을 딴 미술학교를 세우고 있다고 들었어요.
김중만 김점선 미술학교는 올해 완공될 예정이에요. 살아생전 저와 가까웠던 화가인데 재미있는 것은 그녀가 한 번도 외국에 나간 적이 없다는 사실이에요. 세계문화유산이 있는 곳에 자기 미술학교가 있으면 하늘에서도 행복해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추진하게 됐어요.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앙코르와트가 있는 씨암릿에 한국 미술학교가 하나쯤 세워지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고요.

# 셔터를 눌러야 사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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