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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주최 '세계를 뒤흔드는 여성 150인'선전 전 워싱턴 D.C 교육감 미셸 리
뉴스위크 주최 '세계를 뒤흔드는 여성 150인'선전 전 워싱턴 D.C 교육감 미셸 리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1.04.14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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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 교육감으로 보낸 3년의 격동의 시간… 미국의 우수 공교육 개혁 전도사로 이름 남기다”

 

 

세계를 뒤흔드는 자랑스러운 한국인
칠레의 전직 대통령이자 현 유엔 여성담당 총재를 지내고 있는 미첼 바첼레트는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100주년을 맞아 “지난 100년 동안 남녀차별 문제는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여성들이 지위에 따른 차별에 시달리는 현실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같은 조건을 놓고 봤을 때, 여성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근 ‘세계를 뒤흔드는 여성 150인’을 선정·발표해 많은 이목을 끌었다. 명단에는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이란 민주화운동가인 시린 에바디,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와 메릴 스트리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끼치는 여성들이 올라 있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이름은 지난해까지 미국 워싱턴 D.C. 교육감을 지냈던 미셸 리와 재미교포 김필주 박사다. 김 박사는 북한 기아문제 해소와 경제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높이 인정받았다. 그이는 북한 함경도 출신으로 서울대와 코넬대에서 종자학을 전공했으며, 미국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 어글로브서비스 인터내셔널을 설립해 황해도 지역에 4개 농장을 임대 받아 농업기술 및 식량을 전수하고 있다.

한국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타임지 커버 모델 장식
2007년 6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미국 워싱턴 D.C. 교육감을 지냈던 미셸 리. 그녀는 1960년대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간 부모를 따라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코넬대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 케네디대학원에서 공공정책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볼티모어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직접 교육 현장에서 부딪히고 느끼며 교육의 중요성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된 미셸 리는 그러한 자신의 신념에 따라 ‘새로운 교사 프로젝트’라는 비영리 단체를 설립해서 20개 주에 있는 1만여 명의 우수 교사를 지원해왔다. 그러던 중 마침 교육개혁의 절실함을 느끼고 있던 에이드리언 펜티 워싱턴 시장을 만났고, 그간의 활동을 인정받아 당당히 워싱턴 D.C. 교육감에 임명됐다.
워싱턴 D.C. 교육감은 지난 40년간 흑인이 독식하던 자리였기에 한국계 미국인의 파격 인사는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는 몇몇 사람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미셸 리는 취임 직후부터 교육현장에서 키워온 경험을 바탕으로 공교육 개혁을 단행, 결국 학력을 향상시키는 성공적인 결과를 낳아 걱정 어린 시선을 순식간에 불식시켰다. 당시 그이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훌륭한 선생님을 맞이한 아이들은 그 수준에 맞는 결과를 분명히 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셸 리가 워싱턴 D.C. 교육감이 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워싱턴 D.C. 전체 학교의 15%에 해당하는, 학력이 평균 기준치에 미달하는 21개교를 폐쇄한 것이다. 정년을 보장받지 못한 교사들의 반발이 커져갔지만 미셸 리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교사들의 정년을 보장하지 않는 대신 수업 참관을 통한 교사 평가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종합해 교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연봉계약제, 즉 우수교사 인센티브 정책을 도입했다.
그이의 개혁은 학생들에게도 적용됐다. 워싱턴 D.C. 일부 지역에서 학업성적이나 수업태도에 따라 학생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실시해 일각에서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결론적으로는 학생들의 성적이 상당히 향상됐다.
이와 같은 획기적인 개혁으로 임기 내내 많은 성과를 거뒀던 미셸 리. 지난 2008년에는 타임지에 한국계 최초로 표지에 실리는 등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사회 각계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빌 게이츠는 “질 높은 공교육을 제공하는 미셸 리의 업적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말하며 그녀를 극찬하기도 했다.

3년 반이라는 격동의 시간을 보낸 후 지난해 공식 퇴임
미셸 리는 워싱턴 D.C. 교육감을 지내는 동안 미국 내 최하위였던 워싱턴 공립학교의 학업성취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등 눈에 보이는 뚜렷한 성과를 이뤘다. 학부모의 지지도도 항상 60% 이상을 유지할 만큼 워싱턴 D.C. 내에서는 두터운 신망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이의 정책이 교원을 상대로 한 개혁이 주를 이루다 보니 교원노조와의 갈등은 끊일 줄 몰랐다. 논란과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셸 리를 발탁했던 에이드리언 펜티 워싱턴 시장이 재임에 실패하며 그이에 대한 지지도 역시 자연스럽게 하락했다.
미셸 리는 이와 관련해 “사람들이 나와 함께 변화에 동참하고 그에 대한 결과를 받아들여준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하며 자신의 지지도 급락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때가 되면 퇴임할 것을 은연중에 비치기도 했다. 결국 2010년 10월, 공식적으로 퇴임을 발표하며 워싱턴 D.C. 교육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제는 열두 살, 여덟 살 두 딸의 엄마라는 자리로 돌아간 그이지만 미셸 리를 옹호하던 사람이나 비판하던 사람도 부인할 수 없는 한 가지는 그이가 밟아온 지난 개혁의 흔적과 성과가 워싱턴 D.C.에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과목과 학년에서 성취도가 뚜렷하게 향상됐으며, 학교 중퇴율 또한 급격히 줄어들어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이 늘어났다는 확실한 성과가 바로 그것이다.
미셸 리는 퇴임사를 통해서도 교육개혁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할 정도로 언제나 교육에 대한 무한한 희망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기초를 놓았을 뿐 아직도 모든 아이들이 교육의 권리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수준에 다다르려면 갈 길이 멀어요. 교육개혁은 삶의 질을 높이는 한가운데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겪은 시행착오가 있었다면 그것으로 또 다른 교훈을 얻길 바랍니다.”

 한국경제연구원 창립 25주년 및 한인의 날 기념식에서 한인 대표로 연설했던 미셸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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