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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수로 인생 2막을 열다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아버지 이상태 씨의 父子有親
대학 교수로 인생 2막을 열다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아버지 이상태 씨의 父子有親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1.04.14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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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스타 부부 탄생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으며 지난 2008년 결혼에 골인한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와 ‘슈퍼땅콩’ 김미현 부부. 2009년 11월 아들 예성이가 태어나며 부부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을 맞이한 듯하다.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까지 두 사람이 이겨낸 땀과 눈물 어린 과정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그들의 삶은 이제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멀리 미국에 있는 아내와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가장이 되기 위해 그간 지도자의 삶을 준비해온 이원희가 최근 모교인 용인대학교 유도경기지도학과 교수로 임용된 것. 결혼 이후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석사와 박사과정에 도전한 지 불과 몇 년 만에 이뤄낸 결과물로는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이원희는 선수생활 동안 한국 유도 사상 최초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이후 다시 한 번 서른한 살의 나이에 최연소 교수 임용이라는 기록을 세운 것이어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그런 아들을 지켜보는 아버지 이상태 씨의 눈빛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자랑스러움이 가득하다. 새로운 삶을 개척해나가는 아들과 손자의 탄생으로 인생의 또 다른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아버지. 이들 부자와의 만남은 이심전심 속에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도자가 된다는 것
“최연소라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그보다 사람을 가르친 것 자체에 대한 고민이 크죠. 내가 아무리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말한다고 해도 행동이 일치하지 않으면 진정한 교육이 될 수 없잖아요. 그게 참 힘든 일이죠. 그간 아무리 열심히 선수생활을 하고 또 지도자가 되기 위해 공부했다고 해도 그게 몸에 배지 않아 학생들에게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에 더욱 저 자신을 채찍질하고 담금질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인간으로서 완벽하지 못하겠지만 완벽에 가까워지려는 노력 자체로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고 싶어요. 아직까지는 모든 행동이 조심스럽네요.”
이미 지난 6학기 동안 강사로 활동해왔지만 교수로서 또 다른 느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학생들을 대하는 데 남다른 책임감을 드러내는 그에게서 진지한 고민의 흔적이 느껴진다. 그런 아들을 보는 이상태 씨의 표정도 사뭇 진지하다. 그간 아들이 거쳐온 노력의 시간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잘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한편으로 부모의 자식 걱정은 끝이 없는 듯하다.
“쉽지 않은 선수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다시 공부해 교수가 된 아들이 대견하기 이를 데 없죠. 어려움이 많았는데 참 잘해냈어요. 사실 중·고등학교 시절 운동에만 매달리다 보니 책을 접할 시간이 부족했잖아요. 그런데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공부하는 걸 지켜볼 때면 ‘운동만 한다고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단순히 실력만이 아닌 학식과 인성, 진심 어린 마음을 갖춰야 한다는 걸 원희는 이미 알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부모의 노파심에 ‘앞으로는 육체적인 노력보다 정신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어쨌든 힘든 과정을 거치고 이렇게 지도자로 나서는 아들을 보니 부모 입장에서는 이룰 것을 다 이뤘다는 생각에 기쁘고 안도감이 듭니다. 이왕이면 평생 기억에 남는 존경받는 지도자가 되면 좋겠어요.”
그간 이상적인 지도자 상에 대해 고민이 적지 않았던 터라 아버지의 바람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교수에 임용되기 전 그의 박사논문 주제 역시 그런 고민이 담겨 있다. ‘유도 엘리트 선수와 지도자 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논문은 그가 선배 지도자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그들의 지도 방식과 선수의 기량 간에 상관관계를 연구한 것으로 올바른 지도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심한 결과물이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리코스 카잔차키스가 ‘말을 최선을 다해 달리게 하는 것은 훈련의 50%가 완성된 것이고, 배가 고픔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뛸 수 있게 하는 것이 훈련의 100% 완성’이라고 한 말이 마음에 와닿았어요.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꿈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정진해나갈 수 있는 선수를 키우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죠.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물론 기술을 가르쳐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마음속에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미래의 꿈을 확실하게 심어주는 것이 훈련의 완성이 아닐까 싶어요. 논문을 쓰면서 가장 크게 발견한 점은 지도자와 선수 간에 보이지 않는 믿음과 신의의 중요성이에요. 지도자가 선수를 대할 때 내 몸과 같이 생각하지 않고 막 대한다면 신의가 생길 수 없겠더라고요. 선수와 지도자는 가족과 떨어져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같은 목표를 가지고 땀을 흘려야 하는 또 다른 가족인데 간혹 어떤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길 때도 있었죠. 무조건적인 권위의식을 내세우기보다 선수의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효율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 지도자의 바른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선수들이 바라는 목표를 이룬 선배이자 교수로서 ‘제2의 이원희’를 꿈꾸는 제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도 많다. 종목을 막론하고 우리나라 대부분의 선수들의 꿈은 올림픽 금메달이지만 그것이 꼭 최종 목적은 아니라는 것. 최선을 다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너무 한 가지 목표만을 전부라고 생각하다 보면 놓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올림픽 금메달은 삶의 한 과정일 뿐이에요. 그것이 전부일 경우 꿈을 이루었을 때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하는 데 있어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되거든요. 또 선수로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행복을 공유할 수 있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어요.”
피는 못 속인다! 붕어빵 3대의 행복
이상태 씨는 그 세대 동년배에 비해 좋은 체격을 타고났다. 젊은 시절 한때는 권투와 같은 운동을 즐기기도 했다. 이원희의 운동신경은 그런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았음이 분명해 보인다. 따지고 보면 그가 유도선수로서 성공을 거머쥐게 된 것도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원희는 좀 특수한 아이였어요. 운동신경이 남다르고 모든 게 빨랐죠. 특히 집념과 승부욕이 강했어요. 그런 면을 보면서 운동을 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고요. 유도를 선택한 것은 사실은 제가 선호한 이유가 커요. 예를 중시하는 운동이기에 정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인성이 갖춰질 것 같았거든요. 중학교 때부터 혹독한 훈련을 하기도 하고요. 적어도 고등학교 때까지 6년간 혹독한 훈련을 이겨낼 수 있다면 앞으로 어떤 일을 해도 개척하고 좌절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죠.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운동에 대한 일종의 철학이기도 하고요.”
선 굵은 인상이기에 퍽이나 엄했을 듯하지만, 이원희에게 아버지는 친구이자 좋은 의논상대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레슬링하며 놀던 기억은 아들에게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자신의 친구들까지도 종종 집으로 불러 함께 어울리기를 좋아했던 아버지는 그에게 최고의 멘토로서 지대한 영향을 줬다.
“아버지는 남을 속이는 것을 무척 싫어하셨어요. 평생을 정직하게 사셨고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죠. 그런 부분이 제 삶에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해요.”
“원희와 종종 이야기하는 것이 절대 사나이로서 비굴해지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보통 선후배 간에 시합을 할 때가 많거든요. 그럴 때는 선배 아이가 잘하는 후배한테 양보하라는 소리도 하더군요. 전 원희에게 절대 타협하지 말고 스포츠맨십을 추구하라고 강조했어요. 간혹 열성적인 부모들 중에는 아이가 시합에서 졌을 때 야단을 치는 경우도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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