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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수종, 탄자니아 아이들과 함께한 열흘간의 나눔 기록
배우 최수종, 탄자니아 아이들과 함께한 열흘간의 나눔 기록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1.04.14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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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에 종영한 KBS 드라마 ‘프레지던트’에서 아내 하희라와 함께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배우 최수종. 그는 드라마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어려운 이웃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종로노인복지관에서 560여 인분의 도시락 봉사를 한 데 이어 지난 3월 7일에는 아프리카 탄자니아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보통의 배우들이 작품이 끝나면 휴양지로 여행을 떠나는 등 휴식을 얻는 시간을 갖지만 그는 몸의 안식보다 마음의 안식을 택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나눔이 사명인 것 같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킬리만자로의 세렝게티국립공원이 펼쳐진 아프리카의 대표 관광지로 유명한 탄자니아. 그곳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가슴이 찢어질 듯 고통스러웠던 한편으로 마음이 정화될 정도로 희망을 발견하기도 했다는 그는 Queen 독자들에게 큰 목소리로
“탄자니아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최수종이 탄자니아에서 보내온 메시지
# scene 1 ‘죽음의 물’ 빅토리아 호수
탄자니아에 도착해 첫 번째로 향한 곳은 동아프리카에 위치한 탄자니아의 므완자. 탄자니아의 수도 다레살렘에 내려 습하고 더운 바람을 지나 또다시 국내선 항공을 타고 가야지만 도착할 수 있는 도시다. 므완자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인 ‘빅토리아’가 맞이한다. 호수는 바다같이 넓었고 파도도 제법 모양을 갖추어 넘실대고 있었다.
약 300만 명이 밀집한 지역인 므완자는 빅토리아 호수로 인해 아름답고 고요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감상적인 기분도 잠시, 이 호수가 므완자 지역 사람들을 포함해 1천200만 명의 생명수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치명적인 장기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기생충인 주혈흡충이 살고 있어 소외열대질환(NTD)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소외열대질환은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의 빈곤한 지역에 주로 발생하는 질병으로, 비위생적인 식수와 낮은 위생수준, 기본적인 의료서비스가 열악한 지역에서 만연한다. 극심한 고통과 장애를 야기함에도 불구하고 HIV/AIDS나 말라리아에 비해 주목받지 못해 치료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소외열대질환 감염자들은 빈곤과 무지, 의료시설의 부재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질병으로 고통 받으며 심한 경우 실명, 다리 기형 등의 장애를 겪거나 간, 신장 등 내부 장기에 문제가 발생해 사망하기도 한다.
마을을 지나가는 내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만삭의 임산부처럼 배가 부풀어오른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물은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근원인데 그 물로 인해 사람이 죽어가다니…. 안타까운 마음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 scene 2 아빠의 마음으로 빈곤을 고민하다
므완자 지역 중에서도 소외열대질환 감염률이 가장 높다는 코메섬을 방문하러 가는 길. 차로 꼬박 한 시간 반을 달리고 다시 페리(배)를 타고 40분, 또다시 차를 타고 30분을 가야만 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제일 먼저 만난 마흔두 살의 니암프웰라 씨. 그는 기생충이 가득한 빅토리아 호수에서 무려 10년 동안 잠수해 물고기를 잡는 어부로 살았다. 그토록 위험한 호수에서 오랜 기간 잠수를 하며 지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그동안 배가 불러오는지도 모르고 살다가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를 통해 검사를 받게 됐지만 이미 몸은 많이 망가져 있었다. 특히 간은 주혈흡충에 감염돼 모든 기능을 상실했다.
그에게는 하나뿐인 아들이 있었는데, 아들 민서와 같은 4학년이었다. 그런데 이 아이는 당장 몇 개월 후 아빠를 잃을 수도 있었다. 니암프웰라 씨는 아들에게 “너는 절대로 빅토리아 호수에 들어가면 안 된다”라고 당부를 한다. 그 모습에 사랑하는 아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들에게 아빠가 없다면 얼마나 외로울지 상상하니 내 가슴이 먹먹해졌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자신의 상황보다 아들이 앞서 걱정되는 아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슬픈 마음을 부여잡고 당장 끼니가 없는 이 가정에 쌀과 식용유 등 필요한 식료품을 가져다주었다. 그러고는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다음 가정을 방문하기 위해 나섰다.
니암프웰라 씨와 같은 가정은 의외로 많았다. 앞을 보지 못하는
엄마와 두 아이가 살고 있는 집을 방문했을 때는 안타까움에 탄식이 절로 나왔다. 아이들이 빅토리아 호수에서 집안의 생계를 위해 생선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 아이의 미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자 안타까운 마음에 호수에 들어가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지 않으면 생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말리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절대적으로 열악한 상황 속에 끊이지 않는 빈곤의 고리를 어떻게 하면 해결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마을 아이들을 돕는 내내 마음이 복잡했다.

# scene 3 코메섬 지역 아이들에게 선물한 우물
탄자니아에서 소외열대질환 감염률이 가장 높은 코메섬 지역 헬스센터. 굿네이버스는 코메섬 집중관리사업을 진행하면서 우물이 한 개였던 코메섬에 23개의 우물을 기증하고 지속적인 관리와 주민교육을 해왔다. 당장에 먹을 것을 주기보다 가난과 질병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 터라 이곳 주민들을 위해 우물을 파기 시작했다. 기생충이 가득한 빅토리아 호수의 물을 먹어야 했던 이들에게 우물은 그야말로 ‘생명수’였다.
건장한 동양인 남성이 우물을 파기 시작하니 근처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에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도 즐겁게 우물을 팠다. 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힘든지도 몰랐다.
우물을 판 다음 아이들과 함께 한바탕 축구시합을 벌였다. 평소 좋아하던 축구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것은 짜릿한 일이었다. 아이들과 몸을 부대끼며 뛰어놀았더니 어느덧 하루가 훌쩍 지나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팠다. 이 지역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외열대질환을 앓고 있는데 30대 후반부터 몸에 이상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다가 50세 전후로 사망하게 된다. 아이들은 자연히 부모와 보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아이들이 축구를 하며 그토록 좋아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저려왔다.

# scene 4 다음 세대에는 안전한 미래가 보장되기를
코메섬만큼이나 소외열대질환 감염률이 심각한 루메지 지역은 주혈흡충이 간이 아닌 방광을 손상시켜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기생충에 감염된 아이들의 치료가 시급한 상황. 학교를 찾아 심각한 수준의 기생충이 검출된 아이들을 모아서 투약을 도왔다. 전문 의료진과 약사가 약을 주면 삼킬 수 있도록 물을 주는 역할을 했는데 아이들은 약을 먹어본 경험이 거의 없고 너무 써서 대부분 잘 삼키지 못했다. 물을 먹여주며 약을 혀 아래 감추거나 삼키지 않으려고 꾀를 부리는 아이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아∼’ 소리를 내며 입을 벌리게 해서 약이 삼켜진 걸 직접 확인한 다음에야 아이들을 보내주었다. 확인할 때마다 “이 약이 너희 모두를 깨끗하게 낫게 해줄 거야. 그러니까 잘 삼켜야지”라며 웃었지만 마음으로는 아이들에게만큼은 안전한 미래가 보장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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