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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엄마 찾아 삼만리’ 윤기원씨…이젠 뇌전증 아내 위해 ‘선녀와 나무꾼’으로
[인간극장] ‘엄마 찾아 삼만리’ 윤기원씨…이젠 뇌전증 아내 위해 ‘선녀와 나무꾼’으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9.14 0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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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산골 집에 윤기원 씨네 가족이 산다. 사랑의 전기가 통한 후 어느덧 10년, 기원 씨와 은진 씨 부부. 아내가 뇌전증으로 쓰러진 후 기원 씨는 약초꾼이 됐다. 남편의 정성으로 아내는 몸도 마음도 회복중이라는데….

이번주(9월14일~18일) KBS 1TV <인간극장>에서는 아내를 위해 매일 산에 오르는 남자의 사랑 대전 산골에 사는 윤기원(40) 씨, 전은진(41)씨 부부 이야기를 그린 ‘기원씨의 사랑 깊은 집’ 5부작이 방송된다.

KBS 인간극장 ‘기원씨의 사랑 깊은 집’
KBS 인간극장 ‘기원씨의 사랑 깊은 집’

◆ 선녀와 나무꾼의 사랑

“남편이 임신한 저를 지게에 지고 왔어요.”

3년 전, 아내 전은진(41) 씨가 뇌전증으로 쓰러진 후 남편 윤기원(40) 씨는 아내를 위한 약초를 구하러 매일 뒷산에 오르고, 절벽 바위를 타기 시작했다. 10년 전 콘서트장에서 처음 만나 서로에게 전기가 통했다는 부부. 늘 웃는 얼굴의 기원 씨였지만, 어릴 적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렵게 살아왔다는 이야기에 은진 씨는 마음이 끌렸고 사랑하게 됐다.

친정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지만, 두 사람은 ‘사랑’ 하나만 갖고 부부의 연을 맺었다. 숟가락 두 개, 냄비 몇 개 그러나 매일 김치만 먹어도 좋았다는 젊은 부부는 함께 고물을 줍고, 채소 장사를 했다. 악착같이 돈을 벌어 작은 공장을 갖는 꿈도 꾸었다. 드디어 공장 자리를 보러 간 날, 아내가 쓰러진 것이다.

나중에야 뇌전증이란 걸 알게 된 기원 씨. 아내는 공황장애까지 앓게 됐다. 가난한 남편을 믿고 묵묵히 따라와 준 아내가 쓰러진 후, 병원에도 정기적으로 다니지만, 무엇보다 원기회복이 먼저였다.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매일 뒷산에 올라 약초를 찾고, 좋은 걸 발견하면 팔아서 돈을 만들 생각보다 무조건 아내에게 먹인다.

KBS 인간극장 ‘기원씨의 사랑 깊은 집’
KBS 인간극장 ‘기원씨의 사랑 깊은 집’

◆ 열네 살 소년의 ‘엄마 찾아 삼만리’ 

개구쟁이 삼 형제의 아빠, 기원 씨. 직접 목욕물을 데워 봉숭아 꽃잎을 띄어주는 엉뚱하고 다정한 아빠다. 그러나 정작 기원 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산속 집에는 엄마와 육 남매만 남겨졌다. 누나들은 공장으로, 엄마는 서울로 돈을 벌러 가고 기원 씨는 할머니에게 맡겨졌다.

엄마가 호박을 팔러 가면 함께 장에 가고, 엄마만 따라다니던 막내는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다. 중학교 교복에 책가방을 멘 채, 기원 씨는 형의 저금통을 들고 무작정 서울행 기차에 올랐다. 엄마가 동대문에서 일한다는 말만 듣고, 무작정 찾아간 서울에서 기적처럼 엄마를 만났다. 

가게를 지나다 들려온 꿈에 그리던 목소리, 창문 밖에서 보니 정말 엄마였다. ‘돈을 벌어 대전으로 내려가겠다.’라는 엄마의 약속을 받고, 다시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열네 살 소년은 돈을 벌어 엄마를 데려오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소년은 서울에서 중국집 배달 일을 하고, 공장을 다니며 십 년 넘게 산골 집을 떠나 있었다. 

뒤늦게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까지 졸업한 기원 씨. 조금씩 돈을 벌 때마다 다 쓰러져가는 대전 산골 집을 고쳤다. 시간이 흘러, 고단한 서울살이를 마친 엄마는 막내아들이 고쳐준 산골 집으로 돌아왔다. 비가 많이 내린 어느 날, 질퍽한 흙길에서 아들은 엄마를 업는다. 그 넓은 아들의 등에 업혀 엄마는 사랑 깊은 집으로 간다.

KBS 인간극장 ‘기원씨의 사랑 깊은 집’
KBS 인간극장 ‘기원씨의 사랑 깊은 집’

◆ 매일 산으로 가는 남자  

기원 씨는 아내를 위해 매일 산에 오르고 약초를 캔다.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요즘 같은 세상에 아프면 병원에 가지 약초를 캐서 병을 고치겠냐고…. 그래도 기원 씨는 절박한 심정으로 아내를 위해 절벽을 오르고, 무인도에 가서 귀한 약초를 찾아다닌다. 오며 가며 꼬박꼬박 인사를 했던 게 인연이 된 이웃 어르신에게 양봉을 배우고 있는 기원 씨. 꿀을 팔아 생계에 보태고, 일용직 일도 다니는 씩씩한 가장이다.

어느 날 새벽, 잔뜩 짐을 들고 집을 나서는 기원 씨. 새벽 두 시에 집을 나서 서해의 무인도로 향한다. 사람 발길 닿지 않는 섬에 가면 오래된 도라지며 더덕, 와송을 캘 수 있다는데…. 가는 길에는 늘 무인도에 사는 형님을 위해 택배 심부름을 해주는데 섬에 다다라 호루라기를 불자 산에서 내려오는 이, 어딘지 낯이 익다! 전화도 안 되는 무인도에서 약초를 캐는 동안에도 기원 씨 마음은 산골 집에 향해 있다. 

다음날, 밤늦게 까맣게 탄 얼굴로 돌아온 기원 씨의 손에 들린 건, 생일 케이크, 둘째 주성이의 생일이다. 하지만 같은 8월생인 첫째까지 늘 생일 케이크 하나로 축하를 해줬는데…. 소원을 말하던 첫째 주안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고 기원 씨도 왈칵 눈물을 쏟고 만다. 대체 무슨 일일까? 

KBS 인간극장 ‘기원씨의 사랑 깊은 집’
KBS 인간극장 ‘기원씨의 사랑 깊은 집’

◆ 그 남자의 사랑 깊은 집  

약초를 캐러 아빠가 집을 비운 사이, 아내가 쓰러진 적이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아픈 엄마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첫째 주안이가 119 구급대에 신고를 했다. 아빠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참았던 울음을 쏟았던 주안이, ‘아빠가 울지 말라고 해서 참았다’고. 그게 아빠 기원 씨의 마음을 더 미안하게 했다는데….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셨기에 기원 씨의 꿈은, 늘 아이들 곁을 지키는 아빠가 되는 거였다. 얼른 커서 돈을 벌어 엄마와 함께 살고 싶었던 기원 씨. 긴 시간 동안 엄마가 쉴 옛집을 고치고, 가족이 함께 앉아 노을을 볼 수 있는 원두막도 지었다. 어린 자식들을 떼어놓고 돈을 벌러 갔던 엄마도 마음이 늘 편치 않았다. 가난해서 김밥도 제대로 싸주지 못했던 게 평생의 한. 그동안의 미안했던 마음을 모두 눌러 담아 김밥을 싼다. 3대가 둘러앉아 먹는 김밥…. 엄마는 소원을 다 풀었다며 웃는다.

20여 년 전, ‘엄마 찾아 삼만리’를 했던 열네 살 소년. 어느새 가장이 되어 가족들은 그가 만든 따뜻한 울타리로 다시 모였다. 아버지가 못다 한 꿈을 이뤄가고 있다는 기원 씨. 그 남자의 집은 오늘도 사랑이 깊어간다.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표방하는 KBS 1TV ‘인간극장’은 매주 월~금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Queen 이주영 기자] 사진 = KBS 인간극장 ‘기원씨의 사랑 깊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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