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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은행, 사상 첫 마이너스금리 유로화 채권 발행…비결은 ‘ESG’
수출입은행, 사상 첫 마이너스금리 유로화 채권 발행…비결은 ‘ESG’
  • 류정현 기자
  • 승인 2020.09.16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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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출입은행(수은)이 사상 처음으로 유로화 채권을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해 주목받고 있다. 그 비결은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였다. 수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목적을 내세워 유럽에 다수 포진한 ESG투자자의 마음을 움직였다.비(非)유럽발행사를 꺼려하는 유로화 시장에서 맞춤형 전략으로 전례 없던 결과물을 낸 것이다.

16일 수은에 따르면 지난 15일 발행한 총 15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 중 3년 만기 5억 유로는 소셜본드 형태로 발행됐다. 수은의 첫 유로화 소셜본드이기도 한 이 유로화 3년물의 발행 금리는 한국계 기관 중 최저인 -0.118%를 기록했다.

소셜본드는 공공이익 증진 사업에 쓰이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특수 목적 채권인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채권 중 하나다. 

수은의 이번 채권 발행 목적은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한국판 뉴딜사업 지원 확대다.

수은은 유럽에 SRI펀드 등 ESG 투자자가 다수포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유로화 공모에 나섰다. 일명 착한 펀드로 불리는 SRI 펀드는 수익성만 좇는 기업이 아니라 ESG 측면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한다.

수은은 이미 지난 4월 그린본드 형태로 유로화 채권을 발행하면서 ESG채권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해 수은이 발행한 유로화 채권은 모두 ESG채권이다.

당시 5년만기 7억유로화 채권에 224개 투자자들의 32억유로 자금이 몰리면서 금리 역시 0.829%로 축소해 발행됐다. 그린본드 역시 ESG채권의 한 형태로 채권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의 용도를 대체에너지, 기후변화 대응 등 저탄소·친환경산업 지원에 한정한다.

수은은 이번 채권 발행에서 오히려 이자를 받게 된다. 발행금리가 마이너스인 만큼 마이너스 금리에 해당하는 이자금액(180만유로)을 최초에 프리미엄으로 수취한 뒤 만기에는 액면가액(5억유로)만 상환하게 된다. 수은의 유로화채권 중 마이너스 금리는 처음이다.

수은의 유로화채권이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0일 발행된 정부의 외평채(7억 유로)가 유로화 채권시장에서 마이너스 금리(-0.059%)로 발행된 영향이 크다. 정부 발행물 금리를 벤치마크(기준)로 삼는 국책은행의 외화채권 금리도 기존 금리 대비 10~15bp(1bp=0.01%포인트) 정도 떨어진 것이다. 수은의 이번 유로화 채권 발행은 국내 기관의 후속 발행에 유리한 지표금리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유로화 채권이 마이너스로 발행된 비유럽권 발행사는 한국 정부와 수은을 제외하면 IBRD 등 10개가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은 관계자는 "그동안 비유럽권 발행사에 대한 유로화 시장의 저항이 강했다"면서 "이를 정부가 먼저 깼고,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의 대응 성과와 대외건전성을 해외에서 높이 평가해 수은도 마이너스 채권을 발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Queen 류정현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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