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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열세 뚫고 WTO 결선 진출 ... 정상외교·범정부 외교력 총동원
유명희, 열세 뚫고 WTO 결선 진출 ... 정상외교·범정부 외교력 총동원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0.10.08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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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 도전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최종 2인에 포함돼 결선에 진출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최종 결선까지 약 한 달 남은 가운데 후보자인 유 본부장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물밑지원 역시 중요해졌다. 문 대통령은 유 본부장의 당선을 위해 대통령은 물론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총력 지원하겠다는 의중이 확고하다는 후문이다.

영국 로이터·미국 블룸버그 통신 등은 이날 사무총장 후보 2인을 가리는 2차 라운드 결과 5명의 후보자 중 한국의 유명희 본부장과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전 재무장관이 결선에 진출했다고 보도했다.

WTO는 우리시간 8일 오후 7시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 비공식 대사급 회의에서 유 본부장의 결선 진출을 공식 발표하고 향후 일정을 설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2차 라운드 결과에 대해 '이변'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유 본부장과 2차 라운드에서 경합을 벌인 △나이지리아의 콘조-이웰라 전 장관 △케냐의 아미나 모하메드 전 WTO 총회 의장 △영국의 리엄 폭스 전 국제통상장관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마드 알 투와이즈리 전 경제기획부 장관 등 4명의 후보자가 국제적 활동으로 명성을 날렸고, 자국 내에서는 장관급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유 본부장은 차관급인데다 최근 아프리카 국가들이 국제기구에서 강세를 보이는 분위기를 종합할 때 선거가 쉽지 않다는 예측이 나왔다. 2차 라운드에 진출한 5인에 아프리카 출신 후보자가 2명이 포함된 것이 이를 뒷받침했다.

여기에 2차 라운드에서 아미나 모하메드 전 WTO 총회 의장이 후보자로 나선 케냐의 선거운동이 막강했다는 후문이다. 유 본부장이 모하메드 전 의장과 최종 결선에서 맞붙을 경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유 본부장은 모하메드 전 의장을 제치고 최종 결선에 진출했다. 2차 라운드에서 유럽연합(EU) 27개국이 유 본부장과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선호 후보로 제시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2차 라운드 전망이 밝지 않다는 보도들이 나오면서 유 본부장에 대한 외교적 지원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달 2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지난 1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지난 5일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연방공화국 대통령 등 추석 연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화통화를 하며 유 후보자 지지를 요청했다.

EU의 표심이 중요한 상황에서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통화를 했고, 메르켈 총리의 "한국의 유명희 후보가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적임자로 보고 있다"는 답을 이끌었다. 또한 브라질의 경우 WTO 호베르투 아제베두 전 WTO 사무총장이 브라질 외교관 출신이라는 점이 고려됐다.

이와 더불어 문 대통령은 유럽과 중남미 등 35개국 정상에 직접 친서를 보내 유 본부장을 소개하며 지지를 요청했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외교지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 반기문 당시 외교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 도전해 당선됐던 '노하우'가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자서전 '운명'에서 반 총장의 당선 과정에 대해 언급한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는 (반 전 외교관이 후보가 된) 그때부터 '할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을 다했다"라며 대통령은 모든 순방외교에서, 총리의 해외방문에서 후보자의 지지를 부탁했고, 당시 노 대통령은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을 주요국에 특사를 보내 지지를 부탁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선거가 임박해서는 다른 국가 정상들에게 전화로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반 총장 당선의 결정적 역할은 범정부적인 노력보다는 참여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온 균형외교 정책 때문이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의 굳건한 동맹, 중국과의 균형외교로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유 본부장의 이번 선거는 한국인 최초, 여성 최초 WTO 사무총장 도전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외교력의 산물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유 본부장이 열세를 뚫고 최종 결선에 진출한 것 자체로도 평가받을 일이다.

이제 최종 3차 라운드만 남은 상황이다. 최종 라운드는 164개 WTO 회원국들이 1명의 선호 후보를 제시하는 컨센서스(합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회원국 사이에 컨센서스 도출이 불가능할 경우 예외적으로 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3차 라운드 결과는 내달 11월7일까지 선출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한 달여 간 유 후보자와 오콘조-이웰라 후보자의 지지교섭은 물론, 한국과 나이지리아 정부의 물밑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오콘조-이웰라 후보자는 세계은행에서 25년간 근무한 이력으로 막강한 정치적 위상을 자랑한다. 다만 오콘조-이웰라 후보자의 상대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통상경험이 유 본부장에게는 강점이다. 유 본부장이 현직 통상장관이며, 코로나 방역에서 한국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유 본부장의 출마 초기부터 반대 의사를 밝혀왔던 일본이 오콘조-이웰라 후보자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EU와 미국, 중국의 영향력과 아프리카 국가들의 표심을 얼마나 확보하는지가 관건이다. 우리나라는 문 대통령의 확고한 지지를 중심으로 범정부적으로 조직적인 물밑지원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Queen 김정현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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