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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란 속 신풍속도 … 세입자가 이사 '위로금' 요구
전세대란 속 신풍속도 … 세입자가 이사 '위로금' 요구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0.10.21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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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의 매물 정보란이 텅 비어 있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의 매물 정보란이 텅 비어 있다.

 

임대차3법 이후 전세 대란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부동산 시장에 천태만상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가 공인중개업소에 중개료와 별개로 성공보수를 내거는가 하면, 기존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이사 비용 명목의 '위로금'을 요구하고 있다. 

21일 부동산업계와 인터넷 카페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시장에서는 갈수록 심해지는 전세난에 전셋집 구하기에 나선 세입자가 성공보수를 내 거는 일이 생겼다.

한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서울 구로구에 전세를 사는 A씨는 최근 공인사무소에 '성공보수'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기존 거주 중인 전셋집의 내년 계약 만료를 앞두고 다른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궁여지책'으로 제안한 것이다.

이미 전세 계약을 해놓고도 다시 집을 구해 갈아타는 이른바 '전세계약 갈아타기'도 눈에 띈다. 일단 있는 매물과 계약을 해놓고 더 좋은 조건의 매물을 찾으면 기존 계약을 파기하고 갈아타는 형식이다. 하도 매물이 없다 보니, 일단 매물부터 잡고 보자는 심리다.

계약을 파기할 경우 계약금의 두 배를 배상해야 하지만, 극심한 전세난에 더 좋은 거나 같은 조건의 세입자를 찾는 게 어렵지 않다는 자신감이 깔렸다.

이달 초에는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 전셋집을 보기 위해 9팀이 아파트 복도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이후 공인 사무소에서 5팀이 제비뽑기로 계약자를 뽑은 사연이 소개되기도 했다.

전세 계약에서 을(乙)의 입장이었던 세입자가 갑자기 갑(甲)이 되기도 한다. 세입자가 집을 비워주는 조건으로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이른바 위로금·이사비용을 요구하면서다.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세입자가 퇴거 비용으로 6000만원을 요구한다" "이사비 200만원을 요구하길래 그냥 주고 내보냈다" 등의 경험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시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세입자가 5만원의 '집 보는 비용'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모르는 불특정 다수에게 집 구석구석을 공개하고 보여줘야 하는 만큼 코로나19에 대비한 소독과 위험을 감수하는 비용을 받겠다는 논리다.

이뿐만 아니라 전세든 매매든 노렸던 단지에 매물이 나오면 보지도 않고 사는 '묻지 마 거래'는 연초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B 공인사무소는 "매물만 나오면 연락해달라며 번호를 남기고 가는 사람들이 꽤 있다"며 "연락하면, 물건 뺏길까 봐 보지도 않고 계약금부터 넣기도 한다"고 했다.

문제는 4분기 내내 전세시장 불안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임대차3법에 포함된 계약갱신청구권의 영향으로 전세물건 감소 현상이 최대 1년여까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전세 수요 대비 공급량을 나타내는 '전세수급지수'가 지난달 최근 3년 내 최대 수치인 187을 기록했다. 수치는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높아질수록 공급보다 매물을 찾는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함영진 직방빅데이터랩장은 "임대차시장에 대한 규제와 달라진 청약제도, 신규 공급 주택 감소 등 영향으로 전세시장의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단기적인 해결이 쉽지 않은 만큼, 당분간 주택임대시장의 불안은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Queen 김정현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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