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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치부심으로 쓴 자서전 <4001> 들고 세상에 나온 신정아
절치부심으로 쓴 자서전 <4001> 들고 세상에 나온 신정아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1.05.1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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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신데렐라’로 불리며 사립대 미대 교수, 국제미술전 감독에 오르는 화려한 영화를 누리다 순식간에 ‘학력 위조범’으로 전락해 온 국민의 질타를 받았던 신정아. 여성으로서 치욕스러운 일까지 겪으며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을 것 같았던 그녀가 자신의 수인번호를 제목으로 삼은 자서전 <4001>을 들고 돌아왔다. 
“지난 4년간 써온 일기를 엮어 책으로 내게 되었어요. 당연히 제 일기에는 실명이 언급되어 있겠죠. 책을 위해 새로 쓴 글이 아니라 일기를 부분적으로 편집한 것이기 때문에 실명이 등장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아요. 실명 처리 부분은 제 변호사가 이미 충분히 검토했어요. 그래서 일부분은 실명, 일부분은 이니셜로 나간 거죠. 4년이 지난 지금, 제가 책을 내고 사실을 말하는 입장에서 어느 부분은 감추고 어느 부분은 보이고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제 표현이 굉장히 거칠고 어두울 수도 있고, 때로는 당사자에게 아픔이 될 수도 있지만 이것 없이는 제가 겪은 4년의 시간이 설명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녀는 책에서 지난 4년간 자신의 이름 앞에 붙었던 ‘꽃뱀’, ‘거짓말쟁이’라는 낙인을 지우고 악몽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수인번호 4001과도 작별인사를 하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다시 불거진 파문은 쉬이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복수의 수단인가, 과대망상의 결과물인가
자서전에서 그녀는 여전히 학력 위조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유명 인사들의 실명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개해준 외할머니,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부적절한 관계까지 세세하게 적혀 있어 다시금 ‘신정아 스캔들’ 폭풍이 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실명이 거론되었던 전 서울대 총장이자 국무총리였던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은 이 일로 큰 곤욕을 겪고 있다. 신정아의 주장에 따르면 정 위원장이 자신에게 서울대 교수직을 제안했으나 거절했으며, 서울대 미술관장직을 제의한 후 밤늦게 호텔로 자주 불러내는 등 사적인 만남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터무니없는 이야기며 서울대 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학교와 자신의 명예를 훼손시킬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 내용이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정 위원장은 그간의 청렴한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것은 분명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책에 대한 여론도 나뉜다. 복수하기 위한 수단으로 평가하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이제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일 때라고도 말한다. 그녀의 본심이 무엇이든 간에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새 출발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현재로서는 이루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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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또다시 부는 신정아 바람
<4001>을 펴낸 그녀의 심리 상태는?

학력 위조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우리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신정아.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고 노무현 대통령 등 유력 인사들의 실명까지 거론된 <4001>은 출간 2주 만에 10만 부 가까이 팔려나갔다. 일각에서는 그녀의 책을 두고 단순한 일기라고 보기에는 폭로성이 짙다고 평가하며 세상에 복수의 칼을 빼들었다고 말한다. 과연 이 책을 쓴 신정아의 진심은 어떤 것일지, 신경정신과 전문의 손석한 박사로부터 의견을 들어보았다.


정신과 전문의로서 <4001>을 어떻게 봤는지 궁금합니다.
놀랍고 충격적이었습니다. 사실 여성으로서 밝히기 어려운 부분이잖아요. 한편으로 진실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신정아 씨는 책 출간과 동시에 “수인번호 4001과도 이별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책을 쓰면서 치유와 극복의 과정을 겼었다고 하는데요.
글쓰기는 치유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글을 쓰면 자신의 성찰이 가능해지죠. 책은 누군가가 읽는다는 전제하에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겁니다. 글을 쓰거나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일종의 환기 효과를 가지고 있죠. 속상했던 부분을 토로하는 거니까 본인에게는 도움이 됐을 겁니다. 신정아 씨는 그동안 고생했으니까 책을 통해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얻고 싶은 것 다 얻겠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그녀는 4001과 이별을 안 한 것입니다. 엄밀히 말해 이별하고 싶었다면 왜 책 제목을 그렇게 했겠습니까. 아마도 4001로 새롭게 시작한 거라고 보입니다. 책 제목도 상당히 의도적이었을 가능성이 크고요. 정말 힘들고 억울했던 것을 토로하기보다는 뭔가 자신을 이슈화해서 이득을 취하려 하는 의도가 보이는 거죠.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까지 세상에 나온 것은 어떤 심리일까요.
2007년에 벌어진 일은 신정아 씨가 나락으로 떨어진 사건이었습니다. 책에는 보통 사람이라면 다시는 환기하고 싶지 않은 내용이 세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신정아 씨가 이렇게까지 한 데에는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는데요. ‘모든 것이 다 알려진 상황에서 더 이상 부끄러울 게 없다’, ‘그때는 일방적으로 당했지만 이제는 하고 싶은 말 하겠다’는 심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자기 합리화일 수도 있고 당시 힘들었던 것을 사회에 항변하는 것일 수도 있죠. 그녀 스스로는 이렇게 큰 파장이 있을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아마 파장이 없었더라면 실망했겠죠. 사실 이번에는 그녀를 평가하는 대중의 반응이 조금 다르잖아요. ‘저 사람 또 거짓말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녀를 비판하기에 앞서 유력 인사들의 양심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니까요.
신정아 씨는 아직도 “논문 대필이라는 잘못은 저질렀지만 학력 위조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만일 자신이 학력 위조를 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 거짓말하는 것이라면 반사회성의 여지가 있는, 한마디로 나쁜 사람입니다. 그러나 간혹 정말 그렇게 믿고 있는 경우가 있어요. 어쨌든 오랫동안 예일대 박사로 살아왔기 때문에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도, 믿고 싶지도 않은 거죠. 그러다 보면 망상 차원에 이르러 인지적 왜곡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정신 병리로 설명할 수 있죠. 어느 쪽인지 구분하기 모호하지만 신정아 씨는 알고 있겠죠.
일각에서는 “신정아가 복수의 칼을 빼들었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책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책에는 자신을 둘러싼 권력 중에서 대표적인 인물들을 거론했을 가능성이 많아요. 권력자들의 행태를 나름대로 고발한 거죠. 하지만 그들은 희생양일 수도 있습니다. 신정아 씨는 “더 큰 상처를 안겨준 사람들도 있었지만 책에는 싣지 않았다”고 말했는데요. 그런 사람이 있었음에도 정운찬 위원장이나 전직 언론인 C씨를 거론한 것은 개인적인 친분관계나 친밀도, 호감과 비호감의 차이가 있었을 겁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을 찾자면 모두 사회적인 지위가 많이 올라갔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정운찬 위원장은 서울대 총장에서 총리까지 됐고, 기자였던 C씨는 국회의원이 되었으니까요. ‘그때 나한테 그랬던 사람이 지금 저렇게 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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