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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알래스카서 온 아내…귀향 15년 연천 한병석 씨 ‘가원’에서 이룬 사랑
[인간극장] 알래스카서 온 아내…귀향 15년 연천 한병석 씨 ‘가원’에서 이룬 사랑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0.11.16 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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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인간극장, ‘가원에서 이룬 사랑’
KBS 인간극장, ‘가원에서 이룬 사랑’

이번주(11월 16~20일) KBS 1TV <인간극장>에서는 15년전 고향인 경기도 연천으로 내려와 울창한 숲 ‘가원’이라는 삶의 공간을 일군 한병석(57) 씨 이야기를 그린 ‘가원에서 이룬 사랑’ 5부작이 방송된다.

◆ 꿈꾸는 가문의 동산, 가원(家園)을 이룬 한 남자 

“가원이란, 전체 면적의 1/4에다가는 숲을 가꾸고 60평 정도는 연못을 파고, 가족이 살 집을 생태적으로 짓고 꿀벌, 닭이나 염소든 소 가축을 기르고.. 가족이 먹고 살 음식, 심신의 건강까지도 책임을 지는 삶의 공간이에요”

집 가(家), 동산 원(園) ‘가원’이라 불리는 숲을 가꾼 한병석 씨(57).  15년 전, 삶의 이상향을 찾아 고향 연천으로 돌아왔다. 젓가락 같은 밤나무, 소나무, 상수리나무들을 심었고 생명의 원천이라는 생태 연못을 만들고, 계단식 밭에는 자급자족이 가능한 먹을거리를 심었다.

20대 청년 병석 씬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코트라에 입사해 러시아로 날아갔다. 그렇게 10년 넘게 해외근무를 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인생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그를 따라다녔다. 그러다 한국에 돌아오고 개인사업을 했지만 찾던 해답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인생의 전환점이 된 러시아 책, ‘아나스타시아’를 만나게 된다. ‘돈과 시간에 쫓기는 삶이 아닌 자연의 시간과 함께 하는 자급자족의 삶’을 사는 공간, 병석 씨는 그곳을 ‘가원’이라 이름 지었다.

비탈진 북향의 땅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태풍에 쓰러진 나무가 있다면 달려가 가져왔다. 망치 하나, 자귀 하나로 살 집을 짓고, 들깻단 위에서 잠을 자도 좋았다. 그렇게 15년, 황무지 같던 가원에는 나무가 자라고, 통나무집이 생겼다.

그러면서 삶의 지도가 된 책, ‘아나스타시아’ 시리즈 열권을 모두 번역했고, 책은 자석처럼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 주었다. 

KBS 인간극장, ‘가원에서 이룬 사랑’
KBS 인간극장, ‘가원에서 이룬 사랑’

◆ ‘아나스타시아’가 이어준 사랑, 알래스카에서 온 여자 

“첫 인상은요. 고삐 풀린 망아지가 꼬질꼬질했죠. 그런데 눈은 반짝반짝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인숙 씨의 어머니는 알래스카로 가족을 이끌고 이민을 갔다. 그곳에서 보낸 30여 년, 인숙 씨는 열심히 살았다. 미용사로 시작해 꽃집을 운영하고, 동시에 25동안 법정 통역사로도 일했다.

작은 체구지만 당차고 에너지 넘치는, 한마디로 잘 나가던 독신녀였다. 돈이 너무 잘 벌리니 밤까지 새워가며 신나게 일했다는데... 그러다 마흔아홉의 어느 날, 인숙 씨는 급성 뇌막염으로 쓰러져 21일 동안 사경을 헤매다 깨어났다. 그때가 그녀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그때 선물 받은 책이 ‘아나스타시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모든 것을 내려놓았던 그즈음, 책을 통해 자연주의 삶을 꿈꾸게 되었다.

그런 그녀가 연천 시골까지 책 한 권 보고 날아왔다. 직접 만나보고 싶었다. 그때도 아름다운 가을, 야생마 같던 들깨 농부는 미국에서 온 그녀를 덥석 안았다는데, 강렬한 들깨 향에 반해버렸다는 인숙 씨. 얼마 후 미국으로 돌아간 그녀는 비행기 표를 병석 씨에게 보냈고, 두사람은 함께 여행을 하며 결혼을 약속했다. 나이 오십에 만나 연천 들깨 농부와 알래스카 독신녀는 가원의 마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KBS 인간극장, ‘가원에서 이룬 사랑’
KBS 인간극장, ‘가원에서 이룬 사랑’

◆ 한 씨 가원에 가을이 오면...

결혼 6년, 여섯 번째 가을이 왔다. 15년 동안 가원을 혼자 일궈온 병석 씨는 집안에 아궁이를 들였다. 그 위는 뜨끈한 온돌. 장작을 패는 수고가 있지만 한 번 불을 때면 며칠은 뜨끈뜨끈하다.

그가 직접 지은 동력 없는 온실에는 구아바부터 무화과, 바나나, 파파야까지.. 열대작물이 자라고 있다. 한겨울에도 온실 안은 영상 기온. 흙 속에 파이프를 묻었다는데 들여다볼수록 신기한 온실이다.

남편이 지은 통나무집에서 살림을 시작하고 알래스카에서 온 통 큰 아내는 집을 넓혔다. 누가 버린 대문은 이 집의 현관문이 되었다는데,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90퍼센트 재활용으로 만들어진 넓은 부엌이다.

그곳에 남편이 만들어준 부엌 텃밭에는 겨울에도 먹을 부추, 상추, 파들이 자란다. 삼시 세끼 밥을 짓고, 밭에서 나는 것들로 건강한 밥상을 차려내는데, 맛있는 음식이라도 만들면 한달음에 근처에 사는 시어머니께 달려간다.

가원에서 자급자족하는 삶에도 물론 돈은 필요했다. 병석 씨가 직접 고안해 특허출원까지 받은 나무틀 기계로 볶지 않은 생들기름을 짜내고, 사업가였던 아내는 포장해 농부 시장에 나가 사람 구경도 하고 들기름도 판다. 아내가 돌아오면 벽난로에 장작부터 넣는 남편, 따끈한 불 앞에서 족욕을 하다 보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KBS 인간극장, ‘가원에서 이룬 사랑’
KBS 인간극장, ‘가원에서 이룬 사랑’

◆ 가원에서 이룬 사랑   

“충분한 시간을 10년 20년을 가지고 가원을 경영한다는 마음을 가졌을 때 그 순간부터 인생이 바뀌어요. 러시아 속담으로, ‘따뜻하게 달군 프라이팬에 버터가 쉭쉭 돌 듯이 인생이 그렇게 매끈매끈 해진단 말이지….”

병석 씬 자연주의 삶을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십 년에 걸쳐 러시아 책 ‘아나스타시아’를 번역했다.  책을 내주겠다는 곳이 없어 어렵게 개인 출판을 한 책은 놀랍게도 인연을 끌어모은다. 그렇게 아내를 만났고, ‘가원’의 꿈을 꾸는 독자들이 생겨났다는데... 돈과 시간에 쫓기는 경쟁의 삶이 아니라 가원의 삶은 ‘함께 꾸는 꿈을 실현해 가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가을이 깊어가면, 평생 농부였던 어머니 조옥순 여사(89)는 애가 탄다. 서리가 내리기 전에 들깨를 털어야 하기 때문인데, 흩어져 있던 자식들이 달려와 병석 씨네 들깨를 털어준다. 공부 잘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 집안의 기대를 한껏 받았던 막내아들 병석 씨가 귀농해 사는 삶에 모두들 고개를 갸웃했다는데….

가원의 가을이 깊어간다. 가족들 먹을 벼도 거둬 어머니 댁 창고에도 쌓아드렸고, 지붕 위에 들깨도 바싹바싹 잘 말라간다.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가원의 만추, 병석 씨는 15년 전 심은 나무의 바람과 그늘을 아내에게 선물한다. 그렇게 가원에서 부부의 사랑이 깊어간다. 

오늘(16일) <인간극장> ‘가원에서 이룬 사랑’ 1부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경기도 연천의 울창한 숲. 한병석 씨는 15년 전, 고향으로 내려와 가원이라는 삶의 공간을 일궈왔다. 

6년 전, 그의 들깨 향에 반해 인숙 씨는 알래스카에서 날아와 두 사람은 부부가 됐다. 병석 씨는 들깨를 베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인숙 씨는 남편이 밭에서 가져다 준 작물로 따끈한 밥상을 차린다.

쌀쌀해진 가을 아침, 가원의 주인 병석씨가 수영복을 입고 나타나는데….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표방하는 KBS 1TV ‘인간극장’은 매주 월~금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Queen 이주영 기자] 사진 = KBS 인간극장, ‘가원에서 이룬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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