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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리더, 여성 리더십
여성 리더, 여성 리더십
  • 전해영 기자
  • 승인 2020.11.15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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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전 여성가족부 차관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전 여성가족부 차관



“여성 장관에 대한 언론 관음증이 심각하다”라고 지난 7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페이스 북에 글을 올렸다.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그동안 여성임을 내세우지도 않고 여성정책에 대한 별다른 관심도 표명하지 않았으며, 남성 리더들과 비슷한 행태를 보이며 본인의 길을 당당하게 가던 추 장관이 느닷없이 여성 프레임을 들고 나올 줄은 전혀 몰랐다. 여성 장관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여 자신을 표현했기에, 나도 그녀를 여성 리더 범주에 넣어서 글을 쓴다. 


미래통합당의 발의로 국회가 7월 23일 추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심의하였다. 투표는 부결되었지만 최근 추 장관을 탄핵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0만 명이 넘게 참여하였다.  ‘내 명을 거역하려 드느냐’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 ‘소설 쓰시네’라고 퍼붓는 거친 언어들, 사진에 찍힌 비아냥대는 표정은 오만을 넘어서서 섬뜩하기까지 하다. 소통과 배려를 중시하는 21세기가 원하는 유연한 리더의 모습은 이런 모습은 아닐 것이다. 

생각해 본다. 여성과 남성의 리더십에 차이가 있을까? 없을까? 내가 여태까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바에 의하면 정답은 ‘있다’도 아니고 ‘없다’도 아니다. 리더가 해야 할 일, 목적 달성을 위하여 기울이는 추진력과 열정에는 남녀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우리 사회에는 여성 리더에게 더 기대하고, 여성들이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굳이 적시한다면 소통, 배려, 청렴일 것이다. 혹자는 ‘사회가 여성들에게 해준 것도 없으면서 왜 여성들에게 더 요구를 하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시비비를 따져봐야 입만 아프다. 현실이 그런 것을 어찌하랴. 

여성 리더십에 대한 기대를 실망으로 만든 것은 추 장관이 처음은 아니다.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임을 강조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초의 여성 총리인 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 인생 결론도 마찬가지였다. 박대통령은 소통에는 낙제, 불통 리더십으로 낙인찍혔으며, 한 전 총리는 소통과 유연한 리더십이 뛰어나지만, 대법원에서 금품수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한 분은 교도소에 아직 있고, 한 분은 교도소에 다녀왔다. 그녀들의 문제를 여성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그녀들이 갖는 상징성과 그녀들이 발탁된 배경인 여성 프레임이 그냥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어떤 남성 리더는 ‘한국여성들이 여성 리더 복이 없다’고 했다. 세계적으로는 어떨까? 일단 소통과 유연한 리더십으로 독일을 15년째 이끌고 있는 메르켈 총리의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코로나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그녀의 외유내강 리더십은 더욱 빛났다. 미국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도 대단하다. 차별을 반대하며 계속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본인의 인생도 차별에 맞서 싸운 쟁취물이다. 한 마디로 ‘격이 다르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지금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 리더십의 기준도 함께 변화하고 있다. 여성이 더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21세기가 원하는 새로운 리더십이 된 것은 여성들에게는 기회인 셈이다. 30여 년 간 예산편성 업무를 담당하면서 많은 여성 장관들과 국회의원과 일해 온 전직 기획재정부 차관은 가장 기억나는 여성 장관으로 J를 들었다. 내가 그 이유를 물었다.

“모든 장관들이 일을 열심히 했지만, J가 가장 소통이 잘 되었고, 배려심이 있었고, 설득력 있게 설명을 잘했다”고 답변했다. “능력은 기본인데요. 여성들이 남성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이 있더라고요.”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후배 여성들이 여성 리더들에게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여성 리더들이 더 이상 ‘여성’ 이야기를 꺼내지 말았으면 좋겠다. 뒤에 오는 여성들에게 좋은 본보기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도 메르켈이나 긴즈버그처럼 전통적인 리더십과 다른 새 시대가 요구하는 유연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세상을 바꾸고 있는 여성 리더를 가지고 싶다는 것은 나만의 희망은 아닐 것이다.[퀸(Queen) 9월호]

 

글 이복실(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전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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