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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고, 먹고, 삼청동… 길 위의 하루
보고, 듣고, 먹고, 삼청동… 길 위의 하루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3.11.0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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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길 위의 하루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길게 걸으며 만나는 삼청동길. 나란히 줄 지어선 갤러리로 들어가 잊고 살았던 문화를 만나고, 허름한 골목 귀퉁이의 공방도 기웃거리고, 한옥 기와지붕의 오랜 풍경도 엿보고, 툭 떨어지는 낙엽도 만져보고, 맛있는 음식에 차 한잔의 정취까지 즐기다가 해질 무렵
그 길가에 무심히 앉아 소박한 행복에 젖는… 여자인 당신을 위한 아주 특별한 제안.
사진 _ 양영섭 기자 진행 _ 김수경 기자



광화문에서 104번 버스를 타고, 딱 한 정거장만 가서 내리세요
시장 가는 거 말고, 백화점도 말고, 아이 유치원이나 학교, 시댁이나 친정, 구청, 동사무소… 그런 데가 아닌 곳에 혼자 가 본 적이 있으세요? 일 년에 겨우 두어 번쯤 여행을 떠나 보기도 하지만, 어디로 가든 주부인 우리는 아이를 챙기고, 밥을 챙기고, 가족들의 입을 옷을 챙겨야 하니… 그 역시도 대단히 반가울 이유는 없는 ‘노동’입니다.
여고 동창 모임, 아이 학교의 엄마들 모임, 옆집 앞집 모여 앉는 동네 모임, 남편 친구들과 함께하는 부부 동반 모임 같은 것. 그런 외출도 더러 있지만 그때마다 마주앉아 나누는 이야기란 온통, 아이 공부에 남편 근황 같은 것들뿐이죠. 새 차 사고, 집 늘리고, 미운 시집 식구들 흉보기에, 다이어트 정보 같은 것. 하하 호호, 스트레스 풀린다고 웃다가 돌아와도 마음은 왜 그런지 채워지지 않은 빈 그릇입니다.
갈 데가 이렇게 없었나, 할 말이 이것밖에 없었나,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들이란 그저 이렇게, 청국장 같은 사는 냄새에 젖어 있는 것들뿐이었나. 왜 그렇죠? 전 요즘 부쩍, 그런 쓸쓸함을 만나게 됩니다.
삼청동을 아세요? 스무 살을 건너고, 서른을 넘어선 당신이라면 삼청동 어딘가에 버리지 못할 추억 하나쯤 묻어 두었을 법도 하지요. 경복궁이 있으니 그렇고, 공짜 영화 보여주던 프랑스문화원이 있으니 그렇고, 가을이면 노란 은행잎 지천이던 운치가 변함없으니 그렇고, 숨어서 뽀뽀하기 좋은 삼청공원의 숲이 있으니 그렇고, 항아리에 푹 끓여 담아내는 명물 수제비집이 있으니… 그렇고 그런 이유로 추억할 만도 하겠지요.
11월의 삼청동은 딱 엽서 같은 풍경입니다. 찬바람 들어 거리로 내려앉은 노란 은행잎이 융단처럼 푹신하지요. 마음 딱 맞는 친구, 아니 그보다는 혼자서 천천히 느릿느릿, 길 위에서의 하루를 즐겨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여행을 떠나온 듯 보낸 그 하루가 늦가을의 깊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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