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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최진실과 나란히 영면에 들어갔지만…강제 이장 위기 속 치러진 고 최진영 추모 1주기를 다녀오다
누나 최진실과 나란히 영면에 들어갔지만…강제 이장 위기 속 치러진 고 최진영 추모 1주기를 다녀오다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1.05.1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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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와 같은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동생
우애가 남달랐던 남매. 누나 일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나타나 해결했던 최진영은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1년 6개월 만에 같은 방법으로 그 뒤를 따랐다. 모든 것을 전적으로 의지했던 누나가 없는 이 세상이 그에게는 말할 수 없는 아픔과 공허함으로 다가왔을 터. 그는 누나와 절친했던 지인에게 종종 감당할 수 없는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누나가 생각나고 못 견디게 보고 싶으면 새벽에라도 누나가 있는 곳을 가. 어두운 산속을 향해 가는 길이 무섭지는 않더라고. 그냥 왜 이 속에 누나가 있어야 하는지 낯선 마음만 가득 들지.”
누나에 대한 기억을 털어낼 자신이 없었던 그는 누나의 생전 바람을 이어가는 방법을 택했다. 장례를 치르고 떠난 베트남 봉사활동도,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해 수업을 들으러 다녔던 것도 모두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학교를 다니며 연기 복귀를 결심한 그는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한 소속사와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복귀는 쉽지 않았다. 막상 연예계에 컴백하려니 누나 생각이 더 간절해진 것. 그는 당시 지인에게 “환희, 준희 때문이라도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면서 “뭔가를 하려 하다가도 이런저런 현실에 부딪히면 그냥 주저앉고 싶어지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유독 추웠던 2009년 겨울 그는 외출도 삼간 채 집 안에서 운둔의 생활을 시작했다. 겨울이 모두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었지만 그는 학교에 나가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도 계속 이어졌다. 누나를 보낸 뒤 그 역시 수면제와 우울증 약을 번갈아 복용하며 1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온 터였다. 심한 불면증이 이어지자 우울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고, 조금씩 세상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던 그는 힘든 몸 상태 때문이라도 사람을 쉽게 만날 수가 없었다.
“남아 있는 사람이 이렇게 힘든데, 정말 아무 일도 못할 정도인데… 누나는 왜 그렇게 간 것일까. 알고서 간 걸까, 모르고 간 걸까. 정말 죽어서라도 묻고 싶다. 궁금해서 미치겠어….”
이 또한 그가 지인에게 했던 마지막 말 중 하나다. 마음을 터놓고 지내던 누나의 아픔을 챙기지 못한 죄책감은 세상 그 누구도 가늠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 며칠 전부터는 식사도 거의 거른 채 극도로 예민한 심리상태를 보였던 그. 2010년 3월 29일, 그날 아침에도 식사를 거르고 있는 아들 방에 올라간 어머니는 뭔가를 직감했지만 말없이 내려와야 했다. 그것이 마지막 모습이었고, 1년 반 전 딸과 똑같은 방법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을 자신의 힘으로 끌어내릴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됐다.
같은 시간을 살다 간 두 남매를 그리워하는 어머니
모두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 영원한 스타 최진영. 그가 떠난 지도 벌써 1년이다. 지난 3월 29일 추모 1주기에 찾은 경기도 가평 갑산공원은 유달리 고요했다. 물안개가 낀 갑산공원에서 가장 안쪽에 위치한 그의 묘역에는 그보다 앞서 세상을 떠난 누나 최진실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그를 기억하는 팬들이 다녀간 흔적 때문인지, 남매의 자리에도 봄기운이 조금씩 움트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묘지를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1주기를 일주일 앞둔 3월 22일, 갑산공원이 묘역으로 허가 받지 않은 구역까지 불법으로 토지를 확장한 곳에 남매의 묘가 안장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 두 사람의 묘가 강제 이장될 것인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열린 추모식은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된 추모식은 기독교 예배 형식으로 40여 분간 이어졌다. 고인의 어머니 정옥숙 씨를 비롯해 생전 가깝게 지냈던 김민종, 김승현, 정민, 이영자 등 지인들이 참석했지만 조카인 환희, 준희는 학교에 가 있어 함께하지 않았다.
추모식이 이뤄지는 동안 정옥숙 씨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남매와 인연이 깊었던 김민종은 예배 도중 눈물을 참지 못하고 뒤편으로 물러나 두 남매의 묘지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김민종은 “진실 누나, 진영이와 행복했던 시간이 많이 생각나 두 사람의 죽음을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며 “지금의 상황을 이겨내고 있는 어머니를 볼 때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진영과 평소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김승현은 “형을 생각하는 마음은 지금도 똑같아서 생각날 때마다 이곳을 찾는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추모식이 끝나자 정옥숙 씨는 남매의 모습이 새겨진 비석을 쓰다듬으며 “진실아, 엄마 좀 봐”, “진영아, 정말 속상해서 미치겠다…”라는 말과 함께 통곡을 쏟아냈다. 약속이라도 한 듯 둘 다 마흔 살, 똑같은 시간만 살다 세상을 떠난 딸과 아들을 가슴에 묻은 엄마의 마음을 누가 위로할 수 있을까.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 의지할 아들과 딸 대신 책임져야 할 손자, 손녀만 덩그러니 있는 심정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서 자식 잃은 어머니를 품어줄 수 없는 상황은 보는 이들을 더욱 슬프게 했다.
두 남매에 대한 그리움과 모정으로 지난 2년을 지내온 정옥숙 씨는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책으로 세상에 털어놓는다. 에세이 형태로 출간되는 책의 제목은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이다. 책에는 아들과 딸을 먼저 떠나보낸 어머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최진실의 두 자녀인 환희, 준희를 키워가는 잔잔한 삶의 이야기를 실을 예정이다. 현재는 출간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진실·최진영 남매와 유족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로도 제작 중이다. 5월에 방영되는 MBC 다큐멘터리 <휴먼다큐 사랑> 제작팀이 지난해부터 남겨진 가족의 일상을 영상으로 담아왔다. 지난 3월에는 준희의 생일을 맞아 이영자, 홍진경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딸과 아들을 보낸 이후 압구정동의 작은 아파트를 월세로 얻어 환희, 준희를 키우는 데만 신경 쓰고 있는 정옥숙 씨가 책과 방송을 통해 입을 열기까지는 고민과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대중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전해줬으면 좋겠다는 주변 사람들의 권유에 용기를 내게 됐다. 지난 세월 많은 이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었던 최진실·최진영. 두 사람이 남긴 생전 활동모습과 가족의 삶 또한 아픔이 아닌 용기와 희망의 증거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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