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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보증사고 4000억원 사상 최대 ... '영끌' 갭투자 후유증
전세금 보증사고 4000억원 사상 최대 ... '영끌' 갭투자 후유증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0.12.01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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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도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전세금(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보증사고 금액이 올해 약 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전세를 끼고 무리하게 주택을 매입한 '갭투자'의 후유증으로 보고 있다.

1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세입자가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해 발생한 보증사고는 2032건, 사고 금액은 3967억원이다. 종전 최고인 지난해(1630건, 3442억원) 기록을 이미 넘어섰다.

전세금 반환보증은 전세를 든 임차인이 계약 만료 후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가입하는 일종의 '보험'으로 2013년 도입됐다. 공공기관인 HUG와 민간기관인 SGI 두 곳만이 반환보증을 취급한다. HUG와 SGI가 집주인 대신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주고, 차후 집주인에게 구상권 등을 청구해 회수한다.

보증사고 규모는 2016년 34억원에서 2017년 74억원, 2018년 792억원이었으며, 2019년 3442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올해는 아직 2개월이나 남은 시점에서 4000억원에 육박했다.

보증사고가 늘면서 HUG가 집주인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 금액(가구 수)도 급증하고 있다. HUG의 전세금 반환보증 대위변제 실적은 지난해 1364건, 2836억원에서 올해 1878건 3680억원으로 늘어 역시 최대치를 경신한 상태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가 늘어나는 것은 정부의 대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 유행처럼 번진 '갭투자'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이른바 영혼까지 끌어다 대출받아 투자한 '영끌' 갭투자자들이 정부규제와 세 부담 상승, 경기침체, 코로나19 등으로 자금력이 약해지면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서두르는 세입자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올해 10월 말 기준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건수는 14만3415건(29조4827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기록(14만6095가구, 30조6443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HUG 관계자는 "보험 가입 실적이 매년 증가하면서 그에 따라 보증사고, 대위변제 금액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개인 등록임대사업자와 세입자의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신규 임대로 등록하는 주택은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기존 등록 주택은 법 시행 1년 뒤인 내년 8월18일 이후 신규 계약 체결부터 적용된다.

최근 집값 상승이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아파트를 넘어 빌라 등으로 무분별한 갭투자가 번지고 있는 것도 보증사고가 늘어나는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규제지역의 3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해 전세자금 대출을 제한했으나, 빌라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전세 대출을 받아 갭투자가 가능한 데다 양도세 감면 등의 세제 혜택도 가능해 투자 수요가 늘고 있다.

이에 더해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수요와 대위변제 금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임대차법 시행으로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이 확산하면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이나 대위변제 청구 등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빌라 등 무분별한 갭투자로 인해 매매시장이 위축될 경우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사고가 늘어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Queen 김정현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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