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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유현준 교수,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도시 재구성
건축가 유현준 교수,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도시 재구성
  • 김은정 기자
  • 승인 2020.12.23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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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 19.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작은 바이러스가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 놓았다. Before Corana(코로나 전)와 After Corona(코로나 후)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코로나 전후의 삶의 모습이 바뀌었다. 최첨단 과학이 발전한 현대 사회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이 바이러스의 공격에 사람들은 마음껏 외출도 못하고 집안에 머물러야 했다. 우리네 삶을 바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집과 도시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 대한민국 대표 인문 건축가 유현준 교수로부터 들어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가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도시가 처음 생긴 기원전 3500년 전 이래로 전염병의 문제는 항상 대두됐었고 전염병을 잘 대처하는 도시가 경쟁력을 갖고 리드하였다. 흑사병, 천연두 등 크게 휘몰아친 전염병이 있었어도 도시는 그것들을 이겨 내기 위해 대처하였고 꾸준히 인구가 몰려들었다. 현대 사회에 불어닥친 코로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의 도시의 모습도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주거 공간의 변화 

이제 사람들은 집에서 많은 것들을 한다. 재택근무를 하고 온라인 수업을 하고 운동을 하고, 집이라는 공간은 이제 더 이상 먹고 쉬기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이렇듯 집에서 많은 일들을 해야 하다 보니 기존의 공간으로는 이 모든 역할들을 수용하기에 좁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 

“과거에는 낮 시간에는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일하는 어른들은 회사에 가고 집이 비어 있었잖아요. 그런데 가족들이 계속 집에 있다 보니까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155% 정도 늘어났어요. 이건 집이 수용 가능한 능력을 1.5배 정도 초과했다는 건데 그러니 집이 좁게 느껴지는 겁니다. 그래서 코로나 시대에 집에서 계속 이런 많은 일들을 하려면 지금보다는 1.5배 정도 집이 커져야 하는 거죠.”

그런데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갑자기 넓은 집으로 옮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떤 대안이 있을까?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째는 교외로 가 넓은 집으로 옮기는 건데 그러려면 도시에서 누리던 편리함을 누리지 못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방법은 내가 사는 집을 좀 더 넓게 사는 방법을 찾는 거예요. 그러려면 물건을 버려야죠. 가구도 통폐합 시킬 건 시키고 하는 그런 작업들이 필요합니다. 한 마디로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해 기존의 공간을 넓게 쓰는 거죠. ” 

코로나 시대에 공간 넓히기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테라스, 발코니 같은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도시에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은 여러 사람이 모이는 퍼블릭 스페이스 밖에 없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다 보니 집에만 있어야 되고 그러니 자연을 못 만나고 사람들은 답답해한다. 그래서 혼자만이라도 나가서 바깥 공기를 쐴 수 있는 테라스, 발코니 같은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획일화되고 밀집, 밀폐된 특성을 가지고 있는 아파트에 이런 공간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에 아파트만의 장점도 부각됐다.

언택트 소비 시대에 아파트 문화가 접근성을 좋게 하였고 이는 결국 새벽배송, 배달음식, 택배 등을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 코로나 시대에 유리한 점이 된 것이다. 

 

도시의 공원, 경의선 숲길이 모범 사례

코로나 이후 공원이용률이 50%가 늘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밀폐된 실내 공간보다는 탁 트인 공원을 선호하게 됐다. 

“언택트 소비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만나는 공간이 오프라인에서 점점 없어지는 추세인데요. 온라인상에서 소통을 하다 보면 비슷한 경제 능력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 끼리끼리 만나는 단점이 있어요. 다양한 배경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그것이 공원이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공원은 너무 멀리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걸어서 10분 내에 있어야 사람들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죠.”
 

 

그렇다면 코로나 시대의 공원은 어떤 모습이 바람직할까? 

도심에서의 공원은 넓은 정방형보다는 좁고 긴 선형이 더 바람직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경의선 숲길인데요. 이곳이 긴 선형이다 보니 홍대 앞의 연남동 주민들과 마포구 공덕동 주민

들이 완전히 떨어진 곳임에도 불구하고 연결이 돼서 서로 산책을 하고 교류를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런 식으로 다른 지역 사람들끼리의 소셜 믹스가 일어난 거죠.“

긴 선형의 공원이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사람들이 집에 거주하면서 혹은 재택근무를 하면서 바로 나와서 산책하고 운동할 수 있는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공원 분포는 공원 간 4km 정도 떨어져 있다. 뉴욕 맨해튼의 경우에는 1km 간격이다. 공원은 많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코로나 시대에 도심 공원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경의선 숲길의 사례가 그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다. 

 

빈 상업시설을 주거공간과 작은 학교로  

서울시의 경우 전체 건물의 연면적의 약 50%가 주거시설, 30%가 상업시설로 되어 있다. 하지만 온라인 소비가 늘어나면서 상업시설은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비어만 가는 상업시설은 어떻게 활용해야할까? 

“많은 소비들이 온라인으로 일어나고 재택근무도 늘어나면서 30%의 상업시설이 더욱 줄어들 텐데 이 공실률을 점차적으로 주거 시설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작은 위성학교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장기화되는 코로나로 학생들은 등교를 거의 못하고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해야만 했다. 텅 빈 교실들을 방치한 채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학생들을 막연히 기다리고 있는 것보다 지혜로운 해법이 필요하다. 

“전염병과 학교의 문제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아직도 대부분 학교가 전교생이 1천 명 정도예요. 그러면 한 명만 전염병에 걸려도 999명에게 옮길 수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전교생 1천 명인 학교 하나보다는 100명인 학교 10개로 쪼개는 것이 낫겠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작은 학교 여러 개가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심 도로의 모습도 변화가 필요

코로나 이후 바뀐 도시의 풍경 중 하나는 도로 위다. 온라인 소비가 늘면서 배달 오토바이와 택배 차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앞으로 온라인 소비가 더욱 늘면 물류가 점점 늘어날 것인데 도로 위에 이렇게 계속 물류 차량과 오토바이가 늘어나는 것을 두고만 볼 것인가.

“물류의 기본 특성은 점점 빠르게 이동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빠르게 이동하는 물류가 일어날수록 도시는 보행자에게 치명적이게 되죠. 특히 오토바이는 소음도 너무 크고 더욱 위험하구요. 그래서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하에 자율 주행 로봇이 다닐 수 있는 물류 전용 터널 같은 걸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자율 주행 로봇이 일정한 곳까지 배달을 해주고 거기서부터 픽업해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 내에서 택배 기사들이 배달을 하는 방법도 바람직하다. 특히 최근 들어 택배 기사들이 과도한 업무로 고통을 호소하고 심지어 사망까지 하는 일이 일어나 사회 문제가 되는 분위기에 이 같은 자율 주행 로봇의 물류 시스템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요즘 편의점에서 물건을 픽업해 걸어서 배달해주는 시스템이 선보이고 있는데 이 또한 바람직한 방법이다. 

“이런 물류 시스템의 변화가 있으면 도로의 차선을 좀 더 비울 수 있고 그 공간에 경의선 숲길 같은 선형의 공원을 만들 수도 있죠. 그러면 도로의 풍경이 훨씬 여유로워질 겁니다.”   

도로의 모습을 바꾸기 위해서 대중교통 시스템의 변화도 필요하다. 

“버스 한 칸에 100명 정도 탄다면 그것을 좀 더 잘게 쪼개는 것이 필요합니다. 10명 정도 타는 작은 시스템으로 만들어 그것들이 일정 거리까지는 붙어서 이동하다가 로컬에 가선 쪼개지는 거죠.”

그동안 대중교통이나 학교의 경우 근대화 시스템 방식이 모든 것을 모아서 규모를 키우고 그럼으로써 경제성을 키우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데이터를 좀 더 세밀화하고 그것을 분석해서 작고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바꾸는 방식이 필요하다.

“제일 좋은 것은 도시 공간구조 자체를 다핵 구조로 만들어 굳이 우리가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지 않아도 도보 가능한 거리 내에 모든 것이 다 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게끔  만드는 것입니다. ”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를 이야기해야 할 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이제는 모두 함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는 의사 결정의 최우선이 정치적 이념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것이다. 그나마 코로나 사태가 가지고 온 사회 현상들 중 한 가지 다행스런 것은 코로나 이전엔 항상 과거사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면 이제는 미래를 이야기하게 됐다는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물어보기 시작하고 미래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어요. 시점이 과거에서 미래로 바뀐 거죠. 이런 분위기를 잘 이끌어가려면 특히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치권이나 법을 제정하고 시행하는 자들이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가져야 합니다. 구태의연하게 기존의 법과 제도를 답습하고 오퍼레이션 하는 차원으로는 새로운 것을 준비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는 잠시 머물다가 사라지지 않고 포스트코로나 시대라는 새로운 세상을 정착하게 했다.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버린 이 새로운 세상을 대비하려면 이제 대한민국은 기존 방식의 답습에서 벗어나 특정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도시의 모습을 재구성하려면 우리의 의식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Queen 김은정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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