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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재 양성' 수백억 기부 러시 ... 김재철 회장도 500억원 기부
'AI 인재 양성' 수백억 기부 러시 ... 김재철 회장도 500억원 기부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0.12.28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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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술문화관 정근모콘퍼런스홀에서 열린 동원그룹 김재철 명예회장 AI 발전기금 기부 약정식에서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 명예회장은 향후 10년간 연차별 계획에 따라 국내 인공지능(AI) 분야 인재 육성을 위해 50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16일 오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술문화관 정근모콘퍼런스홀에서 열린 동원그룹 김재철 명예회장 AI 발전기금 기부 약정식에서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 명예회장은 향후 10년간 연차별 계획에 따라 국내 인공지능(AI) 분야 인재 육성을 위해 50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인공지능(AI) 육성'을 콕 집어 부각하며 대학에 거액을 기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기존 한국 대학의 기부 문화는 주로 장학사업이나 건물 건축 기금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지난 16일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에 500억원을 기부하면서 "국력을 모아 경쟁에 나서면 AI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4월 고(故)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도 AI 연구 지원을 위해 서울대에 500억을 기부했다.

지난 7월엔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이 카이스트 개교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인 676억원 가치의 부동산을 기부했다.
이 회장의 기부는 2012년 80억원과 2016년 10억원 미국 부동산 유증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로, 총 기부액은 766억원에 달한다.

이 회장은 "과학기술의 힘이 대한민국 발전의 힘"이라며 "
카이스트에서 국내 최초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주도한 창업 1세대들이 잇따라 AI를 포함한 과학기술 지원을 위해 거액을 쾌척하는 이유는 뭘까. 

2017년 텐센트가 추산한 인재 수요는 약 100만명 규모이지만, 전세계 인재는 학계 10만여명, 산업계 20만여명으로 총 30만여명 규모에 불과하다. 이 추산은 인공지능 관련 분야까지 아우른 통계다.

인공지능 기업 엘리먼트 AI(Element AI)가 발표한 '2020년 국제 인공지능 인재 보고서'(Global AI Talent Report 2020)에 따르면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를 기준으로 AI분야 고급 인재는 5만7654명이고 이중 한국 저자는 717명(1.2%)에 그친다. 대부분의 저자는 미국(2만6818명), 중국(6401명)에 치중된 상황이다. 이후 영국(2974명), 프랑스(2755명), 독일(2660명)과 같은 유럽국가들이 뒤이었다.

논문 저자뿐 아니라 산업 인력까지 포괄하는 AI 전문 인력은 총 47만7956명으로, 미국(18만8300명), 인도(8만6213명), 영국(3만5401명)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 국적 인력은 2551명(0.5%)에 불과하다.

소프트웨어연구소(SPRi)의 AI 브리프 25호에서는 "산업계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AI 전문 인력의 양적 확대가 시급하며 이를 위해 인재 육성, 유출 최소화, 해외 인재 유치라는 3각 정책의 효과적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우수인재에 대한 이민 정책의 문호를 넓힐 방침을 밝혀온 만큼, 한국 입장에서는 인재 유출 가능성이 커진다.(관련기사 : '천재비자'가 돌아온다...바이든 당선, 韓 과학계에 희소식이기만 할까)

한성숙 네이버 공동대표는 지난달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AI 산업경쟁력을 위한 건의로 전문가 육성을 꼽았다. 그는 "국내 대학을 보면 수도권은 입학정원에 제한이 있고 (데이터) 사이언스 대학원도 몇십명 단위다. 미국은 수백명, 수천명을 길러내는 상황"이라며 "기업 경쟁력 측면에서 인력확보가 중요한데 뽑고 싶어도 뽑을 개발자가 없는 상황"이라며 인력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주요 기업들은 △AI 실무 인재 교육 △국내외 AI 연구 기관 설립 △직원 재교육 등의 방식으로 AI 인재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국을 시작으로 5개 AI연구 센터를 설립했고, LG그룹도 'LG AI 연구원'을 설립했다. SK텔레콤은 대학에 AI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있고, KT와 LG유플러스는 산·학·연이 모인 'AI 원팀'을 꾸리고 있다.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 사이에서 대학 또한 '가르칠 사람' 즉, 교원을 확보하기 위해 뛰어든 상황이다.

현재 과기정통부가 선정한 인공지능 대학원 지원 사업 대상은 고려대, 광주과학기술원(GIST) 성균관대, 연세대,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포스텍(포항공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양대 등 8개 대학이다.

기업에 비해 높은 연봉이나 처우를 제공하기 어려운 대학들은 인재 확보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다. 카이스트 역시 이번에 기부된 500억원의 사용처로 전임교원 확대를 꼽았다. 카이스트는 2030년까지 현 13명의 교수 규모를 40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정부는 10일 발효한 '지능정보화 기본법' 개정을 통해 인공지능 분야 교수의 사기업 겸직을 허용했다. 대학 입장에서는 규제가 조금 풀려 숨통이 트였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겸직의 다른 축인 기업이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성환 인공지능대학원협의회장은 "산업체는 급여를 많이 줄 수 있지만, 학교는 재정적으로 제한됐다. 급여와 대우 문제로 기업으로 가는 상황"이라며 "(겸직허용) 문은 열렸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결국은 대학이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할 여건이 마련돼야한다. 현재 과기정통부와 한국연구재단은 브레인 풀·브레인 풀 플러스 사업을 하고 있다. 브레인 풀은 과학기술전분야, 브레인 풀 플러스는 13대 혁신성장동력분야를 대상으로 해외 우수 과학자 영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인공지능은 13대 혁신성장동력분야에 속해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 제도로 들어온 우수 인력의 겸직 허용문제는 각 기관의 규정에 따르게 돼 있어 인공지능 교원확보에 활용할 수 있다.

브레인 풀 플러스는 최대 연 6억·최장 10년 지원을 한다. 다만 올해 처음 사업을 시작해 10개 과제를 공모했는데, 5개 과제만 선정됐으며 이중 인공지능 분야 우수 인력은 2명이다. 사업 관계자는 사업시행 첫해인 만큼 운영 중 발견된 개선할 점은 운영위원회 등을 통해 고쳐 나갈 방침을 밝혔다.

 

[Queen 김정현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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