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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신고 의사 "축 늘어진 아기, 체념한 듯 자포자기한 표정"
'정인이' 신고 의사 "축 늘어진 아기, 체념한 듯 자포자기한 표정"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1.01.05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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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전 밝은 모습의 정인이. 입양 뒤 심한 학대로 팔과 다리에 멍자국이 가득했다. (SBS 갈무리)
입양전 밝은 모습의 정인이. 입양 뒤 심한 학대로 팔과 다리에 멍자국이 가득했다. (SBS 갈무리)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정인이' 학대사건을 신고했던 소아과 전문의 A씨는 정인이가 숨지기 전 마지막으로 봤을 때 "15개월 아기한테 맞을지 모르겠지만 너무 체념한듯한 그런 표정이었다"며 "어른으로 치면 자포자기랄까"라는 말로 정인이의 그 표정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정인이는 자주 진료를 했던 아이는 아니고 2020년 1월 말쯤부터 9월 23일 신고 당일까지 예방접종 포함해서 8, 9번 정도 진료했던 환자였다"고 했다.

A씨는 학대 신고를 했던 9월 23일 정인이 상태에 대해 "그날 어린이집 원장님께서 오랜 만에 등원을 한 정인이 상태가 너무 안 좋아보인다고 하시면서 저희 병원에 데리고 오셨다"며 "두 달 만에 정인이를 본 상황이었는 데 두 달 전과 비교해서 너무 차이나게 영양상태나 정신상태가 정말 불량해보였다"고 했다.

이어 "진찰 소견상 어떤 급성 질환으로 인한 일시적 늘어짐이나 이런 게 아닌 걸로 판단됐었다"며 정인이가 질환에 의해 건강상태가 악화된 건 아니라고 했다.

A씨는 "5월 어린이집 선생님이 1차 아동학대 신고를 하셨을 때 허벅지 안쪽에 멍 자국, 6월 정인이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왔을 때 왼쪽 쇄골 부위가 부어 있었고, 7월 쯤 예방접종하러 엄마가 데리고 왔을 때 구강 내에 어떻게 설명하기 힘든 깊고 큰 상처가 있었다"며 "9월 23일 날 정인이 모습을 보니까 퍼즐이 맞춰지는 것처럼 심각한 아동학대구나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신고를 하게 됐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진행자가 "9월 23일 정인이가 고통을 호소한다든지 이런 게 있었나"라고 궁금해 하자 A씨는 "그 아이는 너무 정신 상태가 늘어져 있었다"며 "이런 얘기가 15개월 아기한테 맞을지 모르겠지만 너무 체념한듯한 그런 표정이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장님 품에 축 늘어져서 안겨 있었는데 오랫동안 아이들을 많이 봐 온 경험을 비춰봤을 때 뭐라고 얘기해야 되나, 하여튼 어른들로 치면 자포자기랄까 아이한테 그런 얘기를 써도 될 지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을 받았었다"고 안타깝고 충격적인 당시를 떠올렸다.

A씨는 "9월 23일 정인이를 병원에 데려온 어린이집 원장님도 '정인이를 한두달 안보다가 그날 처음으로 보셨다'고 했다"며 "원장님이 정인이가 한두달 사이에 축 늘어져서 걷지도 못하고 영양 상태가 불량하고 그런 것들이 너무 이상해서 확인하기 위해서 데리고 오셨던 것 같다"고 했다.

A씨는 직접 만나본 양부모에 대해 "태도에 있어선 제가 참 저도…"라며 "전혀 아동학대를 하실 분처럼 보이진 않았었다"고 그런 모습의 사람들일 줄 진짜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한편 양부모 안모씨와 장모씨는 2019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8개월된 정인이를 입양했다.

이후 정인이는 이루 말할 수 없을만큼 학대를 당한 끝에 2020년 10월 13일, 대장 파열 췌장 절단 등 직접적 외력에 의한 장기손상으로 16개월 어린 나이로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다.

경찰은 3차례나 학대의심 신고를 받았지만 양부모 말만 믿고 사건을 처리하지 않았다. 이후 10월 13일 사망 당시 정인이 상태를 본 의료진이 경찰에 신고한 뒤에서야 부검, 아동학대 치사로 양모 장씨를 구속하고 양부 안모씨를 방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정인이 사건이 지난 2일 SBS '그 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조명된 뒤 '살인죄로 처벌하라'는 여론이 빗발치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정인이 문제와 그에 따른 후속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Queen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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