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3:15 (수)
 실시간뉴스
가장 한국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국민배우 최불암, 한국의 맛 수호하다
가장 한국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국민배우 최불암, 한국의 맛 수호하다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1.06.17 0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연말 인터뷰차 최불암을 만나고 난 후 정확히 5개월 만의 만남이다. 기자를 보고서는 첫눈에 “너무 자주 보는 거 아니야?”라고 우스갯소리를 던지는 그였지만 이내 지어 보이는 특유의 정 많고 푸근한 웃음이 그 말은 곧 “반갑다”라는 의미였음을 알아차리게 한다. 그를 만난 곳은 북촌에 위치한 한옥게스트하우스 ‘락고재’. 한옥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락고재에 들어서자마자 마당 한가운에 자리한 향나무를 보고서 감탄사부터 터뜨리는 최불암. 그의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한국인의 정서가 느껴진다.

한국인의 맛을 찾아서
“내일은 담양에 가야해. ‘한국인의 밥상’ 촬영 때문에 가는 건데, 담양이 또 얼마나 공기가 좋아. 가서 아름다운 산과 강도 마음껏 보고 올 작정이야.”
지난해 1월부터 방영 중인 KBS ‘한국인의 밥상’은 전국 각지를 돌며 한국 고유의 맛의 유래를 알아보고 소개하는 교양 다큐다. 우리 전통의 맛은 물론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담긴 영상까지 감상할 수 있어 더욱 깊이 있고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내레이션과 진행을 맡고 있는 최불암은 고희의 나이에도 일주일에 한 번씩 전국 각지로 촬영을 떠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지방을 내려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 하지만 진행자라는 사람이 현장에 가지도 않고 녹음실에서 대본만 읽는 것은 앵무새나 다름없잖아. 그래도 내가 직접 현장으로 가보고, 현장의 분위기와 느낌을 시청자들에게 생생히 전달해야 의미가 있는 거 아니겠어?”
지난 1월부터 매주 한 곳씩 다니다 보니 강원도 정선, 전라도 벌교, 강화도, 흑산도 등 지금껏 그가 촬영을 다녀온 곳만 해도 20군데는 족히 넘는다. 본래부터 산과 강을 좋아하는 그였지만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다시 한 번 깨닫고 있다.
“얼마 전에는 지리산을 다녀왔어. 5월의 지리산은 그야말로 예술이더구만. 하루 종일 감탄사만 내뱉고 돌아왔지 뭐야(웃음). 우리나라 안에 그렇게 멋진 장관을 놔두고 외국만 찾아다니는 사람을 보면 참 딱해.

 우리나라 곳곳에 숨어 있는 자연환경은 접하면 접할수록 정말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워.”
산간지방이나 섬으로도 자주 촬영을 가다 보니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았다. 강원도 정선으로 촬영을 갔을 때는 촬영하는 1박 2일 동안 눈이 무릎까지 쌓일 정도로 폭설이 심해 넘어지고 다치기도 하는 등 고생을 많이 했던 기억이 있고, 섬으로 촬영 갈 때도 날씨가 좋지 않아 흔들리는 배 안에서 힘들어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잘 넘어져(웃음). 날씨가 안 좋을 때 배를 탔는데, 배가 파도에 흔들릴 때마다 중심 잡기가 힘들더라고. 넘어져서 다친 적도 엄청 많아. 그래서 상해보험료도 많이 탔어(웃음).”
결코 쉽지 않은 촬영환경이지만 언제나 현장에 동행하기를 고집하는 열정적인 그. 연기자로서도 그렇듯 진행자로서도 시청자들에게 매순간 깊이 있고 진솔하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니 음식을 통해 시대의 역사를 알게 되는 것 같아. 몸은 힘들어도 방송을 통해 나도 배우는 게 많아. 우리 선조들이 무엇을 먹었는지를 보면 그 시대의 분위기나 상황까지 유추할 수 있거든. 우리 전통음식의 대부분이 시간과 정성으로 빚어지는 음식이잖아. 곰국처럼 재료를 푹 고아서 국물을 우려낸다거나 고추장, 된장처럼 오랜 숙성시간을 거쳐야 하는 것들처럼 말이야. 그런 음식에는 가난했던 그 시절의 애환이 녹아 있어. 이런 역사적인 프로그램에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나로서도 엄청나게 감사한 일이지.”

음식은 곧 문화, 정체성 잃지 말아야
음식이라는 것은 문화 중에서도 가장 즉각적이고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것 중 하나다. ‘한국인의 밥상’ 프로그램의 취지 역시 문화를 대표하는 음식의 정통성을 잃어버리지 말자는 것. 음식을 잃어버리면 문화까지 잃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불암이 가장 염려하는 부분도 바로 그러한 점이다.
“요즘에는 패스트푸드 같은 인스턴트음식이 많이 나오잖아. 젊은 사람들은 간편하니까 자꾸 패스트푸드만 찾는 거고. 그게 알고 보면 거의 다 조미료 덩어리 아니겠어? 결과적으로 우리 전통도 잃고, 건강도 잃는 거지. 그 점이 제일 안타까워.”
이렇듯 조미료가 가득한 인스턴트음식의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을 보면 옛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 그 옛날 어머니가 해주던 정성과 손맛이 담긴 구수한 된장찌개와 나물, 고추장 등 자연에서 나는 재료를 가지고 건강하게 만들었던 음식들 말이다.
“내 고향이 인천이잖아. 바다가 바로 앞이다 보니 생선이 많았는데, 우리 어머니는 김치를 만들 때 생선을 잘게 토막내어 넣으셨어. 쉽게 말하면 그 생선이 요즘의 젓갈 역할을 했던 거지. 낙지, 조기, 명태 등 계절에 따라 생선이 달라졌는데 생선과 함께 어우러져 농익은 김치의 맛은 정말 예술이야. 조미료만 잔뜩 넣어서 맛을 흉내만 낸 김치와는 차원이 다른 거지.”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 해도 건강과 직결되는 음식만큼은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조미료만큼은 철저히 지양해야 한다는 것. 특히 식당같이 대량으로 김치를 만들 때는 오랜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많은 양념을 들이지 않고도 맛을 내기 위해 조미료를 많이 쓰는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본래의 ‘맛’을 잃어버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식당에서 밥을 먹은 적이 있는데, 그 다음날 혀가 안 돌아가더라고. 왜 이러지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식당이 조미료를 엄청 많이 쓰는 곳이라는 거야. 나는 나이가 들어서 조미료를 먹으면 이렇게 즉각적으로 반응이 오지만 젊은 사람들은 당장 느낄 수 있는 변화가 없으니까 그 심각성을 자꾸만 망각하는 것 같아. 그게 서서히 쌓이다 보면 나중에는 정말 위험해지는 건데 말이야.”
그후로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은 절대 손에 대지 않는다는 그는 요즘 채식을 즐긴다. 그의 아내인 배우 김민자는 젊었을 때부터 채식을 즐겼는데, 40년 이상 부부로 함께 지내다 보니 그 역시 자연스럽게 채식을 즐기게 됐다. 구수한 된장찌개에 쌈을 싸먹는 게 최불암 부부가 가장 즐겨먹는 음식이다.
“한국인에게는 역시 한국 음식이 제일 잘 맞아. 보기에도 먹기에도 화려한 외국 요리들도 먹고 나면 금세 허전한 느낌이 들지 않아? 요즘에는 퓨전이라고 해서 한국 요리와 서양 요리를 섞은 요리도 나오던데, 그것도 별로더라고. 서양 요리 위에 무 하나 썰어놓고 퓨전요리라고 하면 그건 엉터리지. 창의력도 좋고, 세계화도 좋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세계 속에서도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
가까운 나라 일본은 자국 음식 지키기 관리를 한다. 예를 들어 일정 규모의 땅에 일본에서 난 종자만 심고 기르는 것. 농약이나 화학비료는 일체 사용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생산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역시 사회적으로나 제도적으로도 자국의 음식, 곧 문화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켜야 바로 서고, 지켜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성을 존중하는 교류
전국 곳곳으로 촬영을 다니다 보면 우리네 이웃들의 삶을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참으로 많은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때면 인간성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