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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암 치료 위해 한국 왔는데 ... 자가격리 중 사망
일본서 암 치료 위해 한국 왔는데 ... 자가격리 중 사망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1.02.03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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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스1)
(사진 뉴스1)

 

관할 보건소의 미흡한 대처로 자가격리 중이던 60대 여성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4일 일본에서 입국한 A씨(68·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25일 자가격리자로 분류됐다.

일본에 거주하던 A씨는 한국에서 위암 치료를 받기 위해 입국했고 광주 북구에 거주하는 자녀의 집에서 자가격리를 했다.

비행기와 KTX 등 장시간 이동에 지친 A씨는 자가격리 이틀째인 26일 새벽 갑작스러운 쇼크 증상을 보였다.

오전 2시쯤 A씨의 가족이 급히 광주 북구청 자가격리 담당 공무원에게 연락해 A씨가 응급상황임을 알렸다. 

해당 공무원은 즉시 북구보건소 감염병관리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 A씨의 가족들이 보건소로 수십 통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없었다.

보건소측이 연락을 받지 않는 사이 A씨는 의식저하,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가족들이 다급히 인근 대학병원과 전남의 암 전문 대학병원까지 구조를 요청했지만 병원들은 "자가격리자를 받아줄 수 없다"며 이송을 거부했다.

북구청 공무원이 수시로 A씨 가족과 연락을 하며 위급상황을 모두 인지하고 있었고 도움을 주려 했지만, 자가격리자 이송 시 보건소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지침 때문에 어떤 도움도 줄 수 없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응급상황에 처한 자가격리자들이 119구급대로 연락해 병상 배정을 받을 수 있었지만 경미한 환자들까지 모두 119로 연락을 하면서 응급환자 구분이 어려워졌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에 자가격리자가 담당 보건소에 응급상황을 알리면 보건소 측이 다시 광주시로 이를 전달해 병동을 배정받도록 매뉴얼이 바뀌었다. 관내 격리병동을 관리하는 광주시가 병상을 배정한 후 환자를 이송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런 지침에 따라 광주시로부터 병상 배정을 받기 위해 보건소 직원의 중간역할이 필수적이 됐으나 이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이다.

결국 "119로 전화를 해보라"는 공무원의 조언에 따라 A씨 가족은 119구급대에 전화해 위급상황을 알렸고 2~3시간여 만에 응급실로 이송될 수 있었다.

그러나 '골든타임'을 놓친 A씨는 이송 후에도 의식을 찾지 못했고 결국 28일 숨졌다. 

A씨의 유족은 "어머니가 살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는데 보건소의 잘못으로 돌아가시게 됐다. '왜 전화를 받지 않았냐'고 하니 '당직 공무원이 잠을 잤다'고 한다. 그게 지금 할 소리냐"며 격분했다.

이어 "자가격리 중인 어머니가 가족들 얼굴도 못 보고 임종을 맞이한 게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난다. 병원에도 어머니를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다들 이송을 거부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들은 "대응 매뉴얼이 어떻게 이뤄졌고, 왜 응급상황에 연락이 안 됐는지, 담당 직원이 연락이 안 되면 응급상황인 자가격리자들은 다 집에서 발만 동동 굴러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북구보건소 측은 이 같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보건소 측은 "그날 TCS국제학교 발 집단감염이 터지면서 보건소 직원들이 자정이 넘어서 퇴근을 했다. 당직이던 직원이 피곤에 지쳐 잠이 들었고 전화를 받지 못했다"며 "잘못을 인정하고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보건직 공무원들이 야근까지 하고 자정부터 아침 9시까지 응급 전화를 받은 후 다시 9시부터 출근을 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인력이 부족하고 업무가 가중되다 보니 발생한 일"이라며 "당직 시스템을 새롭게 논의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Queen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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