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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th Bader Ginsburg 긴즈버그는 이렇게 말했다
Ruth Bader Ginsburg 긴즈버그는 이렇게 말했다
  • 이복실
  • 승인 2021.02.11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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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대한다.” (I dissent.)

그녀가 차별에 반대하며 의견을 낼 때마다 한 말이다. 최근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을 지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uth Bader Ginsburg)가 사망했다. 그녀는 비록 소수의견이라도 본인이 옳다고 믿는 신념과 가치관을 명확하게 밝혔다. 표결에서는 졌지만 ‘나는 반대한다’고 말한 용기와 논리는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그러한 점이 그녀가 사후에도 미국사회에서 존경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그녀의 삶 자체가 사회의 차별에 맞선 투쟁의 역사이다. 연방대법관으로 임명되기 전부터 긴즈버그는 남녀 차별과 관련된 소송 사건들을 맡아 사회의 고정관념과 관행들을 주도적으로 바꿔나갔다.

연방 대법관으로 임명된 뒤에도 남녀 임금 차별, 남학생만 입학했던 군사학교의 학칙 변경, 여군의 주택수당 미지급 문제 등을 다룬 재판에서 줄기차게 여성의 인권을 대변해왔다. 미 수정헌법 제14조가 보장한 “법률에 의한 평등한 보호”의 보장 범위를 그 전에는 인종차별에 적용했는데 이 개념을 여성에까지 확대시킨 사람이 바로 긴즈버그이다. 버지니아 군사학교의 여학생 입학금지는 ‘유사한 처지인 사람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다르게 대우하는 것을 금지’하는 미국 수정헌법 14조의 평등보호 조항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긴즈버그가 여성만을 위하여 일한 것은 아니다. 양성평등을 위하여 노력했음을 보여준 사건도 있다. 출산 도중 사망한 아내를 대신하여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싶어 했던 남편이 있었다. 하지만 아내와 사별한 남성은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남성이 집에서 육아를 맡지 않는다는 편견이 지배했기에 실제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긴즈버그는 싱글인 남성도 사회 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긴즈버그의 그러한 노력은 육아 등 성별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현재까지는 우리나라 사법부에 긴즈버그는 없었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한국형사정책연구원으로부터 받은 <각 형사사법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추이> 자료를 분석한 결과, 법원의 경우 지난 2012년에는 50.5%를 기록했던 신뢰도가 올해에는 35.3%로 하락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성폭력 사건 처벌만보더라도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판단하는 처벌의 온도와 사법부의 온도 차이가 너무 커서 국민들을 아연케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까지 한다. 집단성폭행과 불법촬영 및 촬영물 유포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가수 J는 지난 30일 성매수 범죄에 대해서는 약식명령으로 고작 10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지난 1일에는, 성관계 영상을 여러 차례 동의 없이 촬영하여 트위터에 유포한 기업인 L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텔레그램 N번방 성 착취 사건으로 민심이 들끓는 것도 사법부의 약한 처벌에 그 원인이 있다.

몇 년 전의 일이다. 어느 날 외출하고 집에 왔더니 국회에서 소환장이 와있었다. 내가 대법관 인사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었다는 것이다. ‘아니 무슨 일일까? 난 후보자를 알지도 못하는데.’ 궁금하여 해당 부서에 전화를 했더니 대법관 후보자가 판결한 십 여 년 전 성희롱 사건에 관한 증인으로 나를 채택했다는 것이다. 당시 그 사건은 술 따르기를 강요한 것은 성희롱이 아니라고 판결한 사건으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있었다. 청문회가 인신공격이나 정쟁이 아니고 판결에서 보여주는 가치관과 철학을 논의한다는 것은 바람직해보였다.

판결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사법부 구성원들의 성인지 감수성과 피해자에 대한 인권존중, 양성평등의식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통해 남녀차별을 근절하고 남녀차별은 중대한 법 위반이라는 메시지가 온 사회에 공유돼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나는 반대한다가 아니라 ‘나는 찬성한다’가 되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러려면 미국의 긴즈버그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시대를 앞서가는 선구자가 우리나라에도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글·사진 이복실(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전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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