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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기소독점주의 깨뜨린 김진욱 초대공수처장
검찰 기소독점주의 깨뜨린 김진욱 초대공수처장
  • 오수연
  • 승인 2021.03.28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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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중립·독립성 지켜 성역없이 수사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1월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위공직자의 부패범죄를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 1월 21일 공식 출범했다.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고 3년간 임기를 시작했다. 공수처는 건국 이래 검찰 조직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해온 체제를 허물고 형사사법 시스템의 일대 전환을 가져오는 헌정사적 사건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 1월 19일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제시한 청사진을 토대로 향후 공수처의 향방을 짚어보자.(Queen 2월호)

대구출신… 판사 변호사 연구관 다양한 경험 강점

대구 출신인 김진욱 공수처장은 판사와 변호사, 헌법재판소 연구관 경험을 두루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다. 1966년생으로 대구가 고향인 그는 서울 보성고와 서울대 고고학과,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 미국 하버드 로스쿨을 수료한 후 사법고시31회(사법연수원21기)로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로 임관했다.
 

중량감 떨어지는 판사출신 낙점

1995년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로 임관한 뒤 3년 만에 법복을 벗고 2010년까지 12년간 김앤장 변호사로 일했다. 변호사 개업 직후였던 1999년엔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특별검사팀에 특별 수사관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공수처가 검찰개혁을 겨냥한 만큼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은 배제됐고, 다소 중량감이 떨어지지만 판사 출신인 김 처장이 낙점됐다.


3년간 짧은 판사 경험… 하버드 로스쿨 수료

김 처장은 2002년 미국 하버드 로스쿨을 수료한 뒤 2010년부터 헌법재판소에 근무하기 시작했다. 2010년 헌법연구관으로 헌재에 몸담게 된 그는 이강국 전 헌재소장 비서실장을 맡기도 했고 선임헌법연구관과 국제심의관을 거쳤다.
 

“공정성 원칙대로 공수처 이끌겠다” 소신 밝혀

김 처장은 학구적이면서도 정치적으로 편향적이지 않은 인물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를 처장 후보로 추천했던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인권법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성향 측
면에서는 정치적 중립성도 어느 정도 담보된 인물로 본다”고 밝혔다. 김 처장도 최근 지인들에게 “판사를 하면서 지켰던 공정성의 원칙대로 공수처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소신을 밝혔다고
한다.


6년 의식불명 모친 병 간호

김 처장에 대한 인성과 가족 관계도 관심거리다. 그를 추천한 이찬희 대한변협회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전한 가족사다.
“제가 알기로는 김진욱 변호사가 부유하지 않은 가정에서 장남으로 태어나서 부모님을 부양하고 어린 동생들을 부양하면서 자수성가한 인물입니다. 또한 김 변호사의 개인사이긴 하지만 어머님께서 쓰러지셔서 6년 동안 의식불명의 상태로 병간호를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변호사로 벌었던 돈으로 그런 것을 다 한다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그렇게 여유가 있는 분은 아니십니다.”
6년 간 요양병원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투병한 것으로 알려진 김처장의 모친은 지난 10일 청문회 준비 기간에 운명을 달리했다.


판사 시절 법정구속 판결 회자

김 처장의 판사 시절에 ‘법정구속’ 처분을 했던 뇌물 사건이 최근 다시 조명되고 있다. 이 사건은 공수처의 모태가 된 참여연대의 부패방지기본법 제정 운동에 촉매제가 된 탓이다.
김 처장은 1997년 서울지법 형사항소2부 배석 판사 시절 ‘안경사협회장의 보건복지부 장관 뇌물 사건’의 주심을 맡았다. 당시 김태옥 대한안경사협회장이 이성호 보건복지부 장관의 부인에게 1억7000만원 상당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었다. 이 회장은 이 장관에게 안경사 자격증 보유자만 안경테를 판매하는 법을 만들어달라고 청탁하기 위해 돈을 주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장관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 장관 부인은 구속되었다. 이 장관 부인과 김 회장은 1심에서 각각 제3자 뇌물죄와 뇌물공여죄로 징역 1년6개월~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두 피고인은 항소했고 사건은 형사항소2부로 배당됐다. 그런데 항소심이 시작되자 김 처장의 전임 재판부가 안경사협회장을 보석으로 풀어줬다.

하지만 새롭게 주심을 맡은 김 처장은 기록을 검토한 결과 “혐의가 중대하고 뇌물 금액도 큰데 보석이 말이 안 된다”며 보석을 취소하고 법정구속의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회에 큰 해악을 미치고 공무원의 청렴상을 크게 훼손하는 공무원 관련 뇌물수수 행각은 엄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 1월 19일 열린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 1월 19일 열린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법조계 균형감각 갖춘 원칙주의자 평가

당시 김 처장과 같이 근무했던 법조계 인사는 “당시 재판부에 여러 경로로 선처를 부탁하는 압력이 들어온 사건이었지만 김 처장이 원칙대로 처리했던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당시 3년 차 젊은 판사였다.

이 사건은 당시 참여연대의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 전담기구 설치운동에 기폭제가 됐다. 참여연대는 1996년 초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를 내용으로 하는 부패방지법 제정 캠페인을 시작했다. 참여연대는 1996년 12월 법조계 인사 등 100여명의 이름으로 시국성명을 내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연루된 안경사협회 뇌물수수 의혹 등은 우리 사회의 부패비리 구조를 드러낸 것”이라면서 “부패방지 기본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공수처 설치 논의의 촉매가 된 사건을 처리했고 24년 뒤에는 초대 공수처장에 오른 것이다. 우연이라고 하긴 참 묘하고도 의미심장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처리한 직후 김 처장은 3년의 짧은 판사 생활을 마치고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겼다.

김앤장 로펌에서 다시 공직으로

당시 김 처장을 기억하는 법조인은 “김 처장이 항소심 재판부에서 많게는 수백 건의 사건들을 처리했는데, 주로 ‘잡범’들에 대한 판결을 맡았던 그가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길 원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2010년까지 김앤장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헌법재판소 연구관이 됐다.

법조계에서는 김 처장이 대형로펌 김앤장의 중견급 변호사에서 월급이 비교적 적은 헌재로 옮긴 행보를 두고 ‘일반적이지 않다’고 평가한다. 김 처장은 당시 지인들에게 “대기업에 좋은 일만 하고 사는 게 더 이상 의미가 안 느껴진다”며 “공직에 다시 가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처장에 대해 ‘유별나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김 처장이 2012년 헌재소장 비서실장으로 있으면서 영어 동시통역도 맡았다”며 “김 처장은 당시 공부를 해서 동시통역 자격증을 땄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필요하거나 맞는 일이라 생각하면 무조건 하는 성격”이라고 덧붙였다.

최종 후보로 지명되자 주변의 여러 사람들이 “야당 말대로 정권의 꼭두각시가 되는 건 아닌지 우려 된다”고 말을 건넸다고 한다. 김 처장은 이들에게 “판사 때 한 것처럼 공정성을 생각하고 일할 테니 걱정 말라”고 답했다고 한다.
 

야당 다양한 의혹 제기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청문회를 통해 김 처장(후보자)의 재산·신상·자질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재산 의혹의 핵심 쟁점은 김처장이 2017년 의료진단기업 미코바이오메드의 주식을 취득했
을 때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는지 여부다. 미국 유학 시절의 학연으로 얽힌 회사 대표를 통해 호재성 정보를 미리 알았던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 김 처장이 1997·2003·2015년 세 차례에 걸쳐 동생이나 장모 등의 주소에 위장 전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2002년 변호사 시절 미국 연수 당시 출생한 장남의 이중국적을 위해 고의로 귀국
을 미뤘다는 의혹을 샀다. 2015년 헌법재판소 연구관 시절 미국 연수는 공무원 임용규칙을 위반해 육아휴직을 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 처장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집중 공세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성의 있는 소명을 했다는 평이다.
 

공수처 출범… 검찰 기소독점주의 마침표

공수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대법원장, 국무총리 등 고위공직자의 직무범죄 등 비리를 수사하는 기관이다. 직무유기·직권남용·피의사실공표·공무상비밀누설·알선수재 등의 혐의가 수사 대상이다. 검사와 판사, 경무관 이상 경찰관이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는 직접 기소도 가능하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검찰이 독점하던 기소권이 분리되는 셈이다.

비대화된 검찰 권력을 분산하고 감시한다는 점에서 순기능이 기대된다. 검찰이 내부 비위 발생 시 ‘제 식구 감싸기’로 대처한다는 비판도 사라질 전망이다. 이런 공수처가 정식 출범하면서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는 67년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25년 전부터 터져 나온 공수처 설치 목소리

최초로 공수처 법안이 나온 것은 25년 전인 1996년 김영삼 대통령 집권 때였다. 이후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고 ‘공직비리수사처’를 신설할 예정이었으나 당시 검찰의 반발로 무산 됐다. 공수처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운 노무현 정부는 강금실 법무부장관을 앞세워 독립기관인 ‘공직자부패수사처’ 설립을 시도했지만 역시 검찰의 반발로 무위에 그쳤다.

검찰 기득권의 높은 벽에 막혀 번번이 좌절된 것이다.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문재인 후보자 모두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폐해와 특별검사 제도의 한계를 보완한다는 취지에서 공직자의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대책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박근혜 후보는 특별감찰관과 상설특검 제도의 도입을, 문재인 후보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의 설치를 각각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이 도입됐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이 됐고 100억 원대의 수임료를 수수한 검사장 출신의 홍만표와 넥슨과의 비리 의혹에 휩싸인 진경준 전 검사장 등 검찰 비리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무소불위 검찰을 견제한다는 취지에서 공수처 설치 논의가 다시 화두가 됐다. 20대 국회 초반인 2016년 7월 당시 야당인 정의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은 공수처 설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공수처법안 통과 6개월 개점휴업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여야의 격렬한 힘겨루기 끝에 공수처법은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됐지만, 정작 공수처장을 뽑지 못해 반년 동안 개점휴업의 상태나 다름없었다. 2020년 12월 28일 열린 제6차 회의에서 야당 측 추천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대한변협이 추천한 김진욱, 이건리를 공수처장 후보로 선정했다. 이틀 후인 12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초대 공수처장 후보에 판사 출신인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을 내정했다.
 

무소불위 권력기관… 정치 중립성이 관건

공수처가 수사권과 일부 기소권을 함께 갖게 되면서 또 하나의 권력기관이 탄생한다는 우려도 계속 나오고 있다. 검찰의 경우 권한 분산을 위해 직접수사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공수처의 탄생은 이 같은 기조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직의 정치적 중립을 담보할 장치가 없다는 점도 맹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조직 구성이 정권 인사로 채워질 경우, 정권을 위한 수사와 기소가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다.
 

공수처 인선 진통 예상

공수처 인선의 첫 단계부터 진통이 예상된다. 공수처장은 차장을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정치적 논란을 피할 수 없으리란 관측이다. 야당 의원들은 청문회에서 차장 임명과 관련해 청와대 추천이 있었는지 등을 김 처장(후보자)에게 거듭 물었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차장이 임명된 뒤 공수처 검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여야가 본격적으로 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수처 검사는 7인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수처 검사의 임용 절차를 진행하는 인사위는 공수처장과 차장, 처장이 위촉하는 1인, 여당 추천 2인, 야당 추천 2인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야당의 위원 추천이 늦어지면 위원회 구성이 지연될 수 있다.


공수처 1호사건 초미의 관심

상징성이 큰 ‘공수처 1호 사건’ 선정도 관심거리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의 첫 칼날이 윤석열 검찰총장으로 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 사건, 라임·옵티머스 사건 등도 거론된다.



글 오수연(자유기고가) |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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