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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진 신촌세브란스 이식외과 교수 “간이식 새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주동진 신촌세브란스 이식외과 교수 “간이식 새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 김은정기자
  • 승인 2021.04.0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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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환 포기하지 마세요
주동진 교수 “간이식 새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침묵의 장기라고 불리는 간은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망가지기 전까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진단시기가 늦어져 치료의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이럴 때 간이식술이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다. 손상된 간기능을 다시 살리는 간이식술의 모든 것을 신촌세브란스 주동진이식외과 교수로부터 들어 보았다.

간은 우리 몸의 화학공장이라고 할 수 있는 장기로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이 소장에서 흡수되어 혈류 속으로 들어오는데, 그 혈류가 일차적으로 통과하는 장기가 바로 간이다. 따라서, 간에서
는 외부에서 들어온 물질들을 해독하고, 그 성분을 분해하여 영양 물질로 만들어 저장할 수 있게 해주고, 실제로 여러 장기에 쓰일 수 있도록 대사를 담당할 뿐만 아니라, 단백질도 만들어 생명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간이 기능을 상실할 정도로 망가졌을 때 간이식술을 고려할 수 있는데 간이식술은 건강한 정상인의 간 일부분을 수술로 떼어내서 간 질환 환자에게 이식해 주는 생체 부분 간이식과 뇌사자에게서 전간을 받는 뇌사자 전간이식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간이식 중 70-80% 정도는 생체 간이식이고 나머지가 뇌사자 간이식이다.


간이식술 어떤 상황일 때 선택하나

간이식수술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기능을 못할 정도로 간이 망가진 경우, 두 번째는 간에 암이 발생한 경우다.

“첫 번째를 우리는 간기능 부전, 줄여서 간부전이라고 부릅니다. 가장 흔한 원인은 B형 간염, C형 간염, 알코올성 간염과 같이 간에 기저 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간경화가 진행되어 간 자체가 서서히 망가지다가 기능을 못하게 되는 만성 간경변입니다. 이 외에도 아무런 간질환이 없던 상태에서 간독성 물질의 섭취 등으로 갑자기 간부전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급성간부전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간이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 간암일 경우 역시 간이식을 할 수 있다. 암의 치료는 병변의 위치나 크기도 중요하지만, 주변 간의 간경변 정도도 반드시 같이 고려해야 한다.

“조기 간암이더라도 간경변이 심하게 동반되어 있으면 다른 치료보다는 간이식을 우선 고려해야 합니다. 간암이 크더라도 한쪽에 국한되어 있고, 간경변이 심하지 않다면, 간절제술을 고려해 볼 수 있고, 색전술이나 고주파열치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를 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 간질환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간암을 치료하더라도 남아 있는 간에 다시 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간이식은 근본적으로 간을 바꾸어 줌으로써, 추가적인 재발을 막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간이식의 성공률은 간이식을 받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성공률에 큰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간이식 후 1년 생존율은 90% 이상, 5년 생존율은 80% 이상이다. 이는 신장이식의 생존율보다는 다소 떨어지지만 폐나 심장이식 등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에 비해서는 성공률이 높은 편이다. 간경변이 매우 심해서 황달과 간성혼수로 중환자실에 오래 재원하고 있던 환자들의 경우, 간이식 후 감염 등의 합병증 발생이 높은 반면, 간경변이 심하지 않지만 간암 때문에 간이식을 받는 환자들의 수술 성공률은 98% 정도다.


수술 결정시 고려해야 할 것들

무엇보다, 간 이식을 하더라도 간 이외의 다른 장기에 문제가 있어 회복이 어려운 경우는 간이식을 할 수 없다. 간암 환자의 경우, 간 이외에 전이가 있다면 간이식은 어렵다. 간이식이 꼭 필요할 정도로 간부전이 심한데, 간성 혼수로 인해 뇌부종이 일어나 뇌손상이 발생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또한 이식을 결정할 당시 전신 감염이 심하거나 패혈증이 있는 경우, 또는 심폐 기능이 좋지 못하여 간이식 수술을 견딜 수 없는 경우에는 간이식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조건들이 아니라면 힘들어도 간이식을 진행해야겠지요. 보호자들이 주로 묻는 질문이 ‘환자 상태가 너무 안 좋은데, 간이식을 견딜 수 있을까요?’입니다. 이런 경우 저는 ‘지금 이 순간이 환자에게는 가장 좋은 상태입니다’라고 답합니다. 즉, 간부전이 있는 상태에서는 더 기다린다고 환자의 상태가 좋아질 수 없기 때문에, 이식이 가능하다면 최대한 서둘러 이식을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

대개 이식술의 경우 혈액형이 일치하는지의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전통적 개념에서는 혈액형이 맞지 않으면 간이식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탈감작이라는 방법을 통해 미리 수혜자를 준비시킨다면 혈액형이 맞지 않아도 간이식을 할 수 있게 됐다.

“탈감작이란, 환자에게 면역억제제를 투입하여 혈액형 부적합 간이 들어오더라도 면역세포가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미리 막고, 몸 안에 존재하는 항체를 걸러내어 혈액형이 맞지 않는 장기가
들어와서 자리잡을 수 있게 미리 준비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혈액형이 맞지 않아도 성공적인 간이식을 할 수 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은 2012년 1월부터 혈액형부적합 간이식을 시작해서 점점 그 숫자가 증가하여, 2019년 1월에 100건의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을 성공했고, 최근에는 매년 전체 간이식 환자 중 20% 정도가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을 받고 있다.


수술 후 회복까지 병원에서 취해지는 관리

간이식 수혜자는 수술 1주일 전에 입원하여 수술 전 준비를 한다. 수술이 끝나면 3-4일 정도 중환자실에서 집중 관리를 받게 되고, 이후 이식병동으로 옮겨서 2주 정도 회복 후 퇴원하게 된다.
간 기증자는 수술 2일 전에 입원하여 내시경 검사를 받고, 수술 후 일주일 정도 회복 후 퇴원한다. 수혜자는 가장 중요한 것이 간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것이다.

“수술 직후에는 고용량의 면역억제제로 시작하여 퇴원 전까지 조금씩 용량을 감량하게 됩니다. 정기적으로는 초음파와 CT 등을 찍으면서 이식받은 간의 상태를 확인합니다. 회복 기간 동안 수술 당시에 복부에 심어 놓은 배액관의 양이 서서히 줄게 되는데, 퇴원 전에는 관을 뽑고 퇴원하게 됩니다.”

기증자는 수술 후 바로 일반병실로 나오게 되고, 절제된 간이 잘 자라도록 자연적 회복을 돕는 치료를 받게 된다. 수술 후 5일 정도 지나면 CT를 찍어서 간 상태를 확인하고 문제가 없으면 6-7일째 복부 배액관을 빼고 퇴원하게 된다. 기증자나 수혜자 모두 신기하게도 간은 다시 일정 크기로 커진다는 것이다.

“우측 간을 기증하는 경우, 기증자는 전체 간의 60-70% 정도를 절제해 남은 간이 30-40% 정도인데, 3개월 정도 지나면 본래 간 크기의 90-100% 정도로 빠르게 성장합니다. 물론, 절제된 부분이 다시 그대로 재생되는 것은 아니고, 남아 있는 간이 그 자리에서 커지는 것입니다. 수혜자의 경우는 기증자 간의 60-70% 즉 충분히 큰 간을 받기 때문에, 간이 기증자만큼 많이 자라지는 않습니다. 받은 간과 환자의 체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받은 간도 평균 1.5배 정도는 자라게 됩니다.”


수혜자는 퇴원 후 일 년 정도 주의해야

병원에서 퇴원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수혜자에게 가장 중요한 사항은 면역 억제제를 복용함으로 인하여 면역 저하 상태에 있기 때문에 감염 관리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은 COVID-19 때문에 모두가 지키고 있지만, 이식 환자들도 초기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는 사람 많은 곳은 피하고, 공공장소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위생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대
개 일 년 정도 지나면 일반인들보다 면역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에 일상생활 및 가벼운 운동도 가능하므로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간 기증자는 간이 충분히 자랄 때까지는 무리한 육체적 활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대개 건강한 신체일 때 기증을 했기 때문에 수술 후 일상적인 생활은 대부분 가능하다. 다만 간 절제술 과정에 담낭이 같이 절제되기 때문에, 담즙 분비 기능이 처음엔 좀 떨어진다. 그래서 기름진 음식을 과하게 먹는 경우에는 소화가 잘 안 되고 설사가 날 수 있어 초기 3-6개월 정도는 너무 기름진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간 건강을 위해 평소에 관리해야 할 수칙들

간은 침묵의 장기다. 즉, 병이 나서 간에 손상이 간다고 해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를 그대로 방치해 두면 서서히 간에 섬유화가 일어나 결국 간경화로 진행될 수 있다.

“B형간염 등의 바이러스성 간염을 앓고 있거나, 혹은 평소 음주를 많이 하거나, 또는 최근에는 음주와 무관하게 지방간이 있는 경우 등에서는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와 혈액검사를 통해 간 상태를 주기적으로 살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바이러스성 간염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은 필요에 따라 항바이러스 약제를 복용하여 바이러스 활성을 떨어뜨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알코올성 간염을 진단받은 사람들은 금주가 곧 치료임을 명심한다. 지방간을 가지고 있다면, 식생활 개선과 운동요법 등을 통해 체중 감량을 하면 많은 부분이 개선될 수 있다. 간에 더 좋은 것을 찾기보다는 간에 안 좋은 것들을 생활에서 절제하는 것이 간 건강을 지키는데 매우 중요하다.
 

주동진 신촌세브란스 이식외과 교수

 

 

주동진 교수는…
주동진 교수는 2003년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 연세대학교 대학원 의학과 석사학위
와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메이오 클리닉에서 방문교수로 연수했다. 현재 세브란스
병원 이식외과 교수(연세대 의대 외과학교실 교수)로서 중증 간질환 환자들을 위해 간이식
수술을 비롯한 복부 장기 이식 수술, 간 절제술 등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 분야 연구 활동에
서도 많은 성과를 내왔다.
 

 

 

 

 

 

[Queen 김은정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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