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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남희 전 단국대 교수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가정교육법
목남희 전 단국대 교수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가정교육법
  • 송혜란 기자
  • 승인 2021.04.13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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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안에 의사, 교수, 박사가 여럿
목남희 전 단국대 교수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가정교육법

 

지난 10년간 단국대학교 상경대 경영학부 교수로 몸담았던 목남희 교수. 영국 석유회사의 미국 본사 BRITISHPETROLEUMAMERICA 회계사, 제약회사 SCHERINGPLOUGHKOREA 대표 이사로 근무한 뒤 후학 양성에만 힘썼던 목 교수에게는 사실 남다른 가정 스토리가 있다. 바로 7남매와 16명의 손주들로부터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부모님의 이야기다. 한 집안에 의사, 회계사, 교수, 박사, 서울대 법대 출신만 여럿 키워낸 가정 교육법을 들어보았다.

목남희 교수는 7남매 중 둘째로 큰 딸이다. 슬하에 아들 둘 그리고 자식 같은 조카들을 모두 16명 두었다. 모두 바르고 정직하게 사회에서 제 몫을 잘 해내고 있어 참 뿌듯하다는 목 교수. 서초동 본가에서 만난 그녀는 특히 부모님에 대한 존경심이 꽤 커 보였다. ‘무엇이 자식들로 하여금 스스로 바른길을 선택하게 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저서 〈평범한 가정의 특별한 자녀교육〉으로 옮겨질 만큼 현대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상당했다.


부모님이 몸소 가르친 것들

그녀 부모님의 인생은 일제강점기 가난한 농가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 근대사의 격동기를 온몸으로 겪으며 한 집안을 일으켜 세우고, 자녀들도 잘 길러낸 부모님은 자기 가족뿐 아니라 친척을 비롯한 이웃과 지역 사회를 위해 아낌없이 나누며 살아온 분들이라고 그녀는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특히 목 교수는 아버지를 인자하고 다정하며 경청의 능력이 뛰어난 분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자식,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경청의 달인이셨어요. 집에 손님들이 찾아오면 다른 사람들 목소리만 들려 아버지가 집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요.”

이렇게 누구와도 거리낌 없이 대화를 잘했던 아버지를 통해 그녀는 제대로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소통하기 위해선 경청이 먼저라는 것을 말이다.

“인간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효와 겸손을 강조하는 아버지의 가르침도 가슴 깊이 새겨져 있지요.”

그렇다면 어머니는 어떤 분이실까? “명석하고 사리 판단이 분명하며 지혜로운 분이시지요.”

그녀의 어머니는 60년이 넘도록 하루도 빠짐없이 가계부를 썼다. 근검절약은 너무도 당연한 것. 그 성실하고 규모 있는 살림은
집안의 재산을 일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수십 년 전 그녀의 어머니가 썼다는 가계부에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저희 어머니는 가계부 하나도 쉽게 버리는 법이 없어요. 옛날 옛적 어머니가 썼던 가계부를 보면 얼마나 존경스러운지 몰라요.
어머니의 가계부는 우리 집 가보입니다. 지금도 어머니는 마치 일기장처럼 가계부를 쓰고 계세요. 저도 어머니처럼만 될 수 있
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랑이 주는 안정이라는 힘

실수를 해도 비난보다 포용으로 야단 한 번 치지 않고 늘 자식 편이 되어 줬던 아버지. 훈육 교사를 담당할 정도로 엄격했지만 미국에 사는 딸에게 600통 이상의 편지를 보낼 정도로 자식을 지극히 사랑한 어머니. 두 분의 역할이 적절하게 균형과 조화를 이룬 것이 성공적인 자녀교육의 첫걸음이었다.

무엇보다 집안일, 사업에 관한 모든 일을 상의할 정도로 부모님은 서로 존중하고 신뢰했다고 그녀는 되뇌었다. 항상 대화와 웃
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는데…. 이렇게 화목한 집안 분위기는 자식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줘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게 이끌었
다. “가정이 성공의 출발점이니까요.”
 

1 목남희 교수의 어릴적 가족사진. 가운데 부모님을 둘러싸고
있는 7남매의 모습이 참 든든해 보인다.
2 목남희 교수 어머니의 가계부. 1900년대의 생활사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꼼꼼하게 기록돼 있었다.
3 목남희 교수의 집 거실 중앙에는 둘째 아들의 하버드대학교
1 졸업장이 자랑스럽게 걸려 있었다.

 


자유롭되 책임질 것, 꿈을 키워나가며

또한 그녀의 부모님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평생 배움에 대한 열정도 놓지 않았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탓에 한국말보다 영어를 더 잘하는 손자들과 이야기하기 위해 90세가 훌쩍 넘은 그녀의 어머니는 아직도 영어 공부에 목말라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됐으나 과거 아버지가 경찰 공무원에서 버스 사업가로 변신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도 긍정적인 마인드와 도전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 주어진 환경에 안주하지 않고, 삶을 개척해나가는 부모님을 지켜보며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꿈을 키울 수 있었다.

“부모님은 단 한 번도 저희에게 공부를 강요한 적이 없어요. 자식이 결정한 일은 전적으로 믿어줬어요. 단 스스로 선택한 것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했지요.”

형제도 많은데다 공무원, 사업가였던 아버지를 찾아오는 손님의 발길도 워낙 잦았던지라 누가 누굴 챙길 여력도 없어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도록 환경이 만들어준 부분도 있다.

그렇게 그녀는 이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 미국 켄터키주립대학에서 회계 과정을 이수한 뒤 클리블랜드주립대학에서 회계정보시스템 석사, 단국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하며 강단에 올랐다. 오빠와 막내 동생은 의사, 여동생들은 각각 화가, 국악 교수, 사업가, 남동생 한 명은 건축가 등 자기만의 꿈을 좇아 보람찬 삶을 살고 있다.


부모부터 모범이 돼야죠

물론 의사, 교수, 박사라고 무조건 성공한 인생은 아니다. 그녀의 부모도 자식들에게 성공만 보고 달려가라고 가르치지 않았다. 그보다 정직하고 행복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줬다. 누구나 좋은 부모가 되고 싶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을 길. 이에 목남희 교수는 훌륭한 자녀를 키워내는 비법은 바로 자녀를 대하는 부모의 자세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을 전했다.

“요즘 젊은 부모들은 텔레비전 보면서 애들한테는 책 읽으라고 잔소리하지요. 과외만 주야장천 시키면서요. 반대로 저희 부모
님은 단 한 번도 책 보란 말 한적 없이 그저 스스로 책을 보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셨어요. 아이는 부모를 보고 배우더랍니다. 즉, 아이들에게 원하는 게 있다면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세요. 부모가 솔선수범해야지요.”
 

목남희 전 단국대 교수 가정교육

 



위대한 부모가 훌륭한 아이를 키운다

그녀 역시 부모님이 준 가르침대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아무리 아파도 학교, 레슨은 절대 빠지지 않기, 독서시간은 꼭 지키기 등 근면성실을 전제로 한 룰을 만들어 서로 지키고자 노력하는 것은 필수. 아이들이 공부할 시간에 잔소리 대신 함께 책상 앞에 앉곤 했다는 목 교수는 큰 아들이 미국 콜롬비아 의대를 졸업해 의사가 됐고 둘째 아들은 하버드를 나온 뒤 현재 실리콘밸리 IT 회사원으로 멋진 인생을 설계했다고 기뻐했다.

“TV는 좋아하는 프로그램 딱 한 개만 봤어요. 가족들이 상의해서 만든 규율이 곧 저희들의 습관이 되었죠.”

그녀의 집 중앙에는 둘째 아들의 것으로 보이는 하버드대학교 졸업장이 떡 하니 걸려 있었다. 자녀교육법도 대물림되는 것일까? 그녀의 조카들도 서울대 의대, 서울대 법대, 미국 콜롬비아 의대 등을 졸업한 수재라고 한다. 위대한 부모가 훌륭한 자녀를 키운다는 진리가 평범하고도 특별하게 다가왔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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