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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3월호 -특별인터뷰/이재형 전 국회의장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3월호 -특별인터뷰/이재형 전 국회의장
  • 양우영 기자
  • 승인 2021.05.0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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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3월호

야인(野人)생활 2년 반 만에 생가와 선산잃고 실향민 된 이재형 전 국회의장

"넉달 전 잃은 아내 선산에 묻지 못하고 백리 밖 화성땅에 묻고 왔소이다"

제헌의원으로 출발 지난 89년 정계를 은퇴할 때까지 40여년간 정치활동을 해온 헌정사의 산증인이자 여야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강직하고 깨끗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원로정치인 이재형(77) 전국회의장. 최근 산본 신도시개발로 수대를 살아온 고향 생가와 선산을 잃게 된 그가 주택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토지수용에 이의를 제기하고 주택공사를 상대로 1년여를 싸워온 저간 사정과 함께 정계 은퇴후 2년 반 동안 두문불출하고 지내온 그의 근황을 취재했다.

1991년 3월호 -특별인터뷰/이재형 전 국회의장
1991년 3월호 -특별인터뷰/이재형 전 국회의장

 

"정치권에 몸담고 있을 땐 스스로 자유를 제한하며 산 셈이지, 마음이 내키지 않은 이야기도 해야 하고, 사람 대하는 것도 피동적이었다고 할까···. 그런 점에서 지금은 편해. 만나기 싫은 사람은 안만나면 되니까"

제헌의원으로 출발, 7선의 경력을 쌓으며 상공장관 · 정당대표 · 국회의장 등 정당과 행정부의 요직을 두루거친 운경(雲耕)이재형 전국회의장.

고풍이 감도는 사직동 그의 한옥 자택을 방문했을 때 깔끔하게 정돈된 집안 분위기가 운경의 정갈하고 깐깐한 성품을 그대로 전하고 있었다. 

88년 제13대 국회가 출발하면서 국회의장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은퇴했떤 그는 이제 정치현장에서 떠난 초연한 입장에서 평범한 일상생활의 자유를 음미하며 사는 듯했다.

"복잡한 정계에서 떠나면 심신이 편해지려니 싶었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닌것 같아···"

일상인으로 돌아와 지낸 지난 2년 동안의 근황을 묻자 이 전의장은 최근 집안에서 일어난 몇가지 일로 마음이 편치 않다며 조금 씁쓸한 표정으로 말문을 연다.

이전의장은 지난해 10월 오랜 지병으로 부인 유갑경여사를 잃은데다, 최근엔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에 있는 고향 선산과 생가를 신도시개발 계획으로 헐리게 된 것.

선산이 헐리게 되자 얼마전 세상을 뜬 아내의 묘를 그곳에서 1백여리나 떨어진 경기도 화성군에다 쓰고 왔다는 그는 이런 일들이 자신의 부덕 때문이 아닌가 생각할때 밤잠을 못이룬다며 쓴 웃음을 짓는다.

"북쪽에 고향을 두고온 사람들은 분단으로 실향민이 되었고, 나는 누대에 거쳐 살아온 지척의 고향을 지키지 못해 실향민이 되었으니···"

마치 시를 읊듯 처지를 한탄하는 그의 말끝에 인생말년의 무상감까지 느껴져 고향을 잃게 된 일이 적지않은 충격을 준 듯했다. 

지난 71년 정계를 떠나 고향에서 10여년간 은거생활을 했었던 그는 88년 12대 국회가 끝나면서 몸 담고 있던 민자당에 탈당계를 내고 정치권에서 완전히 물러난 후 다시 낙향, 말년을 고향을 지키며 살고자 했었다. 

지난 2년 반 동안 부인의 병간호를 위해 사직동 자택에 머물고 있던 그는 결국 이번 산본 신도시개발로 고향으로 돌아갈 계획이 깨져 버린셈.(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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