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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 백담사 유나 영진스님 법문...“사람은 그 존재 자체로 성스러운 것이지요”
[부처님 오신 날] 백담사 유나 영진스님 법문...“사람은 그 존재 자체로 성스러운 것이지요”
  • 송혜란 기자
  • 승인 2021.05.19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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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 백담사 유나 영진스님 법문...“사람은 그 존재 자체로 성스러운 것이지요”

 

봉암사 결사 때 108참회문을 낭독한 바 있는 영진스님은 지난해 11월 25일 불교여성개발원 여성불자108인회가 주최한 제1회 ‘올해의 스님’ 시상식에서 올해의 스님(수행 부문)으로 선정됐다. 이날 시상식에서 영진스님이 전한 법문은 추운 날씨를 따뜻한 온기로 녹이는 듯했다. 이날 영진스님이 들려준 특별 법문을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퀸 독자들을 위해 옮긴다.

조계사 기초선원장과 동화사 선원장을 역임하고 전국선원수좌회 의장을 지낸 영진스님은 현재 백담사 무금선원 유나로 있다. 수행을 통해 부처님 법속에서 자비와 지혜를 실천하도록 대중에게 발심과 하심, 신심을 심어주는 데 공헌해 온 영진스님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회 ‘올해의 스님’ 시상식 후 법문을 맡아 참석자들의 마음속에 큰 지혜를 선사했다.
 

인연법, 연기법으로 보는 세상
 

이날 영진스님이 법문으로 삼은 주제는 크게 제법중영생(諸法從緣生), 아설즉시공(我說卽是空), 역이시가명(亦爲是假名), 역시중도의(亦是中道義)다.

먼저 제법중영생이란 모든 세상은 인연 따라 생기고 인연 따라 소멸한다는 뜻이다. 세계적으로 많은 성인, 과학자, 위인이 나왔지만, 영진스님은 이 우주 생성의 근원을 밝힌 분은 부처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창조를 이야기할 때 물, 불, 숫자, 공기 등 과학자마다 시작을 달리 말합니다. 그런데 불교는, 부처님은 인연법(因緣法), 연기법(緣起法)을 이야기하지요. 이 연기법이 아니고서야 세상을 어떻게 설명할까요? 아무런 설명이 안 됩니다. 어떻게 원인 없는 결과가 있겠어요. 우리가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부정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온 지구촌이 고통 받는 요즘. 이것도 연기법으로 보면 불이 씨앗이다. 너무 개발 위주로 핵무기, 세균을 만들려다가 생긴 부작용이기 때문이다. 이에 연기법이야말로 부처님이 말씀하신 가장 근본적인 진리라고 스님은 강조했다.
 

공을 말하되, 공에 치우치지 않는다
 

이어 아설즉시공. 스님은 이걸 ‘공(空)’이라고 말했다. 영진스님이 절에 들어온 지 어느덧 49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살았어요.” 공이란 변화한다는 의미다. 변하고 변해 스님도 여기까지 왔다. 여기서 공은 무(無)와는 다른 개념이다. 과거 인도에 있는 공 개념이 중국에는 없어서 무로 변역된 바 있다. 불교를 자못 허무주의로 이해할 수 있으나 번역이 잘못된 거지 결코 공이 없다는 뜻은 아니라고 스님은 단단히 짚었다.

마이크도 우리 눈에는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변한다. 이를 가명(假名)이라고 한다. 누구나 잠시 각자의 이름이 붙어 존재하는 것과 같다. 다만 공은 공을 말하면서도 공에 치우치지 않는다.

“이곳에 있다는 현상을 이야기하면서도 현상에 집착하지 않는 것인데요. 결국 공과 색은 같습니다. 아설즉시공, 역이시가명이지요.”

원이라는 도형을 봐도 시작과 끝이 같다. 그런데 마지막이 중요하다. 이걸 또 스님은 ‘중도(中道)’라고 정의했다. 색에도, 공에도 치우지지 않고,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즉한다. 고로 하나다. 분리될 수 없다.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

“불교는 연기, 공, 중도를 체득하는 거예요. 하나 더 이야기하면 무아(無我)입니다. 고정된 실체로서의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지요. 연기, 무아, 공, 중도는 만약 내가 예비군복을 입으면 예비군이고 승복을 입으면 승자라는 건데, 글자만 다르지 그 모양은 같다는 겁니다. 사람은 영원히 살기를 바라요. 그러나 누구나 늙고, 죽지요. 중도는 늙되 늙음에 집착하지 않고, 죽되 죽음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생사를 초월한다는 게 영원히 산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거기에 집착하지 않고 매몰되지 않는다는 뜻이 포함돼 있어요.”
 

상대적인 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행
 

중도는 부처님의 캐치 프라이즈다. 연기를 체득하기 위해서는 온몸으로 느껴야 한다. 궁극적으로 업을 바꾸는 것인데, 다른 말로 상을 없애는 것이라고 영진스님은 설명했다. 상이란 무엇일까?

“중국에 위대한 마도스님이 계시죠. 한 제자가 이분을 모시고 산길을 가다가 주장자로 시험을 합니다. ‘스님 세 줄은 짧게, 한 줄은 길게 한번 읽어보십시오. 길다, 짧다 이르지 마시고요.’ 이에 마도스님이 하는 말이 ‘내가 길다, 짧다 말하지 않고 읽는다’. 두 말이 뭐가 다를까요? 물은 사람은 길다, 짧다 생각이 들어가 있고, 답하는 사람은 그런 생각이 없습니다.”

길다, 짧다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참새다리가 황새다리보다 짧지만, 그렇다고 황새다리가 긴 것은 아니다. 이 상대적인 생각에 머물러 있으면 도의 세계와는 거리가 멀어진다고 영진스님은 경고했다.

“1과 10 사이도 5가 아니에요. 각기 다른 숫자입니다. 한마디로 중도를 정의한다면 ‘존재하는 모든 것은 각기 다 존재의 이유가 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뭐 어떤 사람은 누구보다 잘났고, 못났고, 키가 크고, 덩치가 있고, 마르고가 아니라, 존재하는 사람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겁니다. 부처님도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고 했지요. 그 타고난 독성은 어떻게 지배할 수도, 지배당할 수도 없어요. 그 존재 자체로 성스러운 것이지요.”
 

탈종교현상 안타까워, 자기 문제에 천착해봐야
 

스님은 이 중도를 체득하기 위해 매일 수행한다. 우리가 흔히 하는 자아성찰도 하나의 수행이다. 언젠가 잠시 멈췄을 때 모든 걸 내려놓고 자기 안으로 들어가 보는 것. 이걸 불교에서는 선(禪)이라고 한다. 나라는 생각, 너라는 생각. 이러한 상을 없애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영진 스님.

스님은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하면서도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탈 종교현상이 짙어진 것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유럽, 미국의 종교행사에 가도 더 이상 사람으로 북적이지 않고, 성당에는 신부 될 사람이 없다고 한다. 영진스님이 있는 백담사에도 출가할 사람이 없는 실정이다. 왜 그럴까?

“급하지 않아서 그래요. 사람이 정말 절실하면 뭐라도 잡으려고 하잖아요. 부처님이라도 찾으려고 하죠. 그런데 풍부하다고, 느슨해졌다고 여러분 삶이 길어지나요? 평균 연령은 늘어났다고 해도, 무한한 우주 공간 시간으로 보면 너무 짧아요. 이 짧은 일평생을 어떻게 덮어낼 것인가? 이 문제를 절실히 천착하다 보면 급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냥 늦출 수가 없어요. 간절해지지요. 간절하지 않으면 수행의 문턱에 들어올 수 없어요. 또 부처님 말씀을 널리 전하는 것은 자비지요. 간절은 지혜요, 자비는 곧 친절입니다. 우리 친심이, 믿음이 어느 정도일까? 무엇보다 올해는 이 문제를 천착해보는 한해가 되길 바랍니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부처님오신날 #초파일 #영진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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