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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딛고 컴백한 90년대 원조 하이틴 요정 ‘영심이’ 이혜근의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
우울증 딛고 컴백한 90년대 원조 하이틴 요정 ‘영심이’ 이혜근의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1.10.1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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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동시에 연기활동을
중단한 후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려… 다시금 배우로서 행복 찾게 해준 남편과 아이들의 배려에 감사해”

 

 

배우 이혜근을 만난 곳은 대학로에 있는 한 예술극장. 사실 브라운관에서는 2007년 ‘주몽’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이였지만 공연을 통해서는 간간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결혼이라는 제도와 현모양처로 살아가는 아내들의 애환을 재조명한 연극 <아내라는 직업의 여인>에서 여주인공의 동생 역할을 맡아 말괄량이지만 현명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쉬는 날 없이 일주일 내내 이어지는 공연에 피곤할 법도 한데 그이는 언제나 밝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한다. 쉴 때보다 오히려 연기를 하면서 에너지를 얻는다고 하니 천상 연기자인가보다.
“아직도 무대는 저를 설레게 만드는 곳이에요. 무대 위를 활보하며 자유롭게 연기할 때 말로 표현 못할 희열감을 느끼거든요. 하루도 쉬지 못하는 강행군이지만 저도 제가 신기할 정도로 정말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웃음).”

행운과 슬픔이 공존했던 전성기 시절
지금이야 아이돌 스타들이 즐비한 세상이지만 이혜근이 전성기를 누리던 1990년대 초반만 해도 미성년자 스타들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이혜근은 말 그대로 원조 하이틴 스타인 셈. 1989년 미스 롯데로 뽑힌 후 MBC 어린이합창단을 거쳐 KBS 공채 탤런트로 선발된 그이는 타고난 미모와 끼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특히 1990년에 개봉했던 영화 <영심이>에서 주인공 오영심 역을 맡아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사실 얼떨결에 배우가 된 셈이지만 처음 시작할 때부터 연기와 방송은 제 적성에 딱 맞았던 것 같아요(웃음). 사나흘씩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촬영장에서 쪽잠을 자야 하는 빡빡한 스케줄이 이어졌지만 ‘하기 싫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고요. 그 어린 꼬마가 말이죠.”
그렇게 겉으로 보기에는 또래 친구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누리지 못한 것을 누리며 누구보다 화려하게 살아가는 듯했지만 당시 그이에게는 말 못할 아픔이 있었다. 이혜근의 부모가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집안 경제상황이 급격히 나빠져 그 어린 나이에 가장 아닌 가장이 되어야 했다. 자연스레 자신에게 지어지는 부담이 싫었을 법도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좋아하는 연기를 하며 집안의 보탬까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는 그이. 하지만 얼마 후 아버지까지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맬 때는 그이에게도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언제나 등대 같이 든든하게 서 있을 줄만 알았던 아버지께서 쓰러지시자 세상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느낌이더라고요. 그럼에도 방송에서는 매번 웃는 모습만 보여야 하니 정말 죽을 것처럼 힘들었죠. 그래도 아버지가 가장 기뻐하시는 일은 딸이 행복하게 일하는 모습일 테니 아버지가 다시 일어나실 때까지 제가 할 일은 즐겁고 기쁘게 지내는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어요. 다행히 지금은 아버지께서 조금씩 거동이 가능하실 정도로 회복되셨고요.”

지독한 우울증, 그리고 가정의 위기 이겨내고
2004년 사업가인 남편 조신우 씨와 결혼식을 올린 이혜근은 슬하에 여섯 살, 네 살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자상하고 낙천적인 남편과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던 것도 잠시, 첫째 아이를 낳고 난 후 그이에게는 산후우울증이 찾아왔다. 가정을 갖고 아이를 낳게 되면서 배우로서 영역이 점점 좁아지다보니 인생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패닉상태에 빠졌던 것.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삶도 물론 소중했지만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것에 대한 괴로움이 우울증으로 발전돼 온 가족이 힘든 시간을 보냈던 때도 있었다.
“아이들도 보기 싫을 정도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어요. 저희 집이 16층인데 여기서 뛰어내리면 어떤 기분이 들까라는 생각도 했을 정도죠. 나중에 듣고 보니 산후우울증으로 그런 증상이 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제가 우울증을 앓는 동안 남편이 많이 힘들어했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무엇보다 남편의 희생과 양보가 필요했다. 남편은 아내가 다시 일하는 행복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적극 배려해줬고 결국 그이는 다시 일을 하며 그동안 잃고 지냈던 배우로서의 기쁨을 찾을 수 있었다. 힘들어하던 자신을 묵묵히 배려해주고 참아주던 남편에게 고맙고 또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는 그이.
“돌이켜보면 제가 삶에서 느끼던 모든 갈증의 해답은 ‘연기’였어요.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게 되다보니 모든 것에 지쳐갔던 거죠. 그러다보니 누구보다 남편이 마음고생을 했어요. 남편과 아이들의 배려가 없었다면 저는 지금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몰라요. 저를 묵묵히 감싸주는 가족이 있어 정말로 감사해요.”
그렇게 몇 년간의 공백을 깨고 다시금 무대 위로 올라간 그이의 마음가짐은 남다르다. 어려운 시간을 보내며 자신에게 ‘연기’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없어서는 안 될 행복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일 터. 그래서 일이 주어지는 요즘은 매일매일이 행복의 연속이다.
“앞으로도 평생 ‘배우 이혜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싶어요. 저의 내면에서 이렇게 행복이 넘쳐흐르니 저절로 좋은 엄마와 좋은 아내도 되는 것 같아요(웃음). 제가 지금 느끼는 이 행복을 모든 이들에게 나누어주는 따뜻하고도 변함없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둘째 아들의 돌 잔치 날, 이혜근 기족.
이혜근·조신우 부부는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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