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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공화국을 살아가는 우리, ‘조선구마사’ 사태가 말해 주는 것
대중문화공화국을 살아가는 우리, ‘조선구마사’ 사태가 말해 주는 것
  • 김공숙
  • 승인 2021.07.2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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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월화 2회 방영 후 3일 만에 폐지 결정이 내려졌다. 모두 일주일 안에 일어난 사건이다. 이로써 <조선구마사>는 한국 방송드라마 역사의 부정적 한 획을 그은 불운의 드라마로 남게 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구구절절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시대극이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린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번 사태는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에 대한 시청자의 반감이 최고로 드러난 사건이다. 역사를 배경으로 다루는 작가나 연출자의 안일함이 낳은 최악의 결과다. 방송사와 작가, 연출자가 공식 사과를 했지만 대중의 화(?)는 풀리지 않은 듯하다. 출연배우들은 물론 제작진의 전작 주연배우까지 광고에서 퇴출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대중문화의 하나일 뿐인 드라마 한 편이 이렇게까지 대중을 열정적으로 몰두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다. 대중의 파워는 현재 제작중인 드라마 <설강화>에까지 뻗치고 있다.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방영 전 폐지라는 과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선구마사>의 수순을 그대로 밟는 듯, 국민청원에 현재 17만 명 이상(4월 3일 기준)이 동참했다. 한 가구협찬사는 지원 계약을 취소했고, 디시인사이드 '설강화' 갤러리는 방송사 사옥 앞에서 드라마 폐지를 요구하는 트럭 시위를 벌였다.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떠오른 생각은 우리는 분명, ‘대중문화공화국’의 국민이 맞다는 것이다.

강준만은 《한류의 역사》에서 결코 냉소적으로 하는 얘기가 아니라면서 한국을 대중문화공화국이라고 명명했다. 한 언론은 한류 열풍은 ‘단군 이래 최대 이벤트’이며, 이는 대중문화공화국의 역량을 보여준 사건이라고도 했다. 영화 <기생충>의 해외 영화제 석권, BTS의 세계적 열풍은 대중문화공화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자부심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단락 지어진 <조선구마사> 사태나 아직 진행 중인 <설강화> 논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우리는 이처럼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정, 시간, 돈 모두를 들여 대중문화를 돌아가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힘이 바로 한류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일 것이다. 강준만의 말을 다시 빌리면 대중문화의 젖줄은 바로 ‘빠순이’다. 이 또한 폄하의 의도가 아니다. 전 세계적인 한류 열풍도 빠순이들의 헌신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중국 공산당의 지지를 받으며 맹목적 애국심으로 온라인 공격을 벌이는 중국 ‘분노 청년’들의 활약 속에서도 한류 콘텐츠의 글로벌 위세는 여전하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보다 우리 콘텐츠가 고품질이기 때문이다. 고품질의 산출은 대중문화공화국 국민의 열렬한 지지에 힘입어 뛰어난 창작자들의 고뇌와 맹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예로 한한령 시점인 2016년 중국에 수출 길이 막힌 <도깨비>는 중국 정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현지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배우 공유는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을 제치고 중국에서 ‘2016년 가장 주목 받은 남자 배우’ 1위로 선정됐다. 이처럼 좋은 콘텐츠는 중국 청년의 분노도 잠재울 수 있다.

그러니 조금 차분하게 대중문화공화국 국민다운 여유로운 대응을 생각해본다. 답은 역시 콘텐츠의 품질이다. 재미있으면서 의미 있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다 갖춘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것은 무엇보다 창작자의 자유로움에서부터 시작된다. 상상의 자유, 쓰기의 자유.

<조선구마사> 사태로 창작자들이 지나친 자기검열을 하여 자칫 위험부담(?)이 없는 쪽으로만 치우치게 될까봐 걱정이다. 그러면 결국 대중문화공화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손해가 될 것이다. <설강화> 논란에 대해 ‘작품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모두 매도해 문제 삼는 건 지나치고 이런 행위가 자칫 한국 드라마 시장을 위축시킬지 모른다’는 염려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한국 콘텐츠 발전에 가장 좋은 대응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글 김공숙(안동대학교 융합콘텐츠학과 조교수) | 사진 <조선구마사> 홈페이지

 

 

김공숙 교수는…
저서로 「멜로드라마 스토리텔링의 비밀」, 「고전은 어떻게
콘텐츠가 되었을까」, 「문화원형과 콘텐츠의 세계」가 있다.
한국방송평론상 수상, 스포츠경향 등 몇몇 일간지에서 방
송비평을 하고 있고, 한국예술교육학회·한국지역문화
학회 이사, 한국방송작가협회 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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