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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감독 최초로 중국 본토에서 160억 원짜리 블록버스터 메가폰을 잡다 세계가 공감하는 감성의 마술사, 곽재용 감독
한국 감독 최초로 중국 본토에서 160억 원짜리 블록버스터 메가폰을 잡다 세계가 공감하는 감성의 마술사, 곽재용 감독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1.11.11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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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한 햇살이 비추고 가을의 스산한 바람이 부는 날. 한적한 카페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면 창문 밖으로 지나간 옛사랑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는 듯하다. 하지만 삶은 희곡이요, 만남도 헤어짐도 항상 뜻대로 되지만은 않는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로맨스를 꿈꾸며 살아가는 건 어쩌면 본능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우리의 숨겨진 본능을 영상으로 일궈내는 감독. 정통 멜로 영화는 한물갔다는 영화판에서 당당히 자신을 ‘멜로 감독’이라고 소개하는 사람. 소탈한 성격에 재치 있는 입담의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을날의 쓸쓸함도 잊고 만다.

대륙의 여인 ‘양귀비’, 곽 감독의 감성으로 다시 태어난다
<비 오는 날 수채화>,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등 수많은 감성멜로 영화로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들었던 곽재용 감독. 그는 이제 일본, 미국, 중국에서도 러브콜을 받는 세계적인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그 비결을 곽 감독은 문자의 언어가 아닌 감성의 언어로 영화를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나라마다 언어는 다르지만, 마음은 하나라는 것.

한국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현지에서 160억 원짜리 대작을 맡게 되었습니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10억 원이든 160억 원이든 항상 모자라는 것이 영화제작비입니다. 저예산 영화는 저예산에 맞는 규모로 촬영하지만 제작비 부족에 시달리게 되고, 블록버스터는 그 규모가 커지다 보니 모든 분야에 들어가는 제작비가 상승하게 되어 또한 제작비 부족에 시달리게 됩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영화를 제작할 때 부딪치는 문제는 거의 동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감독들도 만들고 싶어 하는 양귀비에 관한 영화를 제일 먼저 만들 수 있다는데 자부심이 있고, 동시에 낯선 영화현장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부담감 또한 적지 않습니다.
3~4년 전부터 활동 무대가 미국, 일본, 중국으로까지 넓어졌습니다. 비결은 무엇인지요.
대부분의 한국 영화감독들이 한국 시장에만 잘 통용되는 영화를 만드는 것과는 달리 나는 좀 더 글로벌한 환경에 놓아도 이해가 되는 영화를 만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영화를 만들 때 한국인들만 이해할 수 있는 언어적인 재미를 살린다든가 한국인들의 현실을 다루는 것보다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사랑이야기를 다루기를 좋아합니다. 대부분의 제 영화는 사랑이야기이지만 판타지입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판타지가 아니라 한 번쯤 꿈꾸어봤을 사랑의 판타지입니다. 아마 이런 감성의 언어가 다른 나라의 사람들에게도 잘 이해가 되고, 감정을 움직였던 모양입니다. 일부러 글로벌한 영화를 만들려고 미리 계산하고 제작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연습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양귀비>는 현재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었고, 언제쯤 극장가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까.
<양귀비>는 현재 프리프러덕션 중입니다. 스태프들이 거의 구성되어 촬영 준비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헌팅차 중국의 무석, 횡점, 난주를 다녀왔는데, 역시 중국의 풍광은 놀랍도록 광대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금까지 보던 중국 영화와 다른 느낌을 주려고 애쓰고 있는데 중국의 스태프들이 협조들을 아끼지 않고 있어서 좋은 영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촬영은 올해 11월 말에 들어가서 3~4개월 촬영하고, 개봉 시기는 아마 내년 10월 이후가 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중국에서는 10월에 국경일도 있고 쉬는 날이 많아서 개봉했을 때 박스오피스의 기대치가 높은 시기입니다.
거의 중국에 체류하듯이 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에는 며칠이나 머물 생각이신가요.
한국에 온 것은 비자 때문입니다. 가능한 빨리 북경에 복귀해서 작업해야 하는 상황이지요. 한국에 와서도 만날 사람들이 많고 건강검진도 받고 해야 하기 때문에 빠듯하게 시간을 쪼개고 있습니다. 다시 북경에 복귀하면 바로 옛날의 장안이었던 서안으로 가서 중국인들의 기억과 가슴속에 남아 있는 양귀비를 느껴보려고 합니다.

일과 아내를 사랑하는 로맨티스트
아내와 인근에 맛있는 해장국집에 가기로 했다며 시간을 재는 곽재용 감독. 그에게 있어 양귀비는 오직 그의 아내 한 사람뿐이라며 수줍게 웃음을 짓는 모습이 다정하다.

아내의 불만은 없습니까.
직업이 영화감독이기 때문에 이해를 하는 편입니다. 사실 결혼할 때는 영화를 안 하는 조건으로 승낙했는데, 슬금슬금 영화 일을 하다가 결국 감독이 되었고, 영화로 성공할 때도 있고 하니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겠지요. 일본에서 촬영할 때에는 딸도 일본 대학에 다니게 되어서 와이프도 같이 있었습니다. 중국은 아직 낯설고, 택시를 탔다가 장기밀매를 당했다는 얘기 등등의 미확인 괴담들도 들리고 해서 오는 것을 약간 두려워하는 눈치입니다. 하지만 중국에 있어 보니 옛날 우리나라 시골 인심 같은 것이 남아 있는 곳이 중국이고, 특히 시골에 가면 순박하고 착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이 중국인들입니다. 아마 촬영에 들어갈 즈음해서 북경에서 같이 지낼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에 한국에 와서, 아내와 둘 만의 시간은 좀 가지셨는지요.
글쎄요…. 오늘도  인터뷰를 하는데 시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밀린 일 처리하고, 같이 건강검진 받고 하는 동안 2박 3일은 금방 가겠지요. 아참! 점심에 와이프랑 해장국 약속이 있는데, 그전에 끝나겠지요(웃음)?
뜬금없지만, 아내에게 애정의 말씀을 전하신다면.
옛날엔 그런 생각을 안 했지만 지금은 다시 태어나면 와이프랑 좀 더 일찍 만나서 연애도 일찍 하고 더 잘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정말입니다.
〈양귀비〉 주연을 맡은 판빙빙은 어떤 배우입니까.
중국에서는 장쯔이와 함께 가장 인기 있는 배우입니다. 장쯔이만큼 국제적이진 않지만, 중국에서는 가장 사랑받는 배우일 겁니다. 캐스팅할 때 중국 어딜 가서 누구에게 물어봐도 양귀비 역할에는 판빙빙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최근에는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에도 출연했죠. 칸영화제에서는 붉은색 의상을 입고 레드카펫에 올랐는데, 기자들이 이유를 물었더니 한 번에 중국인이란 걸 알아볼 수 있도록 붉은색 의상을 입었다고 말할 정도로 자의식이 강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배우입니다.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 배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배우나 스텝들과는 말이 잘 통하십니까? 외국어 실력은 어떠세요.
외국어 실력은 젬병입니다(웃음). 특히 잘해야 하는 영어를 잘 못해서 스스로도 답답한데, 중학교 1학년 첫 번째 영어 시간에 나쁜 선생님을 만나 트라우마가 생겨서라고 주장합니다. 일본에서는 영화를 찍고 CF도 찍고 했으니 일본어는 조금 하는데 그나마도 통역이 없으면 안 되고, 중국어는 발음이 너무 힘들어서 포기한 상황입니다. 연기자나 스태프들의 의사소통은 통역에 의존하고 있고 이 때문에 가끔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현장진행에 차질을 빚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은 언어가 다른 이유 때문에 서로의 환경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더욱 친해져서 눈빛만 봐도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게 되기도 하죠. 특히 배우들과의 의사소통에서 가장 특효약은 제가 직접 연기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제 어설픈 연기를 보면서 웃기도 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동선과 감정이 거의 전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89년 작품 <비 오는 날 수채화>에서 조감독을 했었던 박찬욱 감독이 칸에서 상을 받은 후, 지금까지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칸의 레드카펫을 밟아보고 싶은 욕심은 없으신지요.
저는 지금까지 상복이 별로 없었습니다. 이유 중의 하나는 새로운 영화를 시도하는 것보다 고전적인 플롯의 영화 만들기를 더 좋아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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