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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성(姓)을 정하는 전통에도 변화가 올까?
자녀의 성(姓)을 정하는 전통에도 변화가 올까?
  • 전현정
  • 승인 2021.09.2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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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법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에 의문이 제기되고 그것이 쌓여 변화가 시작되곤 한다. 사람의 성씨(姓氏)도 그 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아버지의 성(姓)과 본(本)을 물려받는 것을 당연시하였다.

대학시절 법을 처음 공부하기 시작할 때 어머니의 성씨를 물려받는 경우는 아주 예외적이라고 배웠다. 현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고 있다. 이처럼 자녀의 성은 아버지의 성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부성주의(父姓主義) 또는 부성우선주의(父姓優先主義)라고 한다. 이 뿌리 깊은 전통은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원칙이라고 여겨져 왔다.

22년 전에 독일 뮌헨대학에서 공부를 할 당시 독일 가족법 교과서를 읽으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독일에서도 아버지의 성씨를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특히 법률에서 성씨를 결정하는 다양한 방법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종전에 혈통주의를 중시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가족 구성원의 조화에 초점을 맞추어 법률이 변화하고 있었다.

우리 민법 제781조 제1항에서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 다만, 부모가 혼인신고 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라고 정하고 있다. 부모가 혼인신고를 할 때 합의한 경우 또는 아버지를 알 수 없는 경우에만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라 자녀의 성과 본이 결정된다.

지난 4월 27일 여성가족부는 부성우선주의의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출생신고 시 부모가 협의하여 자녀의 성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한다. 2020년에 실시된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때 부모가 협의해 성과 본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찬성했다고 한다.

부성주의 원칙은 더 이상 현실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헌법상 평등원칙에도 어긋난다. 부부가 협의하여 자녀의 성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모 중 한쪽 성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고 부모의 성을 같이 쓰는 것에 대해서도 법적인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부모의 협의로 자녀의 성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더라도 세세한 문제들이 남아 있다. 자녀의 성에 대해 부모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같은 부모를 둔 자녀들 간에 다른 성을 가질 수 있는가? 자녀는 자유롭게 성을 변경할 수 있는가? 이런 것들이 모두 문제될 수 있다.

부모의 협의로 자녀의 성을 결정할 수 없는 경우 가정법원이 정하도록 하는 방안과 아버지의 성으로 하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아버지의 성을 그대로 따르는 방안은 불평등한 요소를 안고 있는 반면, 가정법원에서 결정하는 방안은 국가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문제가 있다.

법원의 후견적 역할은 부모가 자녀의 성을 결정하지 않는 경우 등에 한정해야 한다. 독일에서는 법원이 부모 중에서 자녀의 성을 결정할 사람을 정하고, 그러한 결정권을 행사할 부 또는 모가 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에 그 성을 따르도록 하였다.

부모가 협의하여 성을 결정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하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제도적으로는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법률에서 부성주의를 고수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의식이나 가치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법률이 가족에 관한 사람들의 관념이나 의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 사회가 수용할 만한 합리적인 개선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글 전현정 변호사 (법무법인 케이씨엘) | 사진 Queen DB

 

 

전현정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3년간 판사로 일하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2016년 법원을 떠났다. 현재는 법무법인 KCL 고문변호사다. 한국여성
변호사회 부회장, 대한변협 양성평등센터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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