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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3월호 -역경극복수기/영 · 호남 부부되어 전남 완도에서 어부의 아내로 사는 진주택 오계순씨의 '바다 통신'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3월호 -역경극복수기/영 · 호남 부부되어 전남 완도에서 어부의 아내로 사는 진주택 오계순씨의 '바다 통신'
  • 양우영 기자
  • 승인 2021.10.3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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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3월호

"집에서 말없는 남편도 바다 나가면 '폭군'되는 이유 알겠어요"

1991년 3월호 -역경극복수기/영 · 호남 부부되어 전남 완도에서 어부의 아내로 사는 진주택 오계순씨의 '바다 통신'1
1991년 3월호 -역경극복수기/영 · 호남 부부되어 전남 완도에서 어부의 아내로 사는 진주택 오계순씨의 '바다 통신'1

 

1991년 3월호 -역경극복수기/영 · 호남 부부되어 전남 완도에서 어부의 아내로 사는 진주택 오계순씨의 '바다 통신'2
1991년 3월호 -역경극복수기/영 · 호남 부부되어 전남 완도에서 어부의 아내로 사는 진주택 오계순씨의 '바다 통신'2

 

'진주처녀'오계순(34)씨가 섬마을 완도로 시집을 가 영 · 호남의 가교를 잇고 도시 처녀 · 농촌 총각의 본보기 커플로 지내온 지 만 10년. 가난한 어부 아내의 길을 스스로 택해 현재 미역공장엘 다니며 어렵게 살면서도 고령의 시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며 두 아들을 낳고 알뜰살뜰 살아가는 이야기.

"진주댁 참말로 억척이랑께. 경상도 그 먼데서 아무것도 보잘 것 없는 섬으로 시집와서 저렇게 열심히 사는 걸 보면 말이시"

새벽5시. 지척을 분간하기도 어려운 깜깜한 시간에 남보다 먼저 바다에 나가려고 부두에 이르면 뒤 늦게 나온 동네 아줌마들이 한마디씩 하는 말이다. 

"경상도 사람은 부모도 모르고 남편과 자식 밖에 모르는 꼽꼽쟁인(욕심이 많고 자기것을 챙기는 사람)가벼"

10년전 처음 전라도 땅에 시집을 왔을 때 말투도 틀리고 조금은 배타적으로 보이는 나를 두고 동네 아주머니들은 이렇게 수군수군했다. 그러나 지금은 말투도 경상도 억양을 거의 잊고 어느덧 전라도 사람이 되어버렸다. 동네 사람들도 나를 더 이상 경상도 사람이라고 해서 이방인(?)취급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열심히 살아가려는 나를 두고 '억척'이라고 놀리지만 내심으론 기특하게 생각해주는 것 같다.

요즈음은 농어촌도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잘살 수 있다. 물론 젊은 사람들 대부분이 도시로 떠나버려 농어촌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대개가 50~60대 늙은이 뿐인게 사실이다. 그러나 힘들긴 해도 노력한 만큼은 방드시 수확이 있는 곳이 농어촌 아닌가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내가 시집 올 때만해도 살림살이라곤 밥그릇과 숟가락 밖에 없었는데, 이젠 가전제품도 없는게 거의없고 집안이 온통 살림살이로 가득찬 느낌을 준다. 국민학교 다니는 큰 아들과 유치원에 막 들어간 둘째 아들의 교육비 마련을 위해 적금도 넣고 액수가 많지는 않지만 저금 통장도 있다. 이제 나도 철부지 처녀에서 살림 맛을 아는 억척스런 주부가 됐다. 

섬마을 시집간다 고집에 집에선 혼수품도 안해줘

지금 새삼 생각해도 인연이란 참 묘한 거다. 경남 진주에서 여고를 졸업하고 진주 YMCA에서 근무하던 중 우연히 눈길이 간 '도시 · 농촌 짝짓기 모임' 광고가 지금 10년째 나를 완도에 살게 할 줄이야.

벌써 두 아들의 엄마가 되어 '고생과 가난의 바다'한가운데 떠있는 게 '섬'완도에 사는 나의 모습이다.(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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