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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학 권위자 조영태 서울대 교수 '저출산 시대의 전략'
인구학 권위자 조영태 서울대 교수 '저출산 시대의 전략'
  • 김은정 기자
  • 승인 2021.10.12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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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인구절벽 시대, 우리 사회의 대비책은?
인구학 권위자 조영태 서울대 교수 '저출산 시대의 전략'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로 2020년 처음으로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적은 ‘데드크로스’ 현상이 나타났다. 노년층 유입인구는 쏟아지고 재원을 부담할 생산인구는 급감하는 인구 절벽의 문제가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10년이 골든타임이라고 하는데 인구절벽으로 인한 사회변화와 그에 따른 대책을 최근 <인구미래공존>을 펴낸 인구학 권위자 조영태교수를 만나 들어보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 고령화사회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출생 사망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출산율은 0.84명을 기록했다. 1970년부터 시행된 출생통계작성 이래 최저치다. 설상가상으로 2021~2022년에 걸쳐서는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출산률이 더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우리 나라의 인구문제는 과연 다른 나라에 비해 어떤 상황이며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우리나라 인구 문제는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첫째는 변화의 속도가 세계에서 유례없을 정도로 너무 빠르다는 것입니다. 인구가 변화되어 가면 사회도 따라 변해야 하는데 인구가 너무 빨리 바뀌니까 사회 제도가 그 속도를 못 쫓아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출생아 수가 줄어드니까 학령기 인구도 줄었는데 그러면 선생님 수도 줄어야 되잖아요. 그런데 이미 일선에 계신 선생님 수를 줄일 수가 없고 그렇다고 선생님을 안 뽑을 수도 없어요. 이렇듯 사회 제도는 변화되려면 오래 걸리는데 인구는 너무 빨리 변하는 것이 첫째 문제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출산율 감소로 인해 규모의 경제가 사라지니까 가격이 높아지는 프리미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출산
율이 감소하는데도 영유아 시장의 규모가 2조에서 4조로 늘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이러한 현상은 육아의 비용을 더욱 높여 저소득층에겐 출산을 더욱 부담스럽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세 번째 문제는 인구 감소의 영향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갈수록 지방대학에는 신입생이 감소하고 서울 수도권 대학은 그렇지 않을 텐데 그렇다고 해서 지방대학들이 서울 수도권 대학들에게 학생을 좀 나누자라고 할 수 없잖아요. 이렇듯 인구 감소의 문제가 누구에게는 생존의 문제인데 누구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것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양측이 만나 합의가 필요한데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인구 감소의 원인과 대책

인구가 감소하는 이유는 당연히 출산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출산을 왜 꺼리는지 물어보면 높은 사교육비 문제, 육아 및 보육 문제, 경력단절 문제 등 개인적인 이유가 다양하다. 높은 집값 문제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집값이 비싸지 않은 시골에서도 저출산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뭔가 근본적인 원인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된다. 그래서 조영태교수는 저출산의 근본 원인을 생태학적 관점으로 본다.

“공간이 있는데 그 공간에 자원은 한정적인데 밀도가 높으면 혼자 쓸 수 있는 자원이 줄어들게 되죠. 그러면 경쟁이 심해지잖아요. 그러면 서로 경쟁을 하는데 상대가 스펙을 쌓으면 나도 쌓아야 되죠. 이것이 지금의 청년의 모습이거든요. 이렇게 심리적으로 물리적으로 경쟁이 심해지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본능이 재생산 본능과 생존 본능인데 생존 본능이 더 발현이 되고 재생산 본능은 위축될 수밖에 없죠. 그래서 결국 저출산의 궁극적인 원인은 경쟁이 심한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세계의 많은 나라들 중 왜 유독 우리나라만 이렇게 스펙이 중요하고 경쟁이 심한 걸까?
“우리나라는 지향하는 곳이 서울이라는 한 곳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에요. 너도 나도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야 하고 지방의 좋은 국립대학을 나와도 직장은 서울로 가야 하고, 서울에 있는 직원을 지방으로 발령 내면 어떻게든지 다시 서울로 와야지 하는 생각을 하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모든 사람이 마음이 한 곳으로 모이면 경쟁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어요.”

조 교수는 우리나라가 유독 저출산이 심한 이유로 원하는 ‘지향점이 서울밖에 없다’라는 것을 근본 이유로 들었다. 그것이 심리적인 경쟁을 낳았고 그 속에서 우리의 청년들이 다른 나라에선 생각해볼 수도 없는 높은 긴장감과 경쟁감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재생산 본능이 발현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은 없을까?

“첫째 근본적인 대책은 한 군데로만 집중된 전국 각지의 사람들의 마음을 분산시켜줘야 해요. 무조건 서울의 좋은 대학을 가야 하고 대기업을 가야 한다는 인식의 지향점이 하나인 것은 다른 나라에서 보기 힘든 우리나라의 특징이에요. 그래서 초저출산 시기에 태어난 올해 대학 신입생이 된 2002년생 이후부터는 지향점을 분산시켜 줬으면 좋겠어요. “

사실 오로지 서울이라는 하나의 지향점을 분산시키기 위해 만들었던 것이 혁신도시인데 없는 자원을 10개로 쪼개다보니 말도 안 되는 도시들이 나오게 되고 거긴 아무도 가고 싶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서울에 대항할 만한 청년들이 지향하는 도시를 하나라도 제대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두 번째 대책으로 청소년들을 글로벌한 마인드로 키우라는 것을 들었다.
“요즘의 청소년들의 가장 큰 특징은 태생적으로 글로벌 시민이라는 것입니다. 기성 세대들은 20대 중후반까지 해외에 나가기가 어려웠어요. 하지만 요즘 청소년들은 해외에 나가기도 쉽고 스마트폰이라는 기기와 SNS, 넷플릭스 등을 통해 전 세계와 소통을 하잖아요. 그래서 이 아이들의 지향점이 반드시 서울일 필요가 없어요. 이런 아이들에게 예전과 똑같이 한 곳만 지향하게 하고 강요해서는 안 되죠. 글로벌 시민으로 태어난 만큼 글로벌하게 키워야 합니다.”
 

조영태 교수는 우리나라가 유독 저출산이 심한 이유로, 원하는 ‘지향점이 서울밖에 없다’라는 것을 근본 이유로 들었다. 그것이 심리적인 경쟁을 낳았고 그 속에서 우리의 청년들이 다른 나라에선 생각해볼 수도 없는 높은 긴장감과 경쟁감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재생산 본능이 발현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영태 교수는 우리나라가 유독 저출산이 심한 이유로, 원하는 ‘지향점이 서울밖에 없다’라는 것을 근본 이유로 들었다. 그것이 심리적인 경쟁을 낳았고 그 속에서 우리의 청년들이 다른 나라에선 생각해볼 수도 없는 높은 긴장감과 경쟁감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재생산 본능이 발현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구절벽이 오면 우려되는 현실

지금은 출산 육아용품 산업 분야에서 인구절벽을 체감하고 있지만 2030년부터는 우리 사회의 어떤 분야에서도 체감하게 될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지금 시점부터 2030년까지 약 233만명의 일하는 인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가장 우려되는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첫째 경제적인 시장의 축소문제입니다. 노동을 하는 사람은 줄어 성장률이 감소될 수밖에 없는데요. 성장률이 감소되면 사회가 침체될 수밖에 없죠. 둘째, 세금과 연금문제가 생깁니다. 세금과 연금을 낼 수 있는 인구는 줄어들고 부양인구만 늘어나기 때문인데요. 일본에서 이미 경험한 잃어버린 30년이 우리에게도 시작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것이 먼 미래가 아니고 10년 정도 뒤라고 예측하는데 그렇게 되면 부양인구의 세금 부담률이 높아지게 되죠. 그러면 우리 아이들은 여기서 키우지 말자고 해서 해외로 보낼 수 있는 사람들은 자녀를 해외로 보낼 수도 있죠. 못 보내는 사람들은 남아 있는 거구요. 그러면 경제적인 양극화가 더 심해지겠죠.“

그렇다면 현재 사람들의 초관심사인 부동산, 특히 집값 문제는 인구 절벽시대에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
“부동산은 세 가지가 관건입니다. 첫째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 정부의 정책, 심리인데요. 원래 세 가지 중 가장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시장의 원리이니까 수요와 공급의 법칙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정부의 정책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심리예요. 원래는 서울에서 사시던 분이 은퇴를 하면 노후자금 마련이나 자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서울 집을 팔고 지방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집값이 너무 오르다보니 지방으로 가지 않는 현상이 생긴 거예요. 그리고 지방의 인구가 서울로 계속 유입되는 한 서울의 경우는 당분간 집값이 떨어지기가 힘들 것으로 예측되죠.”


현명한 인구미래공존의 전략

인구절벽의 문제가 먼 얘기가 아니라 2030년에는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에 대비해 현명한 공존의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세대간 공존을 이야기할 때 공존의 개념을 잘 알아야 하는데 공존은 상생이 아닙니다. 상생은 다같이 잘 살자는 건데 그러려면 자원이 많아야하는데 우리는 자원이 별로 없잖아요. 예를 들어 지금 청년들에게 정년연장 한다고 하면 싫어하겠죠. 그런데 지금의 청년세대는 70만 명인데 2002년생 아이들 세대는 40만 명이예요. 그래서 이 아이들이 노동시장에 들어올 때는 시장이 바뀌고 정년연장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래서 정년연장을 지금 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때 가서 하자는 거죠. 한마디로 정책 결정을 할 때 이게 좋으니까 지금 당장 하자는 것이 아니라 시기를 잘 찾아서 시의 적절하게 정책을 시행해주면 돼요. 그것이 공존의 전략인거죠.”

조영태교수가 말하는 공존은 내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한꺼번에 다같이 쓰는 것이 아니라 시기를 나눠서 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조 교수가 최근 펴낸 <인구미래공존>이라는 책에서도 우리 사회가 인구 절벽시대를 어떻게 대비하고 공존해야 할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인구미래공존>은 인구, 미래, 공존의 각각 세 파트로 쓰여져 있는데 ‘인구’ 편은 일반 독자들과 퀸의 주 독자층인 여성들이 보면 미래 사회에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도 알 수 있어 도움이 될 듯하다.

“지금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고 해서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를 현재 시점으로만 생각하고 무조건 소위 sky대학에 보내는 것을 최고로 생각하는데 하지만 10년 뒤는 지금과 다릅니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지 미리 알고 아이의 미래를 만들어줘야지 부모 세대의 관점으로 몇몇 정해진 직업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부모님 세대 때는 공무원, 언론인, 법조인, 교사, 교수, 공인회계사 등 글로벌과는 거리가 먼 내수용 직업이 선호직업이었어요. 하지만 태생이 글로벌한 우리 아이들 미래를 생각해보면 그런 직업을 여전히 강요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아요. 미래를 판단하고 아이의 진로의 방향을 찾게 해드리고 싶어 ‘인구’ 편에 이런 내용을 담았습니다. ”

이밖에도 <인구미래공존> ‘미래’ 편은 기업이 알아야 할 사회변화, ‘공존’ 편은 정부가 꼭 참고해야 할 미래 정책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말로만 떠들었지 이렇다 할 대책을 못 세운 채 인구절벽 시대를 앞두고 있는 우리 사회. 이제는 인구학적 시야를 바탕으로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우리 사회의 안정을 위해 세대간 공존의 전략을 모색해 볼 때다.


[Queen 김은정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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