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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명화 ‘에브리바디스 파인’…아내와 사별한 남편, 아버지로서의 삶은?
세계의 명화 ‘에브리바디스 파인’…아내와 사별한 남편, 아버지로서의 삶은?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0.23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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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브리바디스 파인 (원제: Everybody's Fine)’ 포스터 / EBS 세계의 명화
영화 ‘에브리바디스 파인 (원제: Everybody's Fine)’ 포스터 / EBS 세계의 명화

 
오늘(10월 23일, 토요일) EBS1TV <세계의 명화>는 커크 존스 감독 영화 <에브리바디스 파인 (원제: Everybody's Fine)>이 방송된다.

로버트 드 니로(프랭크 구드), 드류 베리모어(로지), 케이트 베킨세일(에이미), 샘 록웰(로버트) 등이 열연한 <에브리바디스 파인>은 2009년 제작된 미국·이탈리아 합작 영화로, 상영시간은 99분, 15세 이상 관람가.

◆ 줄거리 : 40여 년간 동고동락한 아내와 사별한 프랭크(로버트 드 니로)는 쓸쓸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과거, 전선에 PVC 피복을 입히는 작업을 했던 프랭크는 그 탓에 심각한 폐질환까지 앓고 있다. 하지만 자식들이 걱정할까봐 그 사실을 숨긴다. 프랭크는 주말에 자식들을 집으로 부르고, 흔쾌히 오겠다던 그들은 갑작스레 아버지의 초대를 거절한다. 

자식들이 바쁜 생활 탓에 고향에 돌아오지 못한다고 생각한 프랭크는 직접 자식들의 집을 방문하기로 결심한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큰 아들 데이빗의 뉴욕 아파트다. 하지만 데이빗은 밤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고, 프랭크는 인근 카페에서 밤을 지새게 된다. 데이빗의 집 문 아래로 편지를 끼워넣고 프랭크는 딸 에이미(케이트 베킨세일)의 집으로 향한다. 

아버지의 방문에 놀란 에이미는 크게 허둥대고 프랭크는 에이미의 부자연스러운 행동에 의문을 갖는다. 프랭크는 에이미가 모범생 아들과 다정한 남편 사이에서 행복하리라 예상했지만 그 예상은 어쩐지 틀린 것 같다. 프랭크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둘째 아들 로버트(샘 록웰)를 찾아간다. 프랭크의 생각과 달리 로버트는 지휘자도 아니고, 유럽 순방을 다니지도 않는다. 하지만 로버트는 자신의 삶이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프랭크는 찜찜함을 감추고 막내딸 로지(드류 배리모어)에게로 향한다. 라스베이거스의 인기 무용수라던 로지는 리무진을 끌고 마중을 나오고, 화려한 오피스텔에 프랭크를 머물게 한다. 하지만 프랭크는 리무진도 오피스텔도 로지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데이빗은 끝끝내 연락이 닿지 않고, 프랭크는 자식들이 자신에게 비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로지의 부담을 덜기 위해 급히 비행기로 라스베이거스를 떠난 프랭크는 기압차로 인해 호흡 곤란에 빠진다.

영화 ‘에브리바디스 파인 (원제: Everybody's Fine)’ 스틸컷 / EBS 세계의 명화
영화 ‘에브리바디스 파인 (원제: Everybody's Fine)’ 스틸컷 / EBS 세계의 명화

◆ 주제 : 프랭크는 한때 완고했으나 나이 들어 자식과 정을 나누고 싶어하는 평범한 아버지다. 자식들 또한 부모 그늘에서 벗어나 바쁘게 각자의 삶을 사는 평범한 딸과 아들이다. 평범하다는 것이 곧 괜찮다는 것은 아니다. 프랭크는 대체로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자식들 또한 그러리라 생각한다. 프랭크는 자식들을 찾아 다정히 “너희들 정말 괜찮니?”라고 묻고, 자식들도 “물론 괜찮죠.”라고 쉽게 답한다. 

하지만 그들 사이를 잇던 엄마가 사라진 지금, 나이든 아버지와 장성한 자식들은 진심을 공유하기가 어렵다. 프랭크는 자신이 만들어온 PVC 피복 전선이 많은 사람들을 서로 이어준다고 굳게 믿지만, 이미 세상은 무선 휴대폰으로 서로의 안부를 전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얼마든지 자신의 안녕을 가장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프랭크와 자식들은 서로의 근황을 눈으로 확인해야만 “괜찮다”는 말의 이면에 자리한 진실을 알게 된다.

◆ 감상 포인트 :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부모 눈엔 자식이 그저 어린 자녀로만 비칠 뿐이다. 오랜만에 만난 자식들은 프랭크의 눈에 모두 어린 시절 소년, 소녀의 모습으로 보인다. 귀여운 말을 하던 어린이가 장성해 어른스럽고 솔직한 본인들의 진심을 전할 때 프랭크는 다소 혼란스러워한다. 자녀의 독립과 성장을 직접적으로 받아들이기가 당혹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비행기를 탈 수 없는 약점까지 감수하면서 모든 자식들의 집을 직접 찾아가기로 결심한 프랭크의 용기는 결국 가족을 모두 괜찮아지게 만든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더욱 성숙해지기 위해선 길든 짧든 불가피한 고통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음도 뼈아프게 깨닫게 한다. 

최근 로버트 드 니로는 <인턴>에서 퇴직 후 재취직을 해 인턴 사원으로 일하게 된 노인을 연기해 근사한 방식으로 낡고 오래된 것의 가치를 깨우쳐준 바 있다. <에브리바디스 파인>의 나이든 아버지와도 굉장히 비슷하지만 사뭇 다른 연기를 선보인다. 로버트 드 니로의 역할에 중심을 두고 <에브리바디스 파인>과 <인턴>을 비교해가며 본다면 색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에브리바디스 파인 (원제: Everybody's Fine)’ 스틸컷 / EBS 세계의 명화
영화 ‘에브리바디스 파인 (원제: Everybody's Fine)’ 스틸컷 / EBS 세계의 명화

◆ 커크 존스 감독 : 커크 존스는 따뜻하고 유쾌한 가족드라마를 꾸준히 만들어 온 영국의 영화감독이다. 커크 존스는 뉴포트 영화학교를 졸업한 뒤 런던의 한 프로덕션에서 편집 보조로 영화 일을 시작했다. 데뷔작 <웨이킹 네드>(1998)는 소유자가 없어진 복권의 당첨금을 마을 사람들이 공평히 나눠 갖기 위해 사기극을 벌인다는 내용의 귀여운 소동극이다. 

아일랜드인 특유의 소박하고 복닥복닥한 정서가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영화로 저예산으로 제작됐음에도 꽤 괜찮은 개봉 수익과 호평을 얻어 커크 존스의 연출 감각을 증명한 작품이 됐다. <내니 맥피: 우리 유모는 마법사>(2005)는 아버지들을 위한 환상동화였고, 동명의 소설에 바탕한 <임신한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2012)은 초보 부부들을 위한 임신·육아안내서였다. 

최근작 <나의 그리스식 웨딩2>(2016)는 조엘 즈윅이 연출한 히트작 <나의 그리스식 웨딩>(2002)의 속편으로, <나의 그리스식 웨딩>에서 간신히 국제 결혼에 골인한 커플의 17년차 결혼 생활을 다뤘다. 커크 존스의 취향대로 <나의 그리스식 웨딩2>(2016)는 로맨틱코미디이기보다 쾌활한 가족드라마에 가깝게 연출됐다. [※ 참고자료 : EBS 세계의 명화]

엄선한 추억의 명화들을 보여주는 프로그램 EBS1 ‘세계의 명화’는 매주 토요일 밤 10시 50분에 방송된다.

[Queen 이광희 기자] 사진 = EBS 세계의 명화 ‘에브리바디스 파인 (원제: Everybody's F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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