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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화천현장귀농학교 인턴농부 박태빈·정희정 부부의 신혼일기
[인간극장] 화천현장귀농학교 인턴농부 박태빈·정희정 부부의 신혼일기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0.2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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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농부의 신혼일기 / KBS ‘인간극장’

학교에 딸린 관사 단칸방에서 신혼생활중인 박태빈(28)·정희정(27) 부부. 도시에서 나고 자란 두 사람은 작년부터 이곳 화천 귀농학교에서 살며 농사 수업중이다. 이른바 '인턴 농부', 오늘 1교시는 꽈리고추 하우스에서 시작되는데…. 

며칠 뒤로 다가온 두 사람의 작은 결혼식. 직접 천을 사다 염색할 준비를 하고 동기생이 담근 축하주도 잘 익어간다. 한편 신부 희정씨 몰래 깜짝 프러포즈를 준비하는 새신랑, 태빈씨. 두근두근 가슴이 뛰는데….

이번주(10월 25~29일) KBS 1TV <인간극장>은 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용기 있게 농사꾼의 길을 택해 강원도 화천현장귀농학교에서 신접살림을 차린 박태빈·정희정 부부 이야기를 그린 ‘인턴 농부의 신혼일기’ 5부작이 방송된다.

인턴 농부의 신혼일기 / KBS ‘인간극장’

강원도 산골의 화천현장귀농학교, 경건한 학교에 신접살림을 차리고 깨를 볶는 신혼 부부가 있다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유기농 농장을 꿈꾸는 박태빈(28)씨와, 정희정(27)씨다. 남편 태빈씨는 수확 목표치를 채워야만 퇴근을 시켜주는 엄격한 농사 팀장. 그런 남편이 시어머니보다 무섭다면서도, 이 사람이 있어 한여름 한증막같은 고추 하우스에서도 힘을 냈다며 생긋 웃는 아내 희정 씨. 부부는 학교 옆 관사 단칸방에 살며 농부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두 사람, 농지 한 뼘 없지만, 용기 있게 농사꾼의 길을 택했다. 극심한 아토피로 고생했던 태빈씨는, 유기농 채소 덕에 몸상태가 회복됐고 건강한 먹거리가 사람을 살릴 수 있음을 깨닫고 내 손으로 건강한 농산물을 길러내기로 했다. 지금은 팀장으로 돌아온 이 귀농학교에서 1년간 농사를 배운 뒤, 한국농수산대학교 특용작물학과에 입학해 유기농법을 배웠다. 희정씨는 농촌 봉사활동에서 자연 속에 사는 행복을 깨닫고 같은 대학 양돈학과에 진학했다. 캠퍼스에서 처음 만난 그 순간, 두 사람은 서로가 인연임을 알아보았단다.

부부의 목표는 하루빨리 둘만의 농지를 장만해 농장을 꾸리는 것. 그래서 농대를 휴학하는 동안, 농사 기반을 다질 수 있는 화천귀농학교에 왔다. 이곳에서는 봄 파종부터 가을 수확, 겨울 김장까지, 사계절 농사를 배울 수 있고 수확한 수익을 나눠 가질 수 있어 생활에 보탬이 된단다. 그간 학교에서 내준 관사에 살며 고추 농사에 여념이 없던 부부는 지난 9월 25일, 드디어 학교 운동장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어른이 되는 관문”이라며 양가 부모님의 도움 없이 치러낸 결혼식. 직접 기른 쪽을 뜯어 염색한 천으로 식장을 꾸미고, 하객석은 학교 책걸상으로 마련하고, 트랙터를 타고서 입장을 하니, 타인의 시선을 쫓지 않고 우리만의 길을 걷고 싶다는 부부다운 결혼식이다. 

결혼식 다음 날, 부부는 신혼여행 대신 밭으로 향하는데…. 아직 덜 수확한 농작물들을 두고 갈 수 없다는 팀장 태빈 씨의 뚝심 때문. 비 내리는 무밭에서 잡초를 뽑던 새신부는 그만 눈물이 터지고 만다. 농부의 꿈을 이루는 일이 이토록 힘들 줄 몰랐다는 희정 씨. 지난 여름, 깜깜한 새벽 4시에 일어나 이마에 헤드 랜턴을 달고 고추를 따며 그 매운맛에 울기도 여러 번. 
그렇게 이제 첫발을 내딛는 ‘인턴 농부’ 부부는 농사를, 인생을 배워간다.
 

인턴 농부의 신혼일기 / KBS ‘인간극장’

◆ 학교에서 쓰는 신혼일기

결혼하면 어디에 살아야 하나? 오늘을 사는 청춘들에게는 그야말로 난제. 그런데 그 해답을 학교에서 찾은 부부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박태빈(28)씨와, 정희정(27)씨. 강원도 화천에 있는 귀농학교, 그 안에 딸린 작은 관사가 부부의 보금자리다. 올해 초, 남편은 학생들에게 농사를 가르치는 팀장으로 아내는 농사를 체험하고 배우는 학생으로 귀농학교에 몸담게 됐고 동시에 관사를 얻어 신접살림을 차렸다.   

단칸방에 변변한 살림살이 하나 없지만 둘이 함께라면 비좁은 관사도 천국이라는, 그야말로 뜨거운 신혼-. 길가에서 주워온 탁자를 들여놓고는 “행복해”를 연발하고 학교 운동장에 숯불을 피우고 고등어 구우면서 “캠핑이 따로 없다”며 기분을 내본다. 

사실 관사에서 사는 건 경제적인 이유가 제일 크다. 남들보다 일찍 가정을 꾸린 탓에 벌어놓은 것이 있을 리 만무. 그런데 집에는 손을 벌리지 않겠다고 양가 어른들께 단호한 선언을 했단다. 올해 들어 남편 태빈씨가 귀농학교에서 받는 월급과 함께 농사지은 소출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중 그렇게 통장은 가난하지만, 꿈은 크게 꾸는 부부.
 
“언젠가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우리만의 농원을 갖겠다” 원대한 꿈을 품었는데…. 사실 부부는 도시에서 나고 자랐다. 당연히 농지 한 뼘이 없고, 농사를 배우고 기댈 어른들도 없는데 
두 사람은 어떻게 농부가 되겠다고 결심을 했을까?

인턴 농부의 신혼일기 / KBS ‘인간극장’

◆ 도시 청년들, '인턴농부'가 되다

아직은 젊지만 조금은 남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 어릴 때부터 책 좋아하고 글쓰기가 취미였던 희정씨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그런데 농촌으로 봉사활동을 갔다가 ‘자연 속에서 사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건가, 이곳에 살고 싶다’ 뜨거운 울림이 있었단다. 그래도 용기가 없어서 졸업 후엔 도시에서 사서로 일했던 희정씨. 결국, 가슴에 뜨겁게 품었던 농부라는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두 번째 대학으로 농대 양돈학과를 선택했다. 

남편, 태빈씨는 그야말로 자유로운 영혼.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를 봤고, 느닷없이 공무원이 되겠다고 산중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불규칙한 생활 때문인지 극심한 아토피를 앓았고유기농 채소를 먹고 건강을 되찾았단다. 그때 내 손으로 좋은 농산물을 길러내자, 마음을 먹었고 이곳 화천귀농학교에서 1년 동안 농사의 기본을 배웠다. 그리고 이듬해 입학한 한국농수산대학교 특용작물학과에서 운명의 그녀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같은 학교에 입학한 두 사람. 생김새도, 꿈도, 자라온 배경까지 똑닮은, 서로를 운명이라 여겼단다. 부부의 목표는 스스로의 힘으로 농지와 돼지를 장만해 경축 순환 농장을 꾸리는 것. 그래서 농수산대학에는 휴학계를 내고 농사 기반을 잡을 수 있는 화천귀농학교에 왔다. 아직은 갈 길이 먼 ‘인턴 농부’지만 올 한 해, 함께 씨 뿌리고 가꾸고 거두면서 두 손 꼭 잡고 씩씩하게, 농부로의 첫발을 뗐다. 

인턴 농부의 신혼일기 / KBS ‘인간극장’

◆ 우리만의 작은 결혼식

올해 3월, 귀농학교에 입학하면서 가정을 꾸렸지만 아직 결혼식은 올리지 못한 부부. 선선한 바람이 불면, 예식을 올리자, 마음을 먹었다. 

식장은 귀농학교의 운동장, 드레스와 턱시도 대신 개량 한복을 맞췄고 부모님의 경제적인 도움 없이 둘만의 힘으로 치러보겠단다. ‘어른이 되는 관문’인 이 결혼식을 오롯이 우리의 힘으로 해내야 제대로 어른이 될 것 같았다는 두 사람.
 
부모님 입장에선 한편 기특하지만, 한편은 서운하고 무엇보다 걱정이 태산. 결국, 희정씨는 결혼식 기획서를 만들어, 브리핑을 하기에 이르고…. 바쁜 농사일 짬짬이 식장을 꾸밀 천을 고르고 손님께 대접할 식혜를 담근다. 축가까지 직접 부르겠다며 남편은 기타, 아내는 리코더 연습에 눈코 뜰 새가 없는데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겠다, 다짐했지만 어쩌다 보니 여러 사람의 손을 빌리게 됐다는 부부. 식장을 꾸밀 천을 염색할 땐 시어머니가 달려와 주고 귀농학교의 식구들은 축하주를 빚고, 축하 연주도 해주겠단다. 희정씨 친구들은 하루 전날, 도착해서 결혼식 리허설까지 해보자며 성화다.

어느 멋진 가을날, 모두의 도움으로 아름답게 꾸며진 학교 운동장에서 깜짝 등장을 기획한 신랑 신부. 하객들을 웃고 울게 만든, 특별한 결혼식이 시작됐다.

인턴 농부의 신혼일기 / KBS ‘인간극장’

◆ 같은 꿈을 꾸는 우리는 '천생연분'

결혼식을 치른 다음 날, 부부가 고된 몸을 끌고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고추밭. 아직 채 따지 못한 농작물을 두고 신혼여행을 떠날 순 없다는 농사팀장, 태빈 씨의 뚝심 때문. 

함께 있을 때는 세상 달콤한 아내와 남편이지만 논이든 밭이든 농사를 배우는 시간엔 남편은 스승이요, 아내는 학생. 혹시라도 다른 학생들 눈에 거슬릴까 아내에겐 더 혹독한 남편이다. 

자연이 좋아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지만, 비 내리는 밭에서 잡초를 뽑던 새신부는 그만 눈물이 터지고 만다. 농부의 꿈을 이루는 일이 이토록 힘들 줄 몰랐다는 희정 씨. 고추 하우스에 무밭, 배추밭, 깨밭까지... 가꿀 일이 산더미. 지난여름엔 깜깜한 새벽 4시에 일어나 이마에 헤드 랜턴 달고 고추를 따며 그 매운맛에 눈물 콧물 쏟았단다. 

농사일 마치고 돌아온 단칸방에서 서로 서운하다, 싸움을 벌이다가도 치킨 한 마리 사다 놓고 다시 알콩달콩…. 어쩌면 농부의 길도, 부부의 길도 이제 시작일 뿐. 부부에겐 생명을 살리는 유기농 농사를 짓겠다는 빛나는 꿈이 있다. 부부가 결혼식 날 부른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노랫말처럼, ‘설렘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인턴 농부’ 부부는 오늘도 손 맞잡고 밭으로 간다.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표방하는 KBS 1TV ‘인간극장’은 매주 월~금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Queen 이광희 기자] 사진 = KBS 인간극장 ‘인턴 농부의 신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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