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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반기문 여성권익상’ 수상, 이배용 한국의서원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
제5회 ‘반기문 여성권익상’ 수상, 이배용 한국의서원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
  • 김종면 주필
  • 승인 2021.11.07 10:15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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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한지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추진합니다”
이배용 한국의서원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전 이화여대 총장)이 ‘서원’에 이어 ‘전통한지’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추진에 나섰다. 이 이사장은 ‘학술 한류 요람’ 서원 중심 대학원대학교 설립도 구상하고 있다. “‘어머니 마음’으로 다가서면 모든 사회갈등이 풀린다”는 이 이사장을 만나 전통한류 문화가 가야 할 길에 관해 들었다.
이배용 한국의서원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전 이화여대 총장)이 ‘서원’에 이어 ‘전통한지’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추진에 나섰다. 이 이사장은 ‘학술 한류 요람’ 서원 중심 대학원대학교 설립도 구상하고 있다. “‘어머니 마음’으로 다가서면 모든 사회갈등이 풀린다”는 이 이사장을 만나 전통한류 문화가 가야 할 길에 관해 들었다.

 

‘변하지 않기 위해 변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영원한 가치가 변하지 않고 오래가려면 세상의 흐름을 외면하지 않는 변화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사계절의 변화가 자연을 영원무궁하게 하듯 천지만물은 능히 변할 수 있어야 한결같음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도저한 역설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변해야 할 것은 무엇이고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우리 전통문화의 현장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전통을 계승하는 가운데 새로운 변화의 역사를 써내려가는 역사 공간이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곳은 서원이다. 우리 역사와 전통이 온축되어 있는 서원에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고 시대의 추세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변화의 용틀임이 있다.

서원의 정신사적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 온 이배용(74·전 이화여대 총장) 한국의서원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을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아시아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제5회 ‘반기문 여성권익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그가 펼쳐온 한국 문화 세계화 작업의 근황과 여성으로서의 삶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미국 뉴욕에 있는 비영리 국제단체 ‘아시아 이니셔티브’가 주관하는 ‘반기문 여성권익상’은 여성의 지위 향상과 역량 강화에 이바지한 인물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이 이사장은 이화여대 총장 시절 국제교류의 활성화를 통한 글로벌 여성인재 양성 등 여성 교육에 공헌한 점 외에 한국 서원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우리 서원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꿰뚫고 있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성리학 유산 간직하고 있는 곳은 '한국의 서원이 유일'
 

“이화여대 총장을 끝마치고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던 2010년 서원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하려고 할 때 일각에선 당쟁의 본산인데 뭘 하냐며 자조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어요. 퇴계 이황 선생이 당쟁을 했냐 서애 유성룡 선생이 당쟁을 했냐. 서원의 진면목을 봐야지, 후대 정권에서 역기능이 나타난 건 그다음 얘기이지요. 서원이 가지고 있는 도덕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사립명문 고등교육 기관인 서원의 지향점은 인격 도야입니다. 사람을 키우는 것이 목표이지 과거시험에 합격해 출세하는 게 목표가 아니에요.”

한국의 서원은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올랐다. 소수서원(경북 영주), 도산서원(경북 안동), 병산서원(경북 안동), 옥산서원(경북 경주), 도동서원(대구 달성), 남계서원(경남 함양), 필암서원(전남 장성), 무성서원(전북 정읍), 돈암서원(충남 논산) 총 9곳이다. 서원은 이제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의 지위를 넘어 세계문화유산의 조건인 ‘탁 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 기준을 충족시킨 명실상부한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 서원의 효시는 1543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성리학을 도입한 안향을 기리기 위해 세운 백운동서원이다. 12세기 인물인 중국 남송의 유학자 주자가 학문을 가르친 곳으로 유명한 백록동서원을 본따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의 서원이 유구한 역사를 가진 중국을 제치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은 중국 서원과는 다른 우리만의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서원은 아직 유네스코 등재가 안됐어요. 우리 서원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올랐을 때 중국 대표도 성리학의 정통이 한국의 서원에서 뿌리내렸음을 인정했습니다. 성리학의 본류는 중국에 있지만 중국에는 양명학도 있고 해서 많이 흐트러졌어요. 세계에서 유일하게 성리학 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한국의 서원입니다.”
 

자연과 함께 하는 한국 서원의 공간, 미학 압권
 

이 이사장이 서원의 세계유산화 작업에 몰두하게 된 것은 우리 전통문화의 가치에 일찍 눈 떴기 때문이다.

“1965년 이화여대 사학과에 입학했어요. 2학기 때 영주 부석사와 소수서원 답사를 갔습니다. 고색창연한 우리 전통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에 매료됐지요. 한국 서원의 또 다른 특징은 자연과 어우러져 격조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점입니다. 우리 문화재에 대한 자긍심과 설렘은 지금까지 이어져 문화유산 답사는 저의 일상이 됐어요. 현장을 알기 때문에 우리 서원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작업도 한결 힘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이사장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때 세미나가 끝나면 항상 주변 문화유산 답사 행사를 열었다. “80대의 연로한 총장님도 우린 어미 닭을 따라다니는 병아리라며 즐거워 하셨어요.”

이화여대 총장 시절 독일 훔볼트대 한스 마이어 총장이 한국에 왔을 때는 서원을 직접 안내하며 문화유산 해설사 노릇을 했다. “그동안 자신은 일본과 중국만 다녔는데 한국에 와서 보니 한국의 서원이 세계 최고라고 감탄하더라고요.” 이러한 에피소드들은 이 이사장이 우리 문화유산을 세계에 전파하겠다는 결심을 굳히는 데 밀알이 됐다.

학자로서 또 문화전도사로서 외길을 걷는 그에게 외도의 유혹도 없지 않았다. “국회의원 제의가 있었지요. 저는 대학 총장을 했으면 총장으로서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이 명예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총장이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있기에 그때 그 자리를 지킨 것입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제13대 이화여대 총장을 지낸 이 이사장은 ‘영원한 총장’으로 남고 싶어 했다. 그는 이화여대 총장직을 “하나님이 주신 소명”이라고 했다. ‘이화 DNA(Dream & Achievement)’가 남달라 보였다. 그는 학자로서의 꿈을 이루고 이만큼 성취를 얻은 것도 이화’라는 여자대학을 다닌 덕분이라고 했다.

“여자대학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하지만 자신감과 도전정신을 키워주는 측면이 분명 있어요. 세상의 균형을 잡고 조화를 이루어 내기 위해서도 여자대학의 존재 의미는 크다고 봅니다.”

교육자로서 그의 소신은 확고했다. 어느 원로 여성 시인이 자신에게 전국구 국회의원을 하라고 찾아온 이에게 “날 빼주면 평생 은인으로 삼겠다.”고 사정해 돌려보냈다는 일화가 떠올랐다. 이 이사장은 “대학에서 보직을 했기 때문에 행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본령은 총장, 아니 ‘학문’이다. 그는 한국사상사학회장, 조선시대사학회장, 여성사학회장 등을 거치며 만만치 않은 학문의 이력을 쌓았다.
 

역사상 첫 여성 초헌관은 시대 변화의 징표
 

이배용 이사장은 서원의 역사를 새로 쓰게 했다.도산서원은 지난해 10월 추계향사에 그를 초헌관(初獻官)으로초빙했다. 그는 스스로 ‘역사’가 됐다. 여성 초헌관은 처음이다.제향 때 첫 번째 잔을 올리는 제관은 으레 남성 몫이었다.코페르니쿠스적 전회와도 같은 파격이 아닐 수 없다.
이배용 이사장은 서원의 역사를 새로 쓰게 했다.도산서원은 지난해 10월 추계향사에 그를 초헌관(初獻官)으로 초빙했다. 그는 스스로 ‘역사’가 됐다. 여성 초헌관은 처음이다. 제향 때 첫 번째 잔을 올리는 제관은 으레 남성 몫이었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회와도 같은 파격이 아닐 수 없다.

 

이 이사장은 서원의 역사를 새로 쓰게 했다. 도산서원은 지난해 10월 추계향사에 그를 초헌관(初獻官)으로 초빙했다. 그는 스스로 ‘역사’가 됐다. 여성 초헌관은 처음이다. 제향 때 첫 번째 잔을 올리는 제관은 으레 남성 몫이었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회와도 같은 파격이 아닐 수 없다.

“퇴계 선생의 제향 공간에서 초헌관을 맡은 것은 커다란 영광이었습니다. 여성이 주류가 아닌 영역에 첫 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지요. 초헌관은 단지 첫 술잔을 올리는 것

으로 역할이 끝나는 게 아니에요. 다섯 번의 절차가 있습니다. 제향 전날 새벽부터 들어가 이틀간의 복잡한 절차를 다 허가하고 승인하는 ‘원장’ 역할을 하지요. 조선시대 종묘 제례 때 초헌관은 임금이 맡았어요. 아헌관은 세자가, 종헌관은 영의정이 했습니다. 그만큼 격이 높은 중요 행사였던 것이지요.”

유교 600년, 서원 500년 역사상 처음으로 ‘금녀(禁女)의 영역’에 균열을 내고 초헌관으로 나선 것 자체가 여성 지위 향상의 징표다.

“사당은 2003년부터 여성에게 문을 열었어요. 서원은 이제 본격적으로 개방된 셈입니다. 서원은 여성에게 교육도 시키지 않았어요. 전통시대에는 그러려니 했지요. 저는 왜 여성을 차별하느냐고 따지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서원의 현대적 가치라든가 건축사적인 의미 등을 설명하며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의 당위성을 강조했어요. 그렇게 해서 차츰 유림의 호응을 이끌어냈고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것입니다.”

이 이사장은 도산서원에 이어 올 봄에는 무성서원에서도 초헌관으로 제향에 참여했다. “여성 초헌관은 앞으로 하나의 전례가 될 겁니다.” 그는 “햇볕에 얼음이 녹듯 견고한 유교의 벽이 스스로 열리고 무너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이사장은 이 같은 변화의 바탕에는 화합과 상생, 포용의 정신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어머니 마음’, ‘어머니 리더십’으로 요약했다. 어떠한 이념의 갈등이나 사상의 장벽도 모성의 자장 안에서는 모두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페미니즘 넘어 약자의 손잡는 휴머니즘으로 나아가야
 

이 이사장은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어머니박물관’을 구상하고 있다.

“‘역사여성미래’라는 여성사 연구팀이 중심이 돼 추진하고 있어요. 역사 속의 어머니, 예컨대 김유신 장군의 어머니인 만명부인 같은 잘 알려진 어머니뿐 아니라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면서 희생으로 자식을 키워낸 평범한 ‘기억 속의 어머니’를 자식들이 회상하는 식의 '구술사 콘텐츠'를 구축하려고 해요. 누구든 ‘어머니박물관’에 들어와서 하고 싶은 얘기를 쏟아내면 아마도 이산가족 찾기 이상의 다양한 어머니상이 나올 겁니다.”

이 이사장은 서구 열강의 광산이권 침탈을 다룬 개화기 경제사로 학위 논문을 썼다. 이화여대 교수가 된 뒤에는 여성사 분야도 깊이 있게 연구했다. 여성사학회를 창설해 초대 회장도 지냈다. 그런 만큼 요즘 첨예한 이슈인 젠더갈등이나 페미니즘 논란에 대한 견해가 없을 수 없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여성 지위의 불안정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페미니즘 운동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차별적 요소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 페미니즘을 넘어 휴머니즘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젠더 갈등도 ‘어머니 마음’으로 접근하면 다 해결될 수 있어요. 어머니는 제 자식만 잘되기를 바라지 않아요. 늘 함께 가라고 하지요. 어머니는 인간성 회복과 화합의 근원입니다. ‘제2의 종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이화여대 총장은 대다수가 미혼인 것과 달리 기혼인 이 이사장은 “시부모님을 20년 모시면서 더욱 절실하게 느낀 것이 바로 약한 손을 잡아주는 휴머니즘 정신”이라고 했다.
 

“한지 편지쓰기 범국민운동 벌이자”

 

이배용 이사장은 '한지 편지쓰기 범국민운동'을 벌이자고 했다. "한지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사례는 한둘이 아니에요. 조선왕실 도서관인 장서각에는 17만 권의왕실도서와 고문서가 있는데 펴보면 그냥 지금 만든 종이 같아요. 외규장각 조선왕조 의궤도 그냥 지금 그린 그림 같지요. 한지는 질기고 찢어지지 않습니다."
이배용 이사장은 '한지 편지쓰기 범국민운동'을 벌이자고 했다. "한지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사례는 한둘이 아니에요. 조선왕실 도서관인 장서각에는 17만 권의왕실도서와 고문서가 있는데 펴보면 그냥 지금 만든 종이 같아요. 외규장각 조선왕조 의궤도 그냥 지금 그린 그림 같지요. 한지는 질기고 찢어지지 않습니다."

 

여성 교육자로서 한길을 걸어왔지만 지금 그의 관심사는 ‘여성’이라기보다는 ‘문화’다. 더 좁혀 말하면 한국 문화유산의 세계화다. 이 이사장은 서원에 이어 전통한지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에 힘을 쏟고 있다.

“한지의 우수성은 이미 세계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견오백 지천년(絹五百 紙千年)'이라고 하잖아요. 경주 불국사 석가탑에 751년 간행된 목판인쇄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넣었지요. 1966년 석가탑 사리함을 노린 도굴범에 의해 탑이 손상됐고, 그해 해체·복원작업을 하다가 한지가 나왔습니다. 한지는 그대로였어요. 그런데 그걸 싼 비단은 완전히 삭아버렸지요. 한지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사례는 한둘이 아니에요. 조선왕실 도서관인 장서각에는 17만 권의 왕실도서와 고문서가 있는데 펴보면 그냥 지금 만든 종이 같아요. 외규장각 조선왕조 의궤도 그냥 지금 그린 그림 같지요. 한지는 질기고 찢어지지 않습니다. 흘림뜨기 같은 우리만의 독특한 기법이 있거든요.”

한지는 그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전통종이인 선지(宣紙)는 2009년에, 일본의 화지(和紙)는 2014년에 등재됐다. 우리나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16건 가운데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13건이 전통 한지를 사용했다. 한지는 한민족의 정체성이 담겨 있는, 우리 정신문화의 원형질과도 같은 존재다. 이 천년의 종이는 이제 쓰임새를 더욱 넓혀나가야 한다.

전통한지산업은 지금 수요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지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공부문에서 선도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부터 문체부 장관 명의의 표창장과 상장을 한지로 만들고 있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이 이사장은 한지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저변을 넓히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우리부터 솔선해서 한지를 써야 합니다. 상장·발령장·임명장·감사장 등의 공문서를 한지로 만들고, 각급 학교의 교과서에도 사이사이 한지를 끼워 넣어 한지에 대한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어요. 한지 편지쓰기 운동도 범국민적으로 펼치면 좋겠어요.”

“유럽의 박물관 등에서 소장하고 있는 중세 양피지 문서들이 바스라져 복원을 해야 하는 황입니다. 일본의 화지가 유럽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요. 한지의 우수성은 유럽 현지에서도 인정하지만 유네스코 등재가 안돼 세계화에 애로를 겪고 있습니다.”

2017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은 경북 문경 한지를 기록유산 복원용 종이로 채택했다.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 보존·복원 중앙연구소는 전북 전주와 경남 의령 공방에서 만든 한지를 고문서 복원용지로 인증한 바 있다. 직접 써보고 우수성을 인정한 것이다. 다행히 지난 4월 전통한지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추진단이 발족, 이 이사장이 단장을 맡았다.

서원에 이어 한지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에 속도가 붙으며 우리 전통문화는 또 한번 외연을 확대할 수 있는 도약대에 섰다. 이 이사장이 궁극적으로 꿈꾸는 것은 우리 전통문화 유산을 모두 아우르는 ‘전통한류’, ‘학술한류’의 길을 내는 것이다.
 

“대학원대학교 명문 엘리트 교육기관으로 키울 터”
 

“서원이 지금 활기가 돌아요. 유네스코 등재 이후 지자체의 지원이 늘고 젊은이들도 많이 관심을 보여요. 선한 영향력을 활용할 필요가 있지요.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서원들을 중심으로 대학원대학교를 설립하려고 합니다. 동쪽의 소수서원·도산서원·병산서원을 같은 벨트로 하고 서쪽은 필암서원·무성서원 등을 묶어 명문 엘리트 양성기관으로 키울 작정입니다. 일본에는 마쓰시타 정경숙 같은 것이 있잖아요.”

대학원대학교의 분과는 크게 세 개로 나눌 계획이다. 고전과 정신교육, 인문학과 과학의 융복합 교육, 그리고 글로벌 교육이다. 대학원대학교가 또 하나의 '한국학 요람'으로 자리를 잡으면 우리 전통한류·학술한류의 영토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옛 글을 번역해 읽으면 고도의 정신적 자양분을 얻을 수 있지요. 번역이 매우 중요합니다. 장서각에는 아직도 번역을 기다리는 서책이 수두룩해요.”

이 이사장은 요즘 젊은이들이 한자 혹은 한문에 취약한 점을 아쉬워했다. “제가 대학 다니던 시절엔 서예를 많이 했어요. 우리집 근처에 서예가 일중 김충현 선생의 ‘동방연서회’가 있어서 붓글씨를 배울 수 있었지요. 한문 공부도 많이 했지요.” 그는 오는 11월에 열리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에 출품할 작품도 완성해 놓았다고 했다.

한국 문화 세계화작업에 매진해온 그가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경력이 있다. 2013년 취임한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다. 이 이사장은 “그것은 나에게 딱 맞는 옷이었다.”고 말했다. 평생 고문헌과 씨름해온 역사학자이니 그 자리가 맞춤한 것일 수밖에 없다. 그는 당시의 기억과 경험을 소환해 문화유산 세계화 작업에 힌트로 삼기도 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되어 가보니 한국학의 메카라는 곳에 한옥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병산서원의 만대루와 창덕궁 애련정 등 을 본뜬 정자·누각 등으로 꾸며 청계학당을 지었지요. 퇴계 선생 후손께서 현판도 써줬습니다.”
 

중국에도 일본에도 없는 우리만의 종갓집 문화
 

“경상북도나 전라남도 같은 데 가보면 유서 깊은 고택들이 아주 많아요. 그냥 옛날 한옥이 아니라 종가로서 계승돼 온 집들 말입니다. 제가 서원 다음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올리려고 한 게 종갓집이었어요. 종갓집은 중국에도 없고 일본에도 없어요. 의미가 있는 유수한 고택들을 서원처럼 잘 선별하고 관리해서 우리만의 고유한 종가문화를 가꿔나가야 합니다.”

이 이사장은 우리 문화유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보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세계유산센터’ 같은 기구를 만들어야 합니다. 유형·무형·기록 등 분야별로 나눠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후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해요. 문화재청은 행정기관입니다. 그런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우리 것만이 최고라는 국수주의적 문화 태도는 경계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것의 소중함을 너무 모른다. 곁에 있는 국보급 문화재의 가치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다. 퇴계 선생의 지언(至言)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가까이 있는 단 복숭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신 똘배 찾아 온 산천을 헤맸구나.’

“우리 문화유산을 살리려 해도 뭘 알아야 살리지요. 지하철 2호선 선릉역이 있지요.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선릉이 누구 능인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조선 제9대 왕 성종이 거기 있고 옆에 제2계비 정현왕후 윤씨가 있어요. 또 근처 능선의 정릉에는 아들인 제11대 왕 중종이 있습니다. 이 둘을 합쳐 선정릉이라고 하지요. 모름지기 역사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초등학교 때는 인물사 중심으로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영실 등 멘토를 심어주고 중학교 때는 자유학기제도 있으니 문화유산 답사 수업을 활성화하고 고등학교 때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한 보다 심층적인 수업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두 시간 가까이 필자와 이야기를 나눈 이 이사장은 한국 전통문화에 관한 한 소소한 사항까지 다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은 일부러 외운 것이 아니다. 우리 문화의 넋과 혼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했기에 저절로 흘러나온 것이다. 그에게는 필경 ‘기억력의 은사(恩賜)’가 있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스토리텔링은 물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웠고 충실했다.

물질이 정신을 압도하는 가치 혼돈의 시대. 전통문화는 적어도 물질을 앞세우지는 않는다. ‘오래된 미래’인 서원의 정신사적 가치를 오늘의 시대정신과 잘 접목하면 좋겠다. 우리의 앞길을 밝혀줄 정신의 북극성이 거기에 있다. 이 이사장이 우리 전통유산 전도에 그토록 골몰하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 일 것이다.


취재 김종면 주필 |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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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1-11-08 02:08:18
국교로, 주변부 사상으로는 도가나, 음양가, 묵가사상등이 형성되었고, 법가사상은 이와는 다른 현실적인 사상이며, 국가의 통치에 필요한 방법이었습니다(진나라때 강성하고, 유교나 도교와 달리, 한나라때 율령이 반포되어 이후 동아시아에 유교와 별도의 성격으로 국가통치에 활용됨).



@ Royal성균관대(조선.대한제국 유일무이 최고교육기관 성균관승계,한국 最古.最高대).Royal서강대(세계사반영,교황윤허,성대다음예우)는 일류,명문.주권,자격,학벌없이 대중언론항거해온 패전국奴隸.賤民불교Monkey서울대.주권,자격,학벌없는 서울대.추종세력 지속청산!

http://blog.daum.net/macmaca/733

http://blog.daum.net/macmaca/2967

윤진한 2021-11-08 02:07:32
승려賤民한국과비슷.강점기 하느님에 덤비며(창조신내리까는 부처처럼)유교부정,불교Monkey일본.하느님보다높다는 성씨없는 일본점쇠賤民.후발천황(점쇠가 돌쇠賤民.불교Monkey서울대 전신 경성제대설립)옹립.한국은 세계종교유교국.수천년 유교,하느님,조상신,공자 숭배.해방후 조선성명복구령 전국민이 행정법.관습법상 유교국복귀. 동아시아(중국,한국,베트남,몽고) 세계종교 유교국중 하나인 한국이 불교Monkey 일본의 강점기를 겪으며 대중언론등에서 유교가 많이 왜곡되고 있음.

http://blog.daum.net/macmaca/3131

@동아시아는 수천년 유교사회입니다. 공자님 이전의 始原유교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예수님 이전의 구약성서 시대에 해당됩니다. 하느님(天).神明,조상신 숭배가 유교의 큰 뿌리입니다. 유교는

윤진한 2021-11-08 02:06:46
석전대제로 유교의 부분집합중 하나임.@일제강점기 강제포교된 일본 신도(불교), 불교, 기독교는 주권없음. 강점기에 피어난 신흥종교인 원불교등도 주권없음.

주권없는 패전국잔재 奴隸.賤民이자, 하느님.창조신을 부정하는 Chimpanzee계열 불교일본서울대Monkey와 추종세력들이 학교교육 세계사의 동아시아 세계종교 유교,윤리의 종교교육 유교, 국사등과 달리, 일본강점기때 일본이 유교를 종교아닌 사회규범으로 했으니까, 유교가 종교아니라고 최근 다시 왜곡하는데,이는 일제잔재 대중언론에 포진하여 루머수준으로 유교에 도전하는것임.한국은 미군정때,조선성명복구령으로 전국민이 조선국교 유교의 한문성명.본관을 의무등록하는 행정법.관습법상 유교국임은 변치않으며 5,000만이 유교도임.@인도에서 불교도는,불가촉賤民.조계종승려

윤진한 2021-11-08 02:06:01
동아시아 세계종교인 유교나, 서유럽의 세계종교인 가톨릭의 하느님은 인간을 창조하신 절대적 초월자이십니다.

@ 공자님의 시호. 하늘이 보내신 성자이신 성인 임금 공자님은 황제 칭호인 문선제(文宣帝).대성지성문선왕(大成至圣文宣王)의 오랜 전통으로 호칭되어 오고 있습니다.聖人에 이르신 스승(至聖先師). 은나라 왕족의 후손이신 공자님. 참고로 하면, 공자님 아버지 시호는 계성왕(啓聖王)이시고 공자님 어머니 시호는 계성왕 부인(啓聖王夫人)이십니다.

http://blog.daum.net/macmaca/3127

@한국 유교 최고 제사장은 고종황제 후손인 황사손(이 원)임. 불교 Monkey 일본 항복후, 현재는 5,000만 유교도의 여러 단체가 있는데 최고 교육기구는 성균관대이며,문중별 종친회가 있고, 성균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