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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교수 "여성의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이수정 교수 "여성의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 송혜란 기자
  • 승인 2021.12.06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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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리는 범죄자들의 특징
N번방 사태부터 직장 내 성폭행 문제, 제주 중학생 살인 사건까지. 사회적으로 끊이지 않는 여성 대상 범죄가 연일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제는 수많은 여성이 성폭행, 데이트 폭력, 가스라이팅, 이별 살인 등 잠재적 범죄의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여성 대상 범죄자의 심리 특징을 알면 조금이나마 피해를 막을 수 있을까? 최근 '범죄심리 해부노트'를 펴낸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 심리학과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N번방 사태부터 직장 내 성폭행 문제, 제주 중학생 살인 사건까지. 사회적으로 끊이지 않는 여성 대상 범죄가 연일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제는 수많은 여성이 성폭행, 데이트 폭력, 가스라이팅, 이별 살인 등 잠재적 범죄의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여성 대상 범죄자의 심리 특징을 알면 조금이나마 피해를 막을 수 있을까? 최근 '범죄심리 해부노트'를 펴낸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 심리학과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불법 촬영, 성폭력, 가정폭력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불법촬영을 해 경찰에 검거된 이는 전년보다 60명 늘어난 5497명으로 남성이 96.6% 차지했다. 피해자의 82.9%는 여성이었다. 성폭력 발생 건수는 3만1400건으로, 이 가운데 3만45건에서 가해자가 검거됐다. 가정폭력 검거 건수는 4만1905건으로 가해자 10명 중 한 명은 재범자였다.

이로 인해 여성의 57%가 범죄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지난해 1366 여성긴급전화 상담건수는 약 35만 4000건이었으며, 주된 내용은 가정폭력이 20만7000건, 성폭력
2만1000건 순이었다. 가장 최근엔 제주도에서 아주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한때 동거했던 여성의 중학생 아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한 남성과 공범이 경찰에 붙잡힌 것이다. 무엇이 그들을 엽기적인 범죄자로 만들었을까?


어린 시절 결핍에서 오는 성격 장애


<범죄심리 해부노트>는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쓴 책이다. 많은 여성 독자들이 그들의 심리 특징을 알면 미연에 피해를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바람으로 책장을 넘겼을 법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동안 그들의 범죄 행동에 대해 ‘왜’를 다룬 학문 분야는 없었다. 형사법 상 그 부분은 전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형사 사법 시스템은 그들이 무슨 일을 저질렀으며 거기에 양형이나 감형 요인이 있는지만을 본다.

근본적으로 그 사람이 왜 범죄자가 됐는지 설명해달라는 질문을 그동안 수없이 받아온 이수정 교수는 이은진 공무원마음건강센터 마음나래 센터장과 함께 연구해온 학술적인 내용을 모두 이 책에 담았다. 큰 테두리는 여러 성격 장애로 묶였다.

“여론이 떠들썩할 만큼 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범죄 심리 전문가 입장에서 의견서를 써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다 보니 꽤 다양한 범죄자 케이스를 만났는데요. 모두가 조현병 환자는 아니었어요. 그럼 도대체 이 사람의 숨겨진 심리는 뭘까 분석해보니 결국 성격적인 문제로 귀결되는 사례가 허다하더라고요.”

각 챕터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특정 성격장애를 보다 정확히 설명하기 위해 일부 가공된 측면이 있다. 스토리 역시 그가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보다 어떤 성격 장애 때문에 그 지경에 이르렀는지 기제를 설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성격장애는 감기처럼 약을 먹는다고 쉽게 고치기 어려우므로 섣불리 치료법을 부언하는 내용은 삭제되었다. 그러나 대부분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 학교에서의 불우한 경험으로 인성이 잘못 형성된 부분이 더러 강조돼 있어 개인마다 해결책이나 예방법의 힌트를 주는 원인은 충분히 추정 가능하다.


문제는 ‘결핍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편집성 성격 장애, 조현성 성격 장애, 자기애성 성격 장애, 반사회성 성격 장애, 강박성 성격 장애 등 성격장애는 여러 가지다. 각 진단기준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 누구나 조금씩 성격 장애를 가지고 있다. 이수정 교수도 스스로 강박적 성격인지 늘 의심하면서 산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성격 장애는 어린 시절 결핍에서 오는데, 결핍 없이 자란 사람이 흔치는 않으니까요. 인간 자체가 결핍의 동물인걸요. 어떻게 모든 욕망을 충족하면서 살 수 있을까요. 중요한 건 결핍을 어떻게 잘 조절하고 극복하느냐에 있어요. 오스트리아 정신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도 모든 사람은 다 열등하게 태어난다고 주장했어요. 자아실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성격 장애가 유발될 수 있다고도 부언했지요. 실제로 범죄자들을 만나 심리를 파헤쳐보니 그게 참 설득력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릴 적 열등의식, 피해 의식을 가지고도 친사회적인 테두리 안에서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걸 넘어 범죄를 저지르는 자가 있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이수정 교수는 "성격 장애는 어린 시절 결핍에서 오는데, 결핍 없이 자란 사람이 흔치는 않으니까요. 인간 자체가 결핍의 동물인걸요. 어떻게 모든 욕망을 충족하면서 살 수 있을까요. 중요한 건 결핍을 어떻게 잘 조절하고 극복하느냐에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수정 교수는 "성격 장애는 어린 시절 결핍에서 오는데, 결핍 없이 자란 사람이 흔치는 않으니까요. 인간 자체가 결핍의 동물인걸요. 어떻게 모든 욕망을 충족하면서 살 수 있을까요. 중요한 건 결핍을 어떻게 잘 조절하고 극복하느냐에 있어요."라고 말했다.

 

여성들에게 위험한 편집성 성격장애

일반인과 범죄자는 한 끗 차이다. 그중 제일 위험한 부류는 단연 사이코패스다. 사이코패스는 상대방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는다. 그저 당장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도구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는다. 자신이 해코지를 하면 피해자가 굉장히 아프다는 것을 원천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바로 사이코패스다. 오히려 상대를 조정하고 희롱하며 괴롭혀서 오는 전지전능함 내지 본인의 파워에 대한 욕망을 더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자기에게 발생하는 부당함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타인에게 닥친 부정의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안 쓴다는 특징도 있다.

“그야말로 표리부동하고 이중적이며 공감 능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지요.”

특히 여성 대상 범죄를 저지르기 쉬운 타입은 편집성 성격 장애자다. 편집성 성격 장애자는 피해 의식과 보복심리가 아주 집요할 정도로 강하다. 여성이 이별을 고하면 크게 절망하며 ‘너도 나처럼 비굴해져 봐야지’라며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다. 지난 제주 사건처럼 이별 살인의 가해자들이 대개 편집성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사이코패스 vs 편집성 성격장애

편집성 성격 장애자는 상대 여성이 완전히 자기 손아귀에 들어올 때까지 구애 행위에 몰두하는 성향이 있다. 상대방을 철저히 통제, 감시, 조정하려고 하는데, 스스로 이를 사랑의 징표라고 설득한다. 피해자들이 범죄를 인지하기 어려워하는 이유다. 일명 가스라이팅(‘정신적 학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의 피해까지 입는 것이다. 물론 편집성 성격장애는 여성에게도 있을 수 있으며, 반대로 여성이 남성을 대상으로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편집성 성격장애를 가진 여성은 히스테리가 심하거나 다른 친구들에게는 야비하게 굴다가 남자 앞에서는 입안의 혀처럼 구는 연극성 성격장애까지 가진 경우도 더러 있다.

“사이코패스는 누구한테나 잔인해요. 아마 전과도 있을 거예요. 이와 달리 편집성 성격장애는 의심이 많고 유독 애인한테만 집착하는 병리적 특징을 보입니다.”

여성 대상 범죄자의 가해자는 대부분 파트너다. “오원춘같이 길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을 범죄 대상자로 삼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성격장애의 경우 과거 사귀었던 애인, 남자친구, 남편으로 인한 가정폭력, 성폭행, 이별 살인, 이혼 살인이 50% 이상을 차지하지요. 제주 중학생 살인 사건이 아주 전형적인 사례예요. 어느 날 모르는 사람이 자기 아들을 죽일 확률이 얼마나 되겠어요.”


당신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에요

가해자들이 유년 시절 어떠한 불운을 겪었든 불법에 대해서는 엄벌해야 한다는 이수정 교수. 만약 성격 장애자로부터 피해를 당했다면 형사 사법기관을 믿고 즉시 신고하는 게 최선이다. 이웃들도 옆집에서 여자나 아이의 비명소리가 들리면 발 벗고 나서 신고부터 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잠재적인 피해자 입장에서 사법기관이 무력하다고 기피할 수도 있고, 신고로 인한 가해자의 보복이 무서울 수도 있을 터. 이에 사법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선 어느 정도 연대도 필요하다고 이 교수는 제안했다.

2019년 눈이 안 좋아져 더 이상 논문을 쓰는 게 어려워진 이 교수는 대신 오디오 클립을 통해 처음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이 가진 문제의식이 공유되는 것을 체험했다. 이후 BBC에서 스토킹 방지법에 대한 인터뷰를 하면서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된 이 교수는 2020년 초 국내에 스토킹 처벌법이 논의되고 입법, 시행까지 되는 것을 보면서 여론의 힘을 실감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연구실 밖에서 활약하며 세상을 바꾸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 그녀다.

“그러니 범죄 피해를 당했다면 일단 경찰에 신고부터 하세요. 성폭행도 예전과 다르게 피해자 책임론이 지배적이지 않잖아요. 미투 운동이 상당한 몫을 했지요. 저는 어느 한 명이 문제 제기를 하면 다른 누군가가 함께 일어나서 편을 들어줄 거라고 믿어요. 세상을 바꾸는 것은 개인의 용기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에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 참여 인원이 2만 명이 넘을 때도 있는걸요. 지금은 신고자의 신변보호를 위해 집 앞에 녹화형 CCTV가 아닌 실시간 CCTV를 설치하는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조금씩 변해가는 겁니다.”

얼마 전 N번방을 제일 먼저 고발한 사람도 젊은 여성들이었다. 매우 위험한 순간들을 모면해가면서 취재를 계속했던 여대생들로 인해 세상이 한 챕터 넘어갈 수 있었다고 이 교수는 마지막까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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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7 20:13:20
하 그냥 좀 조용히나 해라 제발. 헛소리좀 그만하고 대체 국힘지지층 어느 누구도 환호안하는데 김종인인지 윤석열인지 대체 무슨 생각인지 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