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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개인정보
코로나 시대의 개인정보
  • 전현정
  • 승인 2021.12.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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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법

코로나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개인정 보의 중요성에 대해 실감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음식점, 카페, 병원, 은 행이나 관공서에 들어갈 때마다 열을 체크하고 개인정보를 제공한다. 지난해 초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할 무렵 코로나 확진자에 관 한 정보가 전국적으로 보도되다시피 하였다. 확진자의 동선이 공개되 고 모든 국민이 음식점이나 카페 등을 방문할 때 출입명부에 휴대전화 번호뿐만 아니라 이름까지 기재하여야 했다. 개인정보 유출이나 프라 이버시 침해가 우려되었다. 그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방문기록에 이름을 빼고 전화번호만 기재하도록 하였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전자출 입명부(QR코드)가 활발하게 이용되었다. 최근에는 전화 한 통에 방문 정보가 자동으로 기록되는 방식도 이용되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개인정보가 제대로 보호되고 있는지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우리나라는 개인정보에 대해 아주 강력한 법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개별적인 법을 두어 개인정보 문제를 다루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보호법이라는 포괄적인 보호체계를 두고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수준이 높지 않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매우 관대하다. 몇 년 전 신용카드회사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터지면서 충격을 받았지만 유출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

개인정보는 살아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이다. 성명, 주민등록번호뿐만 아니라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쉽게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이다.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다. 개인정보 보호에서는 ‘동의’ 문제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자기 자신에 대한 개인정보를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를 둔 동의를 통해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미리 그 정보를 어떻게 이용할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동의 받은 범위를 넘어서서 개인정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점을 알리고 다시 동의를 받아야 한다. 코로나 시대에는 개인정보를 제공하면서 그 정보가 어떻게 사용될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막연히 코로나 감염경로를 확인하고 확진자나 밀접접촉자의 동선을 파악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정확한 내용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방송, 인터넷, 유튜브 등을 통해서 개인정 보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지에 관해서 설명을 하였다고 볼 수 있을까? 코로나 이전에 개인정보에 대해 엄격한 동의를 요구했던 개인정보 보호법은 코로나라는 미증유의 사태 앞에서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것일까? 코로나 시대에도 개인정보는 여전히 중요하다. 자신에 관한 정보를 누군가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도 없고 자유로운 생각을 할 수도 없게 된다. 코로나를 예방하고 그 확산을 막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에서만 개인정보를 이용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한도에서 개인정보가 이용될 뿐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정보가 광범위하게 수집되고 있는 현실에서 인간의 자존감이 침해되지 않도록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존엄한 인간으로서의 삶이 유지될 수 있다. 코로나 시대에 개인정보 보호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글 전현정 변호사 (법무법인 케이씨엘) | 사진 Queen DB
 

 

전현정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3년간 판사로 일하다
서울중앙지법부장판사를 끝으로 2016년 법원을 떠났다.
현재는 법무법인 KCL 고문변호사다.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대한변협 양성평등센터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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