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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걸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알파걸은 다 어디로 갔을까?
  • 이복실
  • 승인 2021.12.1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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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칼럼

벌써 발생한 지 일 년이 넘었지만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이야기이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니 나도, 내 주변도, 전 세계가 일상의 자유를 빼앗긴 채 바이러스 공포에 시달리며 숨죽이며 살아야 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여태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더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백신이 나오고 나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다시 변이바이러스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한없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한동안 알파걸의 대두가 화제였다. 각종 시험에서 여성의 합격률이 남성에 육박하였고, 알파걸들이 각 분야에 많이 진출했다. 언론에서는 알파걸이 늘었다고 요란하게 떠들었다. 그러나 최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2021년 1분기 기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상장법인 2,246개의 임원 가운데 여성 임원 비율은 5.2%로 나타났다. OECD 평균인 25.6%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기업도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이 대졸 여성 공채를 뽑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이다. 벌써 30년 이상 지났는데 알파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알파걸(Alpha Girl)은 그리스 알파벳의 첫 자모인 알파(α)에서 유래된 것으로 ‘첫째가는 여성’을 의미한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아동 심리학자인 댄 킨들런 교수가 설문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만든 용어로 2006년 그의 저서 <알파걸, 새로운 여성의 탄생>을 통해 알려졌다. 댄 킨들러 교수는 알파걸을 ‘학업과 운동, 인간관계와 리더십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며 남성을 능가해 질주하는 여성’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 퇴직한 여성 임원들을 만났다. 유능하다고 인정받아 바늘구멍 뚫기보다 더 어려운 임원이 되었지만, 더 승진하지 못하고 회사를 나가야만 했다. 임원이 되기도 어렵지만 살아남기는 더 어렵다. 내가 물었다. “그렇게 일을 열심히 했는데 무슨 일이에요?” 그녀의 대답은 이랬다. “차라리 성과가 나빴다고 하면 좋겠어요.” 인사 담당이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 회사는 여성 임원 세 사람이면 돼요.” 후배 여성을 승진시켜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제일 경력이 많은 그녀가 그만두었다는 것이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그런 말을 노골적으로 하는지 귀를 의심하게 한다. 이것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다. 유리천장은 위에서 깨어야 쉽게 깨진다. 아래에서는 아무리 깨려고 해도 힘만 들고 금만 갈 뿐이다. 결국 그녀들은 회사를 나와야 했다. 그녀들의 말이 아직 생생하다. “여성임원을 확대하려고 노력하는 우리 회사도 이런 상황인데 다른 회사는 오죽하겠어요.” 그런데 그녀들도 30년 전에는 알파걸이었다. 알파걸이란 말 자체가 여성 리더들이 저절로 증가하여 여성 상위시대가 곧 올 것만 같은 착각을 준다. 실제 주변에서도 그렇게 이야기 하는 분들이 많다.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알파걸들이 임원이 되고 CEO가 될 거예요. 시간이 해결해주니까 정책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됩니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믿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알파걸들이 사라지는 이유는 가사와 육아의 이중고로 인한 경력단절 현상, 기업의 폐쇄적인 조직문화 등 한둘이 아니다. 그럼 다른 나라나 외국의 기업들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은 몇 년 전 강연에서 “알리바바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밀무기는 여성 직원이 많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알리바바의 창업인 중 35%가 여성이고, 임원 중 34%가 여성이며 직원 중 52%가 여성이라고 했다. 여성의 경영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의 의지와 철학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글로벌 기업에 오래 근무한 나의 지인은 “우리 회사는 여성도 CEO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조직”이라고 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배경에는 성과에 대한 공정한 평가 보상과 일 가정 양립 제도, 다양성과 포용성을 갖춘 조직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외국계 기업의 한국 지사장 중 여성 대표가 많다. 팽경인 그룹 세브 코리아 대표, 이윤정 르크루제 코리아 대표, 권명숙 인텔코리아 대표, 이행희 한국 코닝 대표, 이지은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대표 등 한둘이 아니다. 우리도 이제 여성 임원을 숫자로 제한해놓은 그런 구태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뒤에 오는 여성들을 위하여 알파걸이 알파우먼이 되는 세상, 여성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사회의 오래 갈 성장을 위한 우리 세대의 의무이기도 하다.

글 이복실(전 여성가족부 차관)
 

 

이복실은…

전 여성가족부 차관,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를 졸업,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교육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여성으로서 네 번째 행정고시 합격자이다. 30년간 중앙부처에 재직했으며,
2013년 여성가족부가 설립된 이래 최초 여성 차관으로 임명됐다.
저서로는 <여자의자리 엄마의 자리>, <나는 죽을 때까지 성장하고 싶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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